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최장집 "촛불집회는 민주주의의 '구원투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최장집 "촛불집회는 민주주의의 '구원투수'"

"시민들이 사회경제적 정책에 반응… 중요한 전환점"

촛불집회가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넘어서 정권퇴진 운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의 대표적 진보진영 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촛불집회가 한국민주주의에 던지는 의미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최 교수는 16일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강당에서 열린 '촛불집회와 한국의 민주주의' 토론회에서 "촛불집회가 민주주의의 제도들이 무기력하고, 그 중심적 메커니즘으로서의 정당이 제 기능을 못할 정도로 허약할 때 그 자리를 대신한 일종의 구원투수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촛불집회의 중요한 의미 중 하나는 시민들이 실생활과 직결된 구체적인 사회경제적 정책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라며 한국 민주주의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촛불집회, 민주주의에 있어 중요한 전환

최 교수는 "민주화 이후 한국의 정당들은 진보, 보수라는 그 이념적 호칭과는 별개로 시민들의 실생활문제와 직결되고 그에 기초한 대안적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갖지 못했다"며 "참여의 기반을 확대한다는 것은 그 동안 참여로부터 소외된 사회세력의 대표성을 넓히고 강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정치참여의 폭을 넓히고 이를 통해 제도의 변화를 가져왔어야 했다는 측면에서 볼 때 앞선 6월 항쟁이 남긴 유산은 그렇게 성공적인 것이라 평가할 수는 없다"며 "오늘의 촛불집회가 참여의 폭을 확대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한다면 그것은 21년 전 6월 항쟁이 남긴 긍정적 유산의 목록에 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촛불집회가 한국 정당들의 '대표성'의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통해 분출되고 있는 국민들의 요구가 사회경제적 정책들의 차이에 기반한 정당체제로 개편되는 쪽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촛불집회 원인은 대통령의 '무책임' 통치

최 교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발생한 원인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무책임 통치를 들었다. 최 교수는 "누구로부터 견제 받지 않는 무책임의 통치권을 행사하는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은 촛불정국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이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이 의회를 우회하고 민주주의의 제도적 과정을 뛰어넘으며 투표자들의 의사와 요구를 무시하면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대통령 명령에 의존해 통치하는 방식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촛불집회 정국에서 보게 되는 것은 한국에서의 대통령은 집권과 더불어 국익이 무엇인가를 정의하고 스스로의 결정을 실제의 정책으로 만들고 강력한 국가기구와 강력한 여론매체를 동원하여 이를 홍보하고 집행하는 상명하달식의 일방주의적, 권위주의적 결정방식을 당연시 해왔다는 것"이라며 "오늘의 정부와 집권여당은 민주화된 사회에서 이러한 방식의 정책결정이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허약한 민주주의 제도 대신 촛불이 대통령 압박

최장집 교수는 민주주의 제도가 정부의 권력을 효과적으로 견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오늘의 촛불집회는 한마디로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의 결과이고, 그러한 현상을 표징하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한 원인으로 강력한 국가와 제도적으로 강력한 대통령이 허약한 입법부, 허약한 정당에 대해 압도적 우위를 갖는 구조적 특성을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촛불집회의 정치적 성격과 의의에 대해 최 교수는 "선출된 통치자가 스스로의 공적행위를 시민에 대해 책임지도록 강제 내지는 압박하는 반대와 견제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촛불집회는 민주주의가 제도가 무기력할 때 그 자리를 대신한 '구원투수'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제도권 정치와 정당이 무력화되었을 때 시민사회의 의사를 결집하고 항의를 조직함으로써 권위주의적 권력행사와 정책결정에 결정적 제약을 가했다는 점에서 촛불집회가 한국민주주의 발전에 확실하게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촛불이 제기한 문제, 민주주의 강화로 풀어야

최 교수는 "이런 역할에도 불구하고 운동만으로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불충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무엇보다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라는 점이 다시 강조될 필요가 있다"며 "시민들의 정치참여는 최대한 광범해야 하고 이들의 삶의 조건을 반영하는 이익과 요구는 정당을 중심으로 한 자율적결사체들을 통해 최대한 광범하고 정책과정에 투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에서 운동이 민주주의 공고화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이 있지만 운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운동은 광범한 대중들의 의사의 분출과 강렬한 에너지 동원을 통해 강력한 권위주의적 권력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형성하거나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여러 대안들을 조정하여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는 지난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 교수는 "운동은 각 이슈들 간의 중요성의 우선순위를 위계적으로 배열하고 이에 기초해 정책의 추구를 일상화하는 것이 어렵다"며 "이슈가 출현할 때마다 시민들은 거리에 나설 수 밖에 없고 이명박 정부 임기 내내 한국의 민주주의는 국가와 운동 간의 충돌로 일관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은 강렬한 열정이 장기간 유지되기 어렵고 많은 열정과 비용을 수반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정당정치의 부재를 광장민주주의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민주주의를 '직접민주주의' 또는 '대통령소환제'의 요구와 같은 현실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어떤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민주주의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촛불집회로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민주주의 제도를 넘어서는 어떤 방법으로서가 아니라 그 제도를 더욱 강화하고 발전시키는 방법을 통해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