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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물대포' 위협, 시민은 '생수'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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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물대포' 위협, 시민은 '생수' 격려

[현장] 광화문은 시민-경찰 '전쟁터'…소화기 '분사'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전쟁이었다. 한 쪽에서 바리케이드를 쌓아올리면, 한 쪽에서는 이를 넘기 위해 모래 주머니를 쌓았다. 물총부터 물대포까지 각종 '무기'가 실제로 쓰이거나 위협에 이용됐다. 설득과 위협이 반복되는 선무 방송이 밤새 동원됐다.

21일 광화문 사거리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벌어진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요구 촛불 집회와 거리 시위는 이렇게 22일 새벽까지 계속됐다.

"청와대로 가는 것은 정당 방어 행위"

21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추가 협상' 결과 발표는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엉뚱한 답변만 내놓은 셈이었다. 시민은 더욱 자극을 받은 듯 했다. 이날 집회는 중간에 내린 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로 가자는 함성으로 일관됐다.

오후 11시경 완성된 '국민토성'을 밟고 경찰 버스 바리케이드에 올라선 시민들은 깃발을 흔들었다. 또 "정권 퇴진", "조·중동은 독극물", "이명박은 물러가라" 등의 다양한 플래카드와 손피켓을 들고 버스 위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폭력 행위를 중단하라"고 경고하는 경찰에 대해 "모래 주머니가 폭력이면 차벽은 더 큰 폭력 아닌가"라고 외쳤고, "청와대로 가는 것은 소통을 모르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유권자의 정당 방어 행위"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가는 길을 철저히 봉쇄한 경찰을 향한 분노는 지난 10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비폭력'을 주장하며 이에 반대하는 참가자는 찾아 보기 힘들었다.
▲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도 남아 있던 2만 여명의 시민들은 경찰 버스 바리케이드와 국민토성을 주시하며 자리를 지켰다. ⓒ프레시안

생수 건네는 시민, 물대포로 위협하는 경찰

22일 자정을 넘어서면서 경찰 버스 바리케이드를 해체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시민들은 경찰 버스 철창을 뜯고, 밧줄을 이용해 버스를 끌어냈다.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이 분말소화기를 분사해 광화문 사거리 일대가 자욱한 흰 가루로 뒤덮였다.

오전 1시경 버스 한 대가 밧줄에 묶여 시위대 쪽으로 끌려나왔다. 그러나 차벽을 넘은 한 명의 시민을 즉시 연행한 경찰에 비해 시민들의 처사는 훨씬 '평화적'이었다. 안에 타고 있던 전경 10여 명은 1시간 여 동안 안에 있다가 예비군복을 입은 집회 참가자들의 인도로 전경 부대쪽으로 돌아갔다. 시민들은 '비폭력'을 외치며 전경들을 보호할 것을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은 생수를 건네주며 격려했다.
▲ 새벽 1시, 시민들은 밧줄로 경찰버스를 끌어내리기 위해 힘을 모았다. ⓒ프레시안

▲ 경찰은 시민들이 끌어내려는 차량 안에서 분말소화기를 발사하며 접근을 막으려 했다. ⓒ프레시안

방송 동원도 만만치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경찰과 집회 참가자 사이에서 방송으로 대치하는 신경전 수위가 점차 높아졌다. 경찰은 "경찰 차량을 손괴하지 말라. 다 세금으로 만든 재산이다", "여러분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여러분의 행동을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등 시민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또 경찰은 새벽 내내 물대포를 쏠 것이라며 해산하라는 위협 방송까지 서슴치 않았다. 오전 1시 이후 경찰은 물대포 살수를 한 시간 간격으로 경고하면서도 계속 살수를 미뤘다. 대신 "주최 측은 시민을 선동하는 이유가 뭔가. 오늘 피해를 주최 측에 꼭 묻겠다"며 압박을 가했다. 또 "밤이 깊었으니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지금 즉시 돌아가달라"며 '바른 생활론'을 펴기도 했으며 "우리는 폭력 경찰이 아닙니다"라고 변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반 시민'들은 "이명박을 못 믿으니까 부릅뜨고 지켜봐야 된다", "사람이 많으면 폭력 사태가 안 일어나니까 자리 지키는 게 의미있는 것 같다", "이명박 퇴진을 강력하기 요구하기 때문에 주말마다 밤을 새웠다" 등 다양한 이유를 대면서 계속 자리를 지켰다.

한편, 경찰은 또 방송을 통해 "시위대가 돌을 던져 많은 전의경이 부상당했다"며 끊임없이 시위 참가자들을 폭력 집단으로 몰아세웠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물병만 높이 던져졌을 뿐, 돌은 주로 바리케이드용으로 세워진 경찰 버스에 집중됐다.
▲ 이날 경찰은 수차례 '물대포를 발사하겠다'며 시민들에게 해산을 종용했다. 실제로 물포를 배치하기도 했지만, 살수는 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 분말소화기가 발사된 광화문 사거리 일대는 자욱하게 분말 가루로 뒤덮였다. ⓒ프레시안

▲ 경찰은 밤새 소화기를 뿌렸지만, 차벽을 무너뜨리려는 시민들의 '끈기'가 더 질겼다. ⓒ프레시안

▲ 22일 아침이 밝아왔다. 그러나 우비를 쓰고, 우산을 든 채 남아있던 시민들은 여전히 광장을 메우고 있었다. ⓒ프레시안

▲ 남아있던 1000여 명의 시민들은 경찰의 '해산' 경고에도 아랑곳않고 광화문에서 기차놀이를 이어갔다. ⓒ프레시안

▲ 경찰버스 위에 올라가 아침을 맞은 시민들. ⓒ프레시안

경찰이 말하는 '일반 시민'과 '폭력 행위'는?

경찰은 국민토성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21일 오후 10시부터 끊임없이 경고 방송을 내보냈다. 오후 11시 이후 국민토성이 완성되자 경고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일반 시민 여러분, 지금 즉시 귀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경찰이 공권력을 투입해 진압을 실시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경찰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신 여러분, 그 자리에 그대로 계십시오. 도망가지 마십시오. 우리 경찰이 반드시 책임을 묻겠습니다."

"검거 작전을 실시할 때, 검거되지 마시고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서 귀가해주시기 바랍니다."

경찰은 철저하게 집회 참가자를 양분했다. '폭력 행위를 행사하는 사람'과 '일반 시민'으로. 또 특정 단체와 특정 이름을 거명하며 '선동자'로 주목한 뒤, 수십 차례 경고 방송으로 그에게 '선동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경찰이 '폭력'이라고 지칭한 것은 경찰 버스를 밧줄로 끌어내고 철창을 뜯는 등 '파손'하는 행위였다. 시위대가 물병을 던지는 행위도 폭력이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경찰은 차벽을 설치해 통행을 원천 봉쇄한 점이나 시민들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한 진압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유를 내세우지 않았다. 경찰은 "여러분의 행위를 뒤돌아 보십시오"라며 폭력 행위를 자제하라고 경고했으나, 시민들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응수했다.

'이명박은 물러가라', 이명박은 차나 빼라'고 외치는 시민에 대한 맥없는 경찰의 호소 또는 경고의 목적이 '자기 암시'처럼 들리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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