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금의 혼란정국으로부터 이명박 정권이 조기 탈출에 실패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심각하고 위험한 국민적 도전을 맞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을 갖고서 이 글을 쓴다. 필자는 일찍이 프레시안의 기고란을 통해 두 번에 걸쳐서 이명박 정권이 맞게 될 미래 운명에 대한 예고성(예시적 경고성)기고를 한 적 있다.
그 첫 번째 기고문은 "이명박 당선인은 한나라당의 노무현인가"(2008.2.15)이며, 두 번째 기고문은 "출범도 하기 전, 레임덕에 빠진 이명박 정부"(2008.2.18)라는 제하의 글이었다.
두 번의 기고문은 이명박 정부의 행태를 예측하는데 적중했고 이 글은 이명박 정권에 관한 세 번째 예고성 기고문이 될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솔직히 말해서 이번 글이 오늘 이후 이명박 정권을 예측하는데 실패하여 더 이상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것이 곧 국민성공시대를 예고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게 전개 될 것인지는 미네르바의 부엉이도 모를 일이다. 단지 그렇게 소망(?)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마음에서 프레시안에 세 번째 글을 기고한다.
6.3사태의 주역인 이명박
올해는 건국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리고 굴욕적인 한일 협정에 반대한 6.3 사태의 44주년이며, 87년 6.10항쟁의 21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금은 2008년 6월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6.3 사태의 주역이며, 6.10 민주항쟁의 치열한 투쟁현실을 목도한 동시대인이다.
그런 그가 지금 미국과의 잘못된 쇠고기 협상으로 인해 촛불을 밝히며 재협상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둘러싸여 있다. 이번 이명박 정권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협상으로 촉발된 광화문 촛불집회는 과거 한일 국교정상화로 인한 6.3 사태의 발생과 매우 유사한 측면이 있다.
미국과의 FTA 협상을 맺었던 전임 노무현 참여정부가 쇠고기 수입개방 협상을 중단하고 떠난 후, 후속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이를 타결시키자마자 이에 적극 반대하는 반정부 세력의 저항이 광화문 촛불집회로 나타났다면, 자유당과 민주당 때 진행되다가 중단된 한일회담이 공화당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서 재개를 결정하자, 한일 국교정상화를 반대하는 6.3사태가 즉각 촉발되었다는 점에서 두 사건은 매우 유사한 측면이 있다. 즉, 전임 정권에서 진행된 사항을 후임 정권이 받아 처리하는 과정에서 민심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채 외교정책결정을 내림으로써 곧장 정권의 위기를 맡게 되었다는 유사성에서 두 사건은 공통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시위에 대응하는 정부의 대응방식에도 흡사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오늘의 시국을 6.3사태와 비교하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한 후 작금의 문제 해결에 대한 타결책을 나름대로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이 대통령을 향한 5가지 의문
(의문1) 한일 협정을 매국외교라 부르며 이를 즉각 중지할 것을 요구하면서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그리고 일반 시민들로까지 반정부 시위전선을 확대해 나가는 6.3사태의 중심세대였던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자신이 저질렀던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개방을 매국외교라 외치면서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한 일반 시민들의 시위 현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의문2) 한일협정을 굴욕외교라 부르며 즉각 재협상에 나서라고 요구했던 과거의 이명박 대통령 자신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을 굴욕외교라고 부르며 즉각 재협상에 나서라고 요구 받고 있는 오늘의 이대통령 자신과의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의문3) 6.3 사태를 인혁당이 한일협정 반대 이슈를 선동하여 배후 조종함으로써 대한민국 정부를 기도한 반란 사건으로 몰아갔던 박정희 정권과 지금의 광화문 촛불집회는 좌파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의 이슈를 빌미로 삼아 반정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촛불집회의 배후를 밝히라고 요구한 자신의 정권과는 어떤 차이를 느낄까?
(의문4) 박정희 대통령은 6.3 사태를 진무하기 위해서 공화당 중앙위원회 건의를 받아 들여 9개 항목의 시국 대책과 더불어 전면 내각 개편을 단행했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광화문 촛불집회의 불길을 끄기 위해 어떤 시국대책을 발표할 것이며 어느 정도의 내각 개편을 단행할 것인가? 제3공화국 출범의 방탄내각으로 불린 최두선 총리의 내각이 물러나고 돌격내각으로 불리게 된 정일권 내각이 발족되었는데, 혹시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개각으로 더욱 강성내각을 구성하지는 않을 것인가?
(의문5) 박정희 대통령은 시위대의 한일국교정상화 중단 요구를 잠재우고자 전면개각을 단행하고 시위대의 반정부 시위가 누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동시에 계엄령을 선포하여 시위대를 무력진압 했었는데, 이명박대통령은 시위대의 반정부 저항이 완화되지 않으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대한민국 국민은 미국 시민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은 지금 광화문 촛불집회의 성격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이를 특별한 정파 혹은 정적들의 배후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심각한 현실 오판이다. 오판에 기초한 정책결정과 대응책은 민심을 달래어 국정을 안정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어 전 국민을 정권에 반항한 반란세력으로 규정하기 십상이며 이는 곧 물리력을 동반한 탄압정치와 공포정치라는 강수를 선택할 유혹을 배제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지금 경찰 병력이 곤봉을 휘두르며 집회 참여자들을 무차별적으로 내리치는 장면이 인터넷을 통해 일반국민에게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의 대한민국이 정부가 마음대로 언론 보도를 통제를 할 수 있었던 유신시대가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최소한 컴퓨터와 핸드폰 한 대씩을 소유하고 있는 세계 인터넷 초강국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전 세계에서 정보전달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가 지금의 대한민국이며 시민을 향하고 있는 합법화된 공권력의 폭력현장의 사진들이 무수한 시민들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이를 보는 일반 시민들 중 과거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던 지지자들까지도 현 정권에 대한 분노심을 극력 표출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이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 대한민국이 다시 경찰국가 혹은 새로운 폭력국가로 회귀하고 있다는 느낌표를 국민에게 던져주고 있다. 이런 강압적 대응은 대한민국 국민이 미국의 시민이 아니며 대한민국의 경찰이 미국의 경찰이 아니란 현실을 정확히 진단한 이후에 실행되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법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미국의 경찰처럼 우리의 경찰도 강력히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 할지 모르지만, 우리 국민들은 이런 경찰의 초강력적인 대응을 보면서 6.3사태와 6.10민주항쟁을 그리워 할 만큼 시대착오적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군부독재에 이어 새로운 재벌독재가 출현한 것으로 받아 들여 정부에 대한 저항의지를 더욱 강화시켜 나갈지도 모른다.
이 대통령의 철학, 모든 권력은 돈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은 더이상 주식회사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통령 역사 회사의 CEO가 아니며 국민주권의 대리인이자 관리자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인식으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대통령은 모든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는 모택동과 비견될 만큼 모든 권력은 돈으로 나온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방중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자 마자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손에 들려 있는 촛불은 누구의 돈으로 샀는지에 대한 의문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국정통치권자로서 주권자인 국민을 바라보는 그의 인식은 아직 정립이 되어 있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국가는 더 이상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자본주가 마음대로 운영하는 회사가 아니며, 국민들은 자본주 마음대로 고용하고 해고시킬 수 있는 회사원이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은 민의의 대변자이며 민심의 대리자일 뿐이다. 회사와는 반대로 이명박 대통령의 주인은 국민이고 이 대통령의 고용주는 국민이다. 이 대통령을 고용하고 해고하는 모든 권한은 오직 국민에게 있다. 그런 국민이 지금 성나 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는 고용주인 국민이 피고용인인 이대통령을 해고시킬 수도 있다는 시그널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이런 고용주(국민)의 목소리를 너무 안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이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아직 정권을 빼앗는 것 보다 지키는 것이 몇 배는 더 어렵고 힘들다는 국정운영의 비밀을 모르고 있다.
6.3사태와 6.10항쟁의 복합체, 2008년 촛불시위
오늘의 광화문 촛불 집회의 성격은 크게 두 가지의 특징을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6.3 사태와 6.10 항쟁의 요소의 복합적 성격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이라는 정부의 굴욕적 협상에 대한 외세 저항적, 주권 보호적 반정부투쟁이란 측면에서는 6.3사태의 요인이 강하며, 군부독재의 일방주의적 통치 행위에 맞서서 체제 민주화를 요구했던 민주화 세력이 이제는 재벌독재를 향해 '식탁민주화'를 외치는 '생활 안보적 시민세력'들로 거듭나 반정부투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6.10 항쟁의 정신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즉, 지금의 성난 민심과 분노심이 6.3 사태와 6.10 항쟁 보다도 훨씬 반정부 시위의 규모와 강도에서 크고 강해질 수 있다는 워닝이다. 결국 이 한마디 말을 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국민을 반란 수괴로 몰고 가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 걱정되며 시위 현장에 예비군까지 등장한 사실의 위험성을 이 대통령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번 문제를 해결하여 정국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첫째,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개방 협상이 정부의 주장대로 옳은 선택이었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광화문 촛불집회장에 모인 국민 앞으로 직접 나가 마이크를 들고 국민을 설득하는 용기를 보여 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정부의 협상방식에 오류와 문제점이 있었다는 점을 자인한다면 이를 솔직히 국민 앞에 공개하여 사죄를 구하고 미국과의 재협상을 벌이겠다는 약속을 국민에게 해야 한다. 지금 생활정치 시대에 대통령의 이런 행태는 결코 무모하거나 모험적인 일이 아니다.
둘째, 이런 대국민을 향한 액션을 통해 국민과의 소통문제를 해소한 이후, 이명박 정부의 내각에 대한 국민적 불만과 불신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히 파악한 후, 민심의 수준과 요구에 맞는 내각 개편을 전면적으로 단행해야 한다. (지역, 이념, 계급, 투기, 무능의 문제 등) 그러나 첫째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둘째 조치를 취할경우 그 조치의 정도가 파격성을 갖는다 하더라도 민심을 진무시키는데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특히 초동단계에서 민심의 불길을 진압하지 못할 경우에는 6.10 항쟁에 버금가는 국정혼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며, 지금의 시위 현상은 6월 10일을 향해 번져 나갈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결국 제 2의 6.29 항복선언과 같은 충격적인 대국민 선언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될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금 식탁안보와 건강주권을 지키려고 새벽 광장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던 젊은이들의 그 순수한 몸짓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도 눈빛은 맑고 밤새껏 외쳐대도 그 목소리는 쉬지 않는 젊은 시민의 소리에 이명박 정권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권의 생각도 젊어져야 한다. 일찍이 돈도 권력도 이념 싸움도 아닌 자신들의 자존심과 건강주권에 저토록 열광하는 젊은 시민들의 함성을 이명박 정권은 좌파와 야당의 배후 조종운운으로 이들의 순수성을 이념화 무장화 시키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광화문 촛불 집회가 더 이상 6.3 사태와 6.10 항쟁의 복합적 성격으로 악화되지 않으며, 제2의 6.29 항복선언을 요구하는 최악의 상황으로도 발전되지 않을 것이다. 현정부로부터 특단의 대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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