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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버그,"세상을 바꾸려면 행동하고, 조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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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버그,"세상을 바꾸려면 행동하고, 조직하라"

[강연회 현장] "지배세력은 젊은이들을 두려워한다"

8일 반전평화단체 '다함께' 초청으로 방한한 마이클 버그씨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구민회관에서 '무엇이 내 아들 닉버그를 죽였는가'란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아들 닉버그의 죽음 이후 "일상 전체를 반전평화운동에 뛰어들었다"는 버그씨는 2시간여 동안 이라크 전쟁에 대한 자신의 생각, 반전평화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부당한' 전쟁을 지속하고 있는 미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내 아들은 조지W.부시 와 럼스펠드가 죽였습니다"**

미국인 마이클 버그는 지난 5월 단장(斷腸)의 슬픔을 느껴야 했다. 그는 아들 닉버그가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가운데 이라크 무장저항조직들에 의해 무참히 참수되는 모습을 비디오로 지켜봐야 했다. 이라크 전쟁 발발 이후 최초 무장저항조직에 의한 공개 참수 사건이었던 닉 버그 사건은 TV 화면에 보도된 충격적인 장면만큼이나 이를 지켜본 사람들을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혼란스럽게 했다. 즉 이 죽음의 책임이 '무장저항조직'에게 있는 것인가, 아니면 '부당한' 전쟁을 감행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그의 네오콘에게 있는가.

많은 사람들의 혼란을 정리해 준 것은 바로 닉 버그의 아버지인 마이클 버그였다. 누구보다 아들의 죽음에 참담했지만, 마이클 버그는 "내 아들이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의 처음과 끝이 조지 W. 부시 와 럼스펠드 국방장관"이라고 근원적 책임소재를 분명히 했다. 마이클 버그는 이날 강연에서도 "나의 아들은 부시 미대통령의 죄 때문에 죽은 첫 번째 희생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들의 죽음에 대한 미 정부의 대응에 대해 분노했다고 말했다. '부당한 전쟁'을 일으킨 미 정부가 이번 죽음에 대해 분명한 사과와 책임지는 자세를 기대했지만,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라크 전쟁을 부당한 전쟁이라고 보는 이유는 이라크와 알카에다의 연관성이 증명되지 않은 점,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그는 이라크 전쟁을 "거짓 근거(잘못된 정보)에 기반한 전쟁"이라고 질타했다.

마이클 버그는 자신의 아들을 죽인 소위 무장저항조직에 대해 "그들이 왜 테러를 감행할 수밖에 없는가를 고민하면서, 그들이 이라크 자유를 위해 싸우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많은이들이 "이라크 전쟁은 부당한 전쟁이지만, 무고한 사람을 죽인 그들도 죄를 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정작 자신의 아들을 잃은 마이클 버그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반전메시지를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가겠다"**

그는 이날 미 정부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반면, "전세계에 '평화'를 사랑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대책없는 슬픔에 머물러서는 안 되기 때문에, 부당한 전쟁으로 인한 무고한 희생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반전운동 일선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가 결심하고 처음 한 일은 반전메시지가 담긴 '뱃지'를 가슴에 다는 일이었고, 그의 집 대문에 "전쟁은 답이 아니다"란 팻말을 세우는 일이었다고 한다. 이날도 그의 가슴엔 반전뱃지가 달려있었다.

마이클 버그는 대문에 팻말을 세운 다음날 밖에 나가니 주위 이웃 중 5집도 똑같은 내용의 팻말을 세운 것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희망'과 '해야할 일이 어떤 것'인지 알았다고 했다.

마이클 버그는 아들의 죽음후 매우 바쁜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는 "대서양을 넘나들며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에서 반전주의자, 평화주의자들을 만나 이라크 전쟁의 허구성을 설파하고, 전쟁의 부당함을 널리 알리는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미 공화당 전당대회 때는 반부시 시위에 동참했고, 그 와중에 경찰에 의해 구속되기도 했다. 그는 그럼에도 "앞으로도 반전의 메시지를 원하는 곳에는 어떤 곳이든지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선과 악을 구분하기 시작할 때부터 나는 평화주의자였다"**

마이클 버그가 반전운동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선과 악을 구분하기 시작할 때부터 평화주의자였다"고 말했다. 다만 고교시절에는 '말'이 앞섰고, 대학시절에는 '행동'이 앞섰을 뿐이었다. 대학 졸업후에는 고등학교 교사로서 학생들과 반전운동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문제로 그는 학교에서 징계를 여러차례 받았다. 마이클 버그는 "학교에서 징계를 받았지만, 학생들은 나를 지지했고, 반전과 평화의 의미를 함께 공유했다"며 그 시절을 회상했다.

마이클 버그는 "앞으로 이라크 전쟁이 끝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반전운동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한국에 온 이유도 자신과 같은 슬픔을 느낀 김선일씨의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반전 메시지를 한국 국민들에게 전하고, 함께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세상이 바뀌기 원하는 자, 행동하고, 조직하라"**

마이클 버그는 이날 청중에게 '행동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운동의 스승으로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와 미국의 마르틴 루터 킹 목사을 삼고 있었다. 그는 간디의 말을 인용 "당신이 바뀌길 원하는 것이 있으면, 당신부터 먼저 변하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젊은이들은 조직하고, 행동하라"며 "지배세력은 젊은이들을 두려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가장 유효한 전술은 '비폭력 직접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클 버그는 "평화적인 직접행동을 상대는 가장 두려워 한다.또한 효과적이다. 이는 인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역사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비폭력 직접행동은 다음 몇가지 사항으로 구체화 됐다.

그는 "일단 자신을 바꾸는 것에서 운동은 출발해야 한다. 돈이 남는다면 자신의 생각와 일치하는 운동단체에 기부를 하고, 시간이 남는다면 단체에 가입해 자원 봉사활동을 하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주장은 '세상을 바꾸는 일은 멀리서 찾지 말고 가장 가까운 데서 찾으라'는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버그는 강연 마무리를 "지금 행동하라(Act Now)"를 세번 외치는 것으로 갈음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이 곳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 한 귀퉁이에서 불만을 토로하지만 말고, 자기 스스로 바뀌고 나아가라는 것이 그의 마지막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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