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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룰렛 강요하는 MB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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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룰렛 강요하는 MB 정부"

[홍성태의 '세상 읽기']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디어 헌터>(1978년)는 미국의 베트남 패전을 그린 훌륭한 영화다. 이 영화는 함께 사슴 사냥을 다니던 순박한 시골 친구들이 베트남 전쟁이라는 참혹한 침략 전쟁에 강제 동원돼 어떻게 망가졌는가를 가슴 아프게 그렸다. 그 상징으로 활용된 것이 '러시안 룰렛'이다.

'룰렛'은 숫자가 쓰인 바퀴를 돌려서 숫자를 알아 맞추는 사람이 돈을 따는 도박이다. 러시안 룰렛은 회전식 권총에 단 한 발의 총알을 장전하고 탄창을 회전시켜서 머리에 총을 쏘아 살아남는 자가 돈을 따는 죽음의 도박이다. 러시안 룰렛에 참가하는 사람은 극단적 공포에 시달리다가 미치기 십상이다. 포로로 잡힌 한 친구는 강제로 러시안 룰렛 도박사가 되었고, 러시안 룰렛을 거듭하다가 마침내 미쳐 버렸고, 결국 친구 앞에서 죽고 만다.

광우병 위험이 큰 미국 쇠고기의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절박한 촛불 집회가 20일 넘게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담화를 발표해서 '사과'한다고 말은 했지만, 그 내용은 사실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국민들은 광우병 위험의 공포에서 해방시켜 달라고 요구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그냥 광우병 위험 속에서 살라고 했기 때문이다. 무슨 이런 대통령이 다 있나? 대통령의 역할이 국민들을 광우병 위험 속으로 밀어 넣는 것인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보수언론, 뉴라이트 등의 행태는 국민에게 러시안 룰렛과 같은 광우병 룰렛을 강요하는 것이다. 정말 끔찍하다.
▲베트남 전쟁으로 평범한 젊은이들이 망가지는 과정을 그린 영화 <디어 헌터>. ⓒ프레시안

광우병은 소량의 변형 프리온을 섭취하는 것으로도 걸리는 치명적 전염병이다. 변형 프리온은 바이러스처럼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것은 아니지만 먹이사슬을 통해 돌고 돌기 때문에 바이러스처럼 언제 어디서나 병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무서운 병이 어떻게 일어나는가, 미국이 이 병의 관리에 얼마나 취약한가,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얼마나 우습게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을 허용했는가 등에 대해 국민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 나라는 국민들의 지적 수준이 높다는 점에서, 그리고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너무나 빠르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손꼽는 지식사회이다.

나는 지난 번 글에서 "잘못을 지적하는 국민들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비난, 협박, 폭력의 순서로 전개되곤 한다"고 지적했다. 비민주적 정부일수록 이 지적은 타당할 것이다. 민주적으로 선출되었을지라도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래도 이명박 정부가 그 좋은 실례가 된 것 같다. 광우병 룰렛을 강요받고 그냥 넘기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결코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보수언론, 뉴라이트는 국민들에게 그렇게 비정상적인 사람이 되라고 자꾸만 강요한다. 국민들이 이에 계속 맞서자 이명박 정부는 마침내 비난과 협박의 단계를 넘어서 노골적인 폭력을 행사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번의 촛불 집회에 대한 배후를 밝혀서 엄단하겠다고 한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그 배후는 바로 이명박 정부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세계 최초로 광우병 위험이 큰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을 결정했다. 당연히 광우병 룰렛을 강요받은 국민들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잘못을 반성하고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멀쩡한 국민들을 괴담과 선동에 현혹된 바보들로 몰아붙이고 계속해서 광우병 룰렛을 강요했다.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게 된 것은 그저 당연할 뿐이다. 치명적인 광우병 룰렛을 강요한 것은 이명박 정부이고, 잘못의 시정을 거부한 것도 바로 이명박 정부이다.

광우병 룰렛의 공포를 무마한답시고 이명박 정부는 확률을 운운하고 있다. 아무리 확률이 낮다고 해도 이명박 정부가 결정한 대로 광우병 위험이 큰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한다면 반드시 광우병은 발생하고 말 것이다. 미국인들도 먹지 않는 30개월 이상 쇠고기와 각종 위험부위를 모두 수입하면서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잡으려 하는 것보다 더 황당한 짓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공포는 사라질 수 없다. 김진홍 목사는 자기도 미국에서 쇠고기를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 도대체 문제나 제대로 알고 거들었으면 좋겠다. 문제는 30개월 이상 쇠고기와 각종 위험 부위이다. 김진홍 목사가 1년 정도 이것들을 열심히 먹고 5년 뒤에도 괜찮다면 나도 다시 생각해 볼 용의가 있다.

러시안 룰렛이 비인간적이라면 광우병 룰렛은 비인간적일 뿐더러 반국민적이다. 국민들에게 이런 몹쓸 짓을 강요하는 것은 정부의 존재 이유를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는 것이다. 정부의 존재이유는 무엇보다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아닌가? 광우병 위험이 큰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은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을 광우병 룰렛에 시달리게 하는 나라는 이미 심각한 발전의 문제에 빠진 나라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분명히 대대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촛불은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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