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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이명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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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이명박 대통령

[기자의 눈] 청와대에 꼭꼭 숨은 '2MB'

▲경찰은 청와대로 가는 모든 길목을 의경과 버스를 동원해 이중, 삼중으로 가로막았다. 시민들이 버스 위로 오를 것을 대비해서 버스 위에도 무장 의경을 세웠다. ⓒ프레시안

오후 9시께부터 청와대 앞에서 촛불을 둔 50여 명의 시민이 경찰과 오후 12시 현재 3시간 가까이 대치했다. 시민들이 가는 곳마다 경찰은 버스와 무장한 의경을 동원해서 막았고, 시민들은 또 다른 골목을 찾아 촛불을 들고 헤맸다. 결국 시민들이 멈춰선 곳은 옥인동 참여연대 앞. 시민들은 그곳에서 촛불을 들고 "협상 무효, 고시 철회"를 외치고 있다.

경찰과 시민의 이런 '숨바꼭질'은 일찌감치 예정돼 있었다. 7만 명이 넘는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자 경찰은 아예 청와대 '사수'만을 유일한 목표로 삼았다. 광화문 인근에서 청와대로 가는 모든 길목은 오후 7시께부터 경찰 버스로 막혀 시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무장한 의경은 버스와 버스 사이 틈은 물론 버스 위까지 올라가 청와대 진입을 차단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중국에서 귀국하자마자 촛불 집회 보고를 받고 "촛불은 무슨 돈으로 사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런 이 대통령의 반응을 접한 한 시민은 촛불 집회에 이런 피켓을 들고 나왔다. "내 돈으로 촛불 샀다, 배후는 양초 공장!"

이런 이명박 대통령의 반응은 청와대를 둘러싼 경찰과 버스를 보면서야 비로소 이해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볼 수 있는 눈, 귀가 차단되었다.
▲청와대 바로 앞에서 촛불을 들고 인도에 서있던 시민을 경찰이 연행하는 과정에서 한 여성이 실신했다. ⓒ프레시안

이명박 대통령이 즐겨 읽는 것으로 알려진 <조선일보>, <문화일보> 등은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의 문제점은 물론이고, 한 달째 계속되는 촛불 집회를 놓고도 제대로 된 보도를 한 적이 없다. 그렇다고 이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인터넷에 능숙한 것도 아니다. (이 대통령이 컴퓨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은 취임 초의 해프닝으로 잘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을 둘러싼 청와대 비서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청와대 비서들과 얘기를 해보면 도대체 인터넷 공간을 비롯한 여론을 제대로 아는 이들이 없다"며 "항상 <조선일보>만 보는 사람들만 모여 있으니 이 지경이 된 것"이라고 답답함을 터뜨렸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는 것도 아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이 대통령을 만나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나온 게 여러 언론을 통해 조롱거리가 된 적이 있다. 이처럼 이명박 대통령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청와대 앞에서 '기습' 촛불 집회를 준비한 시민들은 한결같이 "답답해서" 이렇게 나왔단다. 청와대 앞에서 촛불을 들면 이명박 대통령 눈, 귀에서 사태의 심각함이 전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것. 청계광장, 서울광장에서 기를 쓰고 청와대로 오려는 시민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희종 교수는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최근 한 토론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에 비유했다. 모두가 벌거벗은 줄 아는데 혼자만 좋은 옷을 입고 있다고 착각하는 그 '벌거벗은 임금님'이 지금 이 대통령의 모습과 똑같다는 것.

이렇게 세상과 차단된 이명박 대통령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 시민의 구호도 "쇠고기 재협상"에서 '이명박 물러가라"로 바뀌고 있는데, 계속 이명박 대통령은 실체가 없는 '배후' 타령이나 하면서, 영문도 모른 채 <조선일보>만 손에 쥐고 떨고 있으니…. 답답하고, 답답하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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