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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리얼리즘, 유럽사회의 폐부를 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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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리얼리즘, 유럽사회의 폐부를 찌르다

[Film Festival] 로랑 캉테의 작품세계

로랑 캉테(47)는 종종 '프랑스의 켄 로치'에 비유되곤하는 감독이다. 사회성이 강한 논쟁적 영화들을 꾸준히 발표해온 데다가, 현실과 드라마의 경계가 모호하고, 비직업배우들을 선호하는 성향 등 때문이다. 지난 2001년 <인력자원부>를 가지고 광주국제영화제를 찾았을 때 캉테 감독은 "켄 로치는 내가 무척 좋아하는 감독"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는 투사이며 영화마다 메시지가 분명한 반면 나는 질문을 던지되 대답을 주지는 않는다"라고 차별화를 강조하기도 했었다. 캉테는 프랑스 근교 소도시 멜에서 태어나 영화학교를 졸업한 후 시나리오작가, 촬영감독, 단편영화감독 등을 거쳐 99년 노동문제를 다룬 <인력자원부>로 장편데뷔했다. 이 작품은 당시 프랑스 사회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던 주35시간노동제 도입을 주제로 한 것이었다.
인력자원부
영화 주인공은 20대 초반의 프랑크 (자릴 레스페르). 파리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그는 졸업을 앞두고 고향에 돌아와, 아버지가 30년 동안 근무했던 공장의 관리 부서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늙은 아버지는 똑똑한 아들이 자랑스럽다. 하지만 프랑크는 정부시책에 따라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주당 35시간 근무제가 아버지를 비롯한 다른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게 하는 시스템임을 깨닫은 후 고민하게 된다. 영화는 이제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젊은이가 부딛히는 거대한 체제와의 충돌, 가족 및 인간관계 속에서의 갈등 등을 섬뜩하리만치 리얼하게 담아내고 있다. 캉테는 이 작품으로 베니스 영화제, 유럽영화제 등 각종 상을 휩쓸며 단숨에 프랑스 영화계의 대들보가 됐다. 그의 두번째 장편영화는 2001년작 <시간의 사용>. 해고 당한 사실을 숨긴채 마치 유엔기구에 취직한 양 주변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가는 전직 경영 컨설턴트의 일상을 따라간 작품이다. <인력자원부>보다는 메시지가 덜 강렬하기는 하지만 사회와 개인간의 괴리감, 계급적 추락의 공포 등을 담아냈다는 점에서는 캉테의 일관된 관심사를 확인할 수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있다. <시간의 사용>은 2001년 베니스 영화제 '돈키호테 상'을 수상했고, 2003년 미국 인디정신상에서 최우수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남쪽으로
캉테 감독은 세번째 영화 <남쪽으로>에서 뜻밖의 변신을 감행한다. 앞의 두 작품이 모두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냈다면, 이 작품은 한 여성의 에로티시즘을 정면에서 그리고 있기때문이다. 영국 중견배우 샬로트 램플링이 80년대 아이티에서 한 남성을 통해 비로소 육체의 언어에 눈을 뜨는 불문학 교수로 등장한다.캉테는 이 영화에서 정치 사회적 색채를 거의 배제하는 듯하면서도, 결국에는 욕망을 통해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묘한 경계를 은연 중 드러내고 있다. 범죄와 부패, 독재로 얼룩진 아이티를 무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캉테의 문제의식을 느낄 수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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