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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의 '묻지마 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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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의 '묻지마 법치'

[토론회]"시민을 너무 쉽게 범법자로 만드는 법"

최근 경찰은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주최자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밝혔다. 또 이에 앞서 체포전담반 신설, 복면금지법 등의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법질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법질서 파괴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 "경찰의 직무집행에는 면책특권을 부여하겠다" 등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사회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금산분리를 완화하는가 하면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포이즌 필 도입 등 기업과 재벌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어주는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 법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이중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부분이다. 정부가 일반 국민에게는 억압을 강화하고, 기득권층에게는 규제를 완화하는 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서울 장충동의 만해NGO 교육센터에서는 프레시안과 인권단체연석회의가 주최하고 민주주의법학연구회가 주관한 '이명박 정부의 법치주의 - 민주주의 대 법치주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법치주의가 민주주의의 원리와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을 놓고 치열한 논의가 전개됐다.
▲ 정부가 연일 법질서 강화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강조하는 법치주의의 본질이 무엇이고 문제점은 없는지 토론해 보는 자리가 마련됐다.ⓒ프레시안

"'무늬만 법치', '묻지마 법치' 법이 지배도구로 전락"

발제를 맡은 오동석 아주대 법대 교수는 "선거를 통해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절차적으로는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었지만 출범 초부터 특정 계층, 기업을 옹호하려다 보니 그 어느 독재정권 못지않게 강압적인 경찰국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법치의 본래 취지는 '권력 통제'인데 이 정부는 국민을 휘두르는 수단으로 법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악법이 있을 수도 있는데 '법은 선한 것'이라는 전제 하에 법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무늬만 법치', '묻지마 법치' 식의 법치에서 법은 지배도구일 뿐 엄연한 의미에서의 법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민주적 법치를 위해서는 민주주의적 의회주의를 정립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그러나 의회가 민주주의를 담보하지 못한다면 장외에서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국민이 하나의 통일체로 대변될 수 없기 때문에 법률이 얼마나 민심을 담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현실 속에서 검증되고 평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현재로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갈등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비민주적인 정권이 갈등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며 "국민은 헌법에 근거해 의사표현을 하며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때 그때 달라요…법치와 무법치를 자유자재로"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법치주의에 대한 강조가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는 분야는 노사분규"라고 지적했다.

전성인 교수는 "정부는 불법적인 노사분규에 실정법으로 엄격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한다"며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회사 경영진의 횡령이나 배임에 대해서는 경제살리기를 명분으로 온정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대칭적 규율은 '법 앞에 평등'이라는 법원칙을 위배하는 것일 뿐 아니라 기업경영의 비용을 오히려 증가시킴으로써 경제 비효율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또 전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이 현행법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행법을 그 예로 들며 "이 법은 물가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부정책과 조화될 것을 명시하고 있다"며 "그런데 정부는 현재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를 한국은행에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평균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3.5%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정책적 주문은 한국은행으로 하여금 법을 위배하도록 종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뿐만 아니라 정부는 지난 3월 근로자의 국민연금 기불입액을 기존 악성채무를 상환하는 데 이용하게 하는 정책을 발표했다"며 "이는 도산법의 기본조차 무시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합도산법은 '압류할 수 없는 재산은 변제의 재원으로 충당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면서까지 평상시 채권자가 도저히 회수할 수 없는 국민연금을 연체금의 변제에 사용하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일반 시민을 너무 쉽게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이명박 정부 들어 가장 먼저 손 댄 것이 집시법"이라며 "이미 인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인 이 법을 개악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집회시위로 인한 손실이 12조 원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모든 집회시위를 불법이라고 간주할 때 그런 것"이라며 "폭력집회는 전체 집회의 0.5%에 불과하지만 모든 집회가 폭력집회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 활동가는 "그러나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범법자가 되기 얼마나 쉬운지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평화시위를 위한 양해각서를 작성하고 구체적인 지침을 적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 집시법에 근거하지 않은 것까지 경찰이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준희 전국 노점상 연합회 사무처장는 "정부가 필요에 따라 과도한 단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적 행사가 있다거나 오세훈 시장이 '디자인 서울'같은 걸 추진해서 깨끗하게 보여야 할 때 과도한 단속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최근 서울시에서 노점관리대책을 내놓았는데 이는 노점상을 조직적으로 관리하고 궁극적으로는 노점상을 없애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마음에 들면 봐주고 마음에 안 들면 불법노점상이라고 단속한다"며 "일반 시민을 너무 쉽게 전과자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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