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귀에 경 읽다가, 쇠뿔 뽑는다.
하나의 촛불은 미약할지 모르나, 하나가 된 촛불은 강하다. 쇠귀에 경 읽기가 되어버린 미국 쇠고기 수입 재협상 요구는 이제 바야흐로 "국민 저항권"의 수준으로 번질 기세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쇠뿔도 단김에 빼버리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미미한 줄 알았던 촛불이 걷잡을 수 없는 들불이 될 형국인 것이다. 청계천과 광화문, 그리고 청와대로 가는 길은 오늘의 역사가 어디로 갈 것인가를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 되고 있다.
호미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되어가고 있다. 직업적인 운동권 조직이 아니라, 시민들의 자발적 거리 시위행렬은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 수명을 가차 없이 겨냥하고 있다.
하나의 촛불과 하나 된 촛불, 그 힘
이러다 말겠지 하고 넘겼다가는 어어 하는 사이에 복구가 불가능한 지점까지 가고 말 것이다. 밟으면 밟힐 것이라고 여겼다가는 도리어 밟히고 말 것이다. 그간 배후 운운으로 촛불 집회를 왜곡해오던 보수 언론 조-중-동 마저 국민적 분노로 인한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지, 주춤거리면서도 이명박 정부의 실책을 어설프게나마 짚어내기 시작하고 있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힘겨운 백성들이 더는 참지 못하고 거리로 나와 이명박 탄핵을 외치고 물러나라고 말하기까지 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시민 불복종 운동이다. 이를 자초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게는 그 어디에도 퇴로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의지를 모아 미국과 마주하여 재협상을 할 것인지, 아니면 국민과 대치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어느 쪽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공공부문 파괴 정권인가?
이명박 정권이 이렇게 위기에 이르고 있는 것은 비단 미국 쇠고기 문제 때문만 아니다. 이른바 공기업 민영화 개혁은 대자본과 외국 자본에게 국민적 이권을 넘겨주는 공공부문의 파괴행위다. 공공부문의 애틋한 지원을 받아야 할 서민생활을 벼랑으로 몰고 가는 이 같은 결정은 날이 갈수록 꺼질 수 없는 분노를 사게 될 것이다.
CEO출신이 국가를 경영하면 경제가 나아질 것으로 믿었던 국민들은, 그 CEO와 친한 자들에게만 돈 벌 구멍을 계속 만드는데 전력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실체를 생각보다 일찍 알아챘다. 신자유주의가 무엇인지와 관련해서, 이명박 정권은 국민에게 역설적이게도 모범적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판로 막힌 미국 쇠고기 재고처리장 된 한국인의 입
이명박 정권은 국정의 중심에 들어선 이후 단 하루도 국민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은 날이 없다. 인수위가 영어를 가지고 허튼 소리를 하기 시작하더니 기껏 모았다는 내각은 축재에 몰두해온 인물들이 총집결했다는 인상을 주는데 아낌없이 성공했다. 대충 눈속임으로 하려던 대운하 기만책도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공교육을 사교육 시장의 제물로 삼는 정책을 펼치더니 급기야는 미국에서도 처리되지 못해 판로가 막힌 쇠고기를 한국인들은 그냥 죽든지 말든지 잡수시라고, 이 나라를 미국 쇠고기 시장의 재고 처리장으로 만들어버릴 작정을 하고 나섰다. 한-미 FTA는 결국 이런 현실의 확대판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점차 깨우쳐 가고 있다.
내세우는 것마다 반발과 불신 초래
도대체가, 이명박 정권에게 권력은 외국 대자본과 내부의 가진 자들의 요술방망이쯤으로 생각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 방망이를 잘못 휘두르다가 지금 온 몸에 혹을 계속 붙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지금 누구도 반기지 않는 이상한 혹부리 영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나 할까?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매일 버림받고 있는 중이다.
취임 100일은 대통령제 아래에서는 향후 4-5년 정국 운용의 기초가 보이는 시간이다. 이 기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정의 큰 줄기가 명료하게 정리되고 이를 추진할 신뢰를 확고히 얻는 일이다. 이명박 정권은 이 두 가지에서 모두 실패했다. 내세우는 정책마다 국민적 반발과 불신을 초래했고 민심의 절실한 요구가 무엇인지를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
맹렬하게 거꾸로 가는 차, 결단 너무 늦지 말라
이런 시간이 지나면서 이명박 정권이라는 배를 민심의 바다가 뒤흔들고 있다. 전임 대통령의 탄핵을 막아냈던 국민들이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 탄핵의 깃발을 들고 나서려 한다. 이걸 가볍게 본다면 여전히 앞뒤 구별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갈 줄 알고 액셀레이터를 힘차게 밟고 있는데 차는 맹렬한 속도로 거꾸로 가고 있다. 운전자는 스스로 위험해지고 있다.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단이 너무 늦으면 소용없다. 아무리 자체적으로 고민해도 난국 수습의 지혜가 없다면, 각 정치세력과 시민사회를 모두 포괄해서 그로부터 터져 나오는 진솔한 소리를 깊이, 그리고 겸허하게 들으라. 먼저 이것부터 하지 못하면 방향전환의 기회와 지침은 실종되고 말 것이다. 그 다음 이명박 대통령을 기다리는 것은, 인생 후반기의 평안을 위해 빨리 다른 일을 알아보는 수순이 될지 모른다.
국민과 싸워 이기는 권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긴다고 여긴 권력은 비참해졌다. 모를 리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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