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공공기관 CCTV는 '불법 몰래 카메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공공기관 CCTV는 '불법 몰래 카메라'?

불법적인 음성녹음… 사전공지 규정도 어겨

TV 프로그램 속에서나 볼 수 있던 몰래 카메라가 우리 일상 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뚜렷한 기준이나 원칙 없이 무분별하게 CCTV를 설치해 일반인들을 촬영하고 심지어 일부 기관에서는 불법적으로 음성까지 녹음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지난 3월 놀이터·공원에까지 CCTV를 확대 설치한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학교 폭력 대책으로 2010년까지 전국 초중고교의 70%에 CCTV를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범죄 대책'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시민단체는 정부가 CCTV의 남용이 초래하는 인권침해에 심각한 불감증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38개의 시민단체로 이뤄진 인권단체연석회의는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총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 CCTV 실태를 공개하며 "공공기관 CCTV가 몰래 카메라처럼 남용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음성녹음, 설치사실 미공지 등 위법적 운영

연석회의는 이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행정안전부가 2월에 작성한 '공공기관 CCTV 관리실태 현장조사 결과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서울시청, 강남구청, 서울지방경찰청, 서울도시철도공사 등 14개 기관에 설치된 CCTV 관리실태를 조사한 것으로 지난 해 11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CCTV 관련 조항이 신설된 후 처음 실시된 현장실태 조사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14개 기관은 방범, 쓰레기 투기 방지, 시설물관리 목적으로 1만 2778대의 CCTV를 운영하고 있다. 시설관리공단과 화성시청에 설치된 171대의 CCTV는 음성녹음 기능을 사용하고 있었고, 전체 1만 2778개의 CCTV 중 64%는 설치 이전에 일반인에게 설치사실을 공지하지 않았다. 음성을 녹음하고 설치 사실을 사전에 공지하지 않은 것은 모두 위법이다.

또 1만 개에 이르는 CCTV는 줌과 회전 기능 등 특수기능을 사용하고 있어 'CCTV는 설치목적을 넘어 카메라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추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연석회의는 "법률에는 '범죄 예방 및 교통단속 등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라는 모호한 이유를 대고 있어 사실상 대부분의 CCTV를 용인하고 있다"면서 "CCTV가 오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초 설치될 때부터 목적 외의 용도로 설치되거나 사용할 수 없도록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연석회의는 "음성녹음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기 때문에 즉각 중지되어야 한다"며 "관련 책임자에 대한 징계와 처벌이 즉시 이루어져야 하는데 단순한 권고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 38개의 시민단체로 이뤄진 인권단체연석회의는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총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 CCTV 실태를 공개하며 공공기관 CCTV가 몰래 카메라처럼 남용되고 있는 현실을 규탄했다.ⓒ프레시안

'주먹구구식' 화상정보 제공…정부는 규제 완화 추진 중

또 이들 기관들은 개인화상정보를 타 기관에 제공할 때 관리대장에 기록하는 등의 절차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연석회의는 "촬영본이야말로 개인들의 사생활과 화상 정보가 담긴 소중한 기록일텐데 대장조차 작성하지 않았다"고 문제제기하면서 "타기관에 제공할 때 수사기관의 요구가 있더라도 명확한 법률적 근거가 제시되어야 하며, 방송사 제출용을 비롯해 법률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제공은 즉각 중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석회의는 이 조사가 모두 5일 안에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14개 기관 1만 2778개의 카메라를 대상으로 한 현장조사가 그 짧은 기간 안에 이뤄졌다는 것은 부실 조사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전체 공공기관 CCTV의 실태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CCTV 설치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연석회의는 "정부가 사전협의제 적용, 안내판 설치 대상 조정, 음성녹음 예외 인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도 개선을 연구할 예정이라고 한다"며 "이는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CCTV 확대 방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며 "특정 부처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설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적어도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수준으로는 법적인 보호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 CCTV 설치목적을 법률로 명확히 규정 △ 사전, 사후 고지 및 촬영대상자의 동의절차 마련 △ 녹화·보존된 내용의 정확성 확보 △ 녹음기능 불가 △ 녹화기록물의 제3자 제공 시 엄격하게 규제 등 11개 조항을 담은 정책권고안을 내놓은 바 있다.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중, 2007년 11월 신설·개정된 CCTV 관련 조항

제4조의2 (폐쇄회로 텔레비전의 설치 등) ①공공기관의 장은 범죄예방 및 교통단속 등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행정절차법」 제2조제6호에 따른 공청회(이하 "공청회"라 한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를 거쳐 관련 전문가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수렴한 후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설치할 수 있다.
②설치된 폐쇄회로 텔레비전은 설치목적 범위를 넘어 카메라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추어서는 아니 되며, 녹음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
③공공기관의 장은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설치하는 경우 정보주체가 이를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기재한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1. 설치목적 및 장소
2. 촬영범위 및 시간
3. 관리책임자 및 연락처
④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국가중요시설 중 원자력발전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에 대하여는 제3항을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
⑤폐쇄회로 텔레비전의 설치, 안내판 설치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본조신설 2007.5.17]

제23조 (벌칙)
③부정한 목적으로 제4조의2제2항을 위반하여 폐쇄회로 텔레비전의 설치목적 범위를 넘어 카메라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추는 자 또는 녹음기능을 사용한 자와 거짓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공공기관으로부터 처리정보를 열람 또는 제공받은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07.5.17>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