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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들이 외친다, 이명박은 물러나라!

[홍성태의 '세상 읽기'] 촛불 키우려 최선 다하는 정부

이명박 정부가 결국 '광우병 정책'을 강행한 다음 날이었기 때문이었을까, 강한 황사가 몰려와서 하늘이고 산이고 가리지 않고 모두 뒤덮어 버렸다. 아침 일찍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서 이명박 정부가 강행하는 또 다른 '광우병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콘크리트 운하 계획에 대처하기 위해 학계, 종교계, 시민사회의 연석회의가 열렸다. 회의가 끝나고 길에 나서서 광화문 쪽을 보니 청와대는 강한 황사에 파묻혀 흐릿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모습이야말로 잘못된 정책들로 계속 국민들을 괴롭히고 있는 청와대의 실상인 것 같았다.

어느덧 이명박 정부의 발족 100일을 맞게 되었다. 아직 100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이미 심각한 피로와 고통을 토로하고 있다. 어렵디 어렵게 이룩한 민주주의의 후퇴와 위기에 대한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한반도 대운하' 계획과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을 강행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세가지 특징을 명확히 드러냈다. '무능력, 무책임, 그리고 철면피'가 바로 그것이다. 이 나라의 정치와 정부가 엉망이었다고 해도 이토록 무능력하고 무책임하고 철면피한 정부는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마도 '강부자' 내각/수석의 능력은 '표절과 투기, 그리고 거짓말'뿐인 것 같다.
▲ 결국 시민들이 밤 거리를 행진하며 '이명박은 물러나라!'고 외치게 되었다. 잘못된 권력에 맞선 생활정치의 폭발이다. ⓒ프레시안

사고와 관련해서 많이 논의되는 것에 '하인리히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1930년대 초 미국의 보험회사 관리자였던 H. W. 하인리히는 사고를 분석해서 '1 대 29 대 300'이라는 법칙을 발견했다. 하나의 대형사고가 발생하기까지 29건의 작은 사고들이 발생했고 300건의 이상징후들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하나의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많은 예후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가 올바르게 대처한다면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처지에서 보자면, 촛불시위는 '대형사고'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기 전에 '강부자' 내각/수석에 대한 비판, 어이없는 '어륀지' 교육에 대한 비판, 그리고 망국적 '한반도 대운하' 계획에 대한 저항 등이 거세게 일어났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이 모든 '예후'를 완전히 무시했다.

징그럽게도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 고시를 강행하는 순간까지 시민을 우롱하고 거짓말을 했다. 5월 30일 밤,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는 이 사실을 널리 알렸다. 이명박 정부는 소장 끝 부분을 조직 검사해서 림프소절이 보이면 반송조치토록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림프소절은 소장의 모든 부위에서 보이는 것으로 수의학교과서는 가르치고 있다. 정부도 당연히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소장 끝 부분의 조직검사로 광우병 여부를 가릴 수 없으며, 이 결과로 반송조치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명박 정부, 정말이지 해도 너무 한다. 아예 '해도 너무 하는 정부'로 이름을 바꾸는 게 어떨까?

아무래도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그야말로 뿔과 발굽을 빼고는 소의 모든 것을 먹는 민족이다. 골, 허파, 지라, 간, 염통, 천엽, 양, 장, 우랑, 사골, 꼬리 등 소의 모든 것을 우리는 참 맛있게도 먹는다. 그런데 이제 이 모든 것을 먹지 못할 수 있다. 안전하다는 정부의 말을 그냥 믿고 맛있게 먹다가는 끔찍한 광우병에 걸려서 비참하게 죽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 문제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시민들을 속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광우병 룰렛'을 강요받게 되었다.

사실을 깨닫고 사람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학습하고 정부에 항의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기껏 괴담론과 선동론을 주장했을 뿐이다. 괴담론은 사실상 '국민을 바보로 모는 것'이고, 선동론은 '국민을 적으로 모는 것'이다. 여기서 드러난 것은 이명박 정부가 지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너무나 무능하다는 사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도 오만과 독선의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적으로 무능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커다란 생명의 위험을 깨닫고 이것을 해소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이 당연한 요청을 괴담과 선동의 탓으로 몰아 붙이면서 계속 거짓말을 해댔다.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는 이런 문제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

먼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10대들을 비롯해서 시민들이 펼치고 있는 것은 절박한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생활정치이다. 그것은 보수나 진보의 이념을 주창하는 이념정치가 아니고, 여당이나 야당을 지지하는 권력정치도 아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그저 이념정치와 권력정치의 편견에 사로잡혀 생활정치의 전개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더욱이 광우병은 그야말로 모든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광우병에서 비롯된 생활정치는 엄청난 폭발력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지금 매일 밤마다 전국 곳곳에서 목격하고 있다. 그 '배후'는 국민을 우습게 여기면서 미국을 사랑하고 또 무서워하는 이명박 정부 자신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하기 위해 진실로 애쓰기는커녕 오히려 시민들을 계속 모욕한 결과로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를 시민들의 생명을 지켜주려 하지 않는 정부로 여기게 되었다. 10대의 촛불은 곧 부모의 촛불이 되었고, 호소의 촛불은 곧 분노의 촛불이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중국의 지진현장을 방문해서 '나도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수많은 시민들이 매일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보수언론, 뉴라이트는 생활정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시민들이 밤 거리를 행진하며 '이명박은 물러나라!'고 외치게 되었다. 잘못된 권력에 맞선 생활정치의 폭발이다.

위험을 댓가로 풍요를 누리는 현대 사회에서 이념정치와 권력정치는 종래와 같은 위세를 잃고 대신에 생활정치가 널리 확산된다. 이명박 정부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이러한 정치의 변화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는 현대 사회의 필수적 기능인 위험관리와 위험소통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1년 뒤에는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식의 주장에서 드러나듯이, 어떻게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제성장만 이루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1년 뒤에 경제는 더 나빠질 것이다. 특히 경기부양을 위해 망국적 '대운하' 계획을 강행하면 재정은 더욱 더 왜곡되고, 물가는 더욱 더 인상되고, 결국 경제는 또 다시 파국을 맞을 것이다.

촛불들은 이명박 정부의 문제를 환히 드러내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거짓말을 계속했다. 시민의 저항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응은 어느덧 비난과 협박의 단계를 넘어서 폭력의 단계에 이르렀다. 이명박 정부는 절박한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최소한의 요청조차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전국 곳곳에서 매일 밤마다 수많은 시민들이 '이명박은 물러나라!'고 외치고 있다. 혹시 이명박 정부는 이 외침이 가능한 빨리 커지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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