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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평론을 말하다

[특집] 다큐멘터리 <이정하를 찾아서>를 시작하며

다큐멘터리 <이정하를 찾아서> 제작기의 연재를 시작한다. 이 다큐는 프레시안과 동의대학교 영화학과가 함께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1996년 갑자기 절필을 선언한 영화평론가 이정하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내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정하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정하 평론가를 찾아가는 제작진들의 여행기가 보다 더 중심된 내용이며 그 과정에서 만나는 국내 영화평론가들과의 인터뷰가 중점적으로 다루어진다. 쉽게 말해서 이정하는 핑계이자 모티프일 뿐 이 다큐의 진정한 기획의도는 영화평론가의 세계를 다루고자 함에 있다. 영화평론가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이 제작기는 다큐 제작과 동시에 진행돼 게재된다. - 편집자 주
프롤로그 주제넘게도 다큐멘터리를 하나 만들기 시작했다. 시작하는 순간, 이거 정말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터라 되물릴 수도 없는 처지가 됐다. 함께 다큐를 만들고 있는 스탭들(이라고 하기에 아직 영화과 4학년 학생들이어서 정식 스탭으로 부르기가 좀 뭣하지만)에게 시작 전에 몇번이고 얘기했었다. "이거 말야. 빽도가 불가능한 거거든. 일단 시작하면 무조건 고를 해야 해. 그러니까 할지, 말지 분명히 마음을 정하고 하자고!" 그렇게 몇번이고 다짐을 하고 시작을 했지만 순간순간 그런 마음이 든다. 이걸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아무리 태도가 내용을 결정한다지만 이걸 정말 의지만으로 해낼 수 있을까.
런어웨이
다큐멘터리 제목은 <이정하를 찾아서>다. 평론가 이정하. 1996년 이후 절필을 선언한 이후 완벽하게 영화평론계를 떠난 인물. 그때 그 사건. 김성수 감독의 영화 <런어웨이>를 둘러싸고 벌어진 공방. 영화에 대한 이정하 씨의 비판이 영화계의 反비판으로 이어졌고 그 아우성의 와중에서 스스로 평론활동을 정리한 사람. 그리고 이정하는 거의 완벽하게 잊혀졌다. 항간에는 대목장 밑에서 목수 일을 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마저도 확실치 않다. 다큐 <이정하를 찾아서>는 바로 그 이정하를 찾아 다니는 일종의 로드무비인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이정하를 만나자는 것은 아니었다. 이정하 씨를 수소문하는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서 얻은 우리의 결론은, 우리가 꼭 이정하와 무릎맞춤을 하고 앉아서 '그때 일'을 회고하거나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옛날 상처, 들추면 뭐하겠는가.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그보다 더 흥미로웠던 건 다른 평론가들에게 이정하 씨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얻었던 반응들이었다. 대다수의 영화평론가들이 그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으며 그 기억을 통해 지난 10년의 영화평론 역사를 사유하더라는 것이었다. 영화평론가로서 우리는 지금 과연 어떤 위치에 있는가, 영화작가와 대중관객 사이에서 영화평론은 올바른 '긴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영화평론가로서 산다는 것은 진정코 무엇을 의미하는가, 영화평론가는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인가, 먹고 살 수나 있는 것인가 등등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돌이켜 보면 영화감독에 대한 이야기, 혹은 지난 20년간 변화에 변화를 거듭해 온 국내 영화산업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저렇게 여기저기서 많이 해왔던 셈이다. 하지만 정작 이를 기록하고 평가하고 비판했던 영화비평가들에 대해서는 단 한줄도 제대로 정리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누군가 이걸 한번 시도해 봐야 한다고 느꼈고, 그 누군가는 평론가들 스스로가 되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정하를 찾아가는 길' 속에서 국내 대다수의 영화평론가들과 만나게 됐던 건 그때문이다. 로드 다큐멘터리가 인터뷰 다큐멘터리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지금껏 많은 평론가들을 만났다. 정성일,허문영,전찬일,김시무,김영진,이상용,강유정, 그리고 김이석 등 부산영화평론가협회 회원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변인식 선생과 김종원 선생도 만나야 하고 김홍준 감독이나 박찬욱 감독처럼 한때 유명 평론가로 이름을 날렸던 인물들도 만나야 한다. 전업평론가의 길을 걷고 있는 김봉석 같은 사람도 만나야 한다. 지금까지의 인터뷰만으로 봤을 때 이 다큐는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큐 아이템이 워낙 훌륭해서? 천만에. 여기에 등장하는 평론가들 때문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영화는 여전히 종교이자, 꿈이자, 짝사랑의 대상이다. 이런 순수한 열혈 씨네필들이 있는 한 우리 영화의 미래는 결코 비관적일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아마도 그런 사실들은, '언젠가' 완성될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 다큐를 끝낼 수 있을까. 이정하 씨가 이 얘기를 들으면 버럭 화를 내지 않을까. 우리는 과연 그를 만날 수 있기나 한 걸까. 모두 이 작품의 완성에 조금이라도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 주시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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