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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B에 맞서는 10대, 그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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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B에 맞서는 10대, 그들은 누구인가?"

[홍성태의 '세상 읽기'] 광우병 공포와 생활정치의 만개

나는 지난 연말에 출간한 <대한민국 위험사회>(당대 펴냄)라는 책에서 한국을 '서구보다 훨씬 위험한 위험사회'로 설명했다. 1986년에 '위험사회'의 개념을 제시한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그런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나는 과학기술과 사회체계를 기준으로 위험사회의 유형을 대략적으로 나눠 보았다. 그것은 다음의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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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세로는 과학기술의 위험도를, 가로는 사회체계의 정비도를 뜻한다. 이렇게 나눠 보면, 한국은 2유형에 속한다. 위험도가 높은 과학기술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을 관리하는 사회체계는 대단히 허술한 사회인 것이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위험도가 높은 과학기술을 능?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위험도가 높은 과학기술을 사용해야 한다면, 사회체계를 제대로 정비해서 가능한 위험을 줄여야 한다. 우리는 사회체계가 너무 엉망이어서 황당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성수대교 붕괴나 삼풍백화점 붕괴에서 잘 드러났듯이, 대부분의 사고는 그야말로 '인재'로 발생한다. 지금 상태라면 광우병도 당연히 '인재'로 발생할 것이다. 끊임없는 거짓말로 책임을 회피하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와 행정이 한국을 아예 '사고사회'로 만들어 버렸다. 이번의 사태에서도 이 사실은 다시금 여실히 확인되고 있다.

역시 울리히 벡은 이런 지표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나는 위험사회의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핵 발전을 꼽는다. 미국의 쓰리마일섬 핵 발전소 파손 사고와 소련의 체르노빌 핵 발전소 폭발 사고가 위험사회론의 형성에 미친 영향을 고려하면 이것은 상당히 타당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 지표에 따르자면, 한국은 1977년에 고리 핵발전소가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위험사회가 되었다. 그러나 한 세대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핵 발전소의 운영과 관련해서 커다란 마찰과 갈등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 핵심적 원인은 무엇보다 권위주의 행정과 비밀주의 행정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는 관련된 정보들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시민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소의 전면 수입에 따른 시민의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소의 전면 수입은 '과학적으로' 완전히 잘못된 정책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잘못된 것은 정부의 대응이다. 정부는 완전히 협상을 잘못해 놓고는 계속 괴담론과 선동론을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인은 물론이고 세계 96개국에서 먹는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인데 무식한 시민들이 무모한 괴담과 정치적 선동에 넘어가서 괜히 난리를 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인은 물론이고 세계 96개국의 누구도 값싸고 질 좋은 미친 쇠고기를 먹고 있지 않다. 광우병의 가능성이 아주 높은 30개월 이상의 소를 전면 수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세계 최초이다. 이것만으로도 이명박 정부는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릴 자격을 갖췄다.

이명박 정부가 광우병 가능성이 아주 높은 쇠고기의 전면 수입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을 무마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대책은 전혀 낯설지 않다. 핵 발전의 문제에 대해서 그랬듯이, 쓰레기 소각장의 문제에 대해서 그랬듯이, '대운하'의 문제에 대해서 그랬듯이, 시민들을 괴담과 선동에 놀아나는 바보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야말로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의 '완화'를 '강화'로 읽는 바보라는 사실이 명명백백히 드러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명박 정부는 계속 국민을 바보로 여기면서 '재협상은 없다'고 우기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지독한 위험으로 몰아넣는 황당한 정부의 정책을 광우병 소처럼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을 시민은 어디에도 없다.
▲지난 5월 2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촛불 집회에 10대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성태 교수는 '생활정치'의 만개로 10대들의 참여를 해석한다. ⓒ프레시안

미국 소의 전면 수입 반대에는 누구보다 10대가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괴담과 선동에 대한 발본색원을 외치고 나섰다.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10대의 참여에 감사하기는커녕 엄벌에 처하겠다고 을러대고 있는 것이다. 광우병 위험이 아주 높은 쇠고기의 수입은 급식을 해야 하는 10대에게 가장 절박한 과제이다. 따라서 10대가 나선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기성세대가 논술교육을 열심히 시켜서 10대는 논리와 사실에 아주 충실하다. 10대는 미국 소의 전면수입이 야기할 위험을 '과학적으로' 잘 알고 있다. 부모가 10대에게 배워서 함께 거리로 나서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광우병의 위험이 아주 높은 미국 소의 전면 수입에 대한 국민적 반대는 이념이나 지역, 인물이 아닌 새로운 논리가 정치의 전면에 떠오르게 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건강과 생명을 핵심으로 하는 생활이 바로 그것이다. '생활정치'라는 개념은 진즉에 '수입'되어 있었지만 이것이 전면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험사회는 고성장과 민주화로 대표되는 거대한 구조적 발전의 과제가 이루어졌으나 과학기술로 대표되는 새로운 위험이 시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일상 속에서 위협하는 사회이다. 이 사회에서는 종래와 같은 보수와 진보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 그것이 옳은 것이다. '생활정치'는 바로 이 옳은 것을 추구한다. 그것도 괴담이나 선동이 아니라 과학에 입각해서.

괴담과 선동 때문에 괜히 난리가 났다고 외쳐대는 자들이야말로 비과학적인 괴담론과 선동론에 사로잡혀 있는 가련한 존재이다. 아마도 이들은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의 말을 신봉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광우병 쇠고기로 스테이크는 물론이고 내장탕이나 곰탕을 해 먹어도 절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난이 빗발치자 그는 '절대'라는 말을 빼겠다고 '정정'했다. 심재철 의원을 비롯해서 괴담론과 선동론을 주장하는 자들은 우선 광우병 쇠고기로 최소 1년 정도 이것저것 해 먹는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최소 5년 정도 지난 다음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 그때 괴담론과 선동론을 주장하기 바란다.

바야흐로 '생활정치'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것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생활정치'의 요구를 제기하는 것도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야말로 모든 시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사안이다. '대운하' 반대와 '미국 소' 반대를 하나로 묶는 것은 이것이다. 성장주의 만세를 외치는 보수는 말할 것도 없고 신자유주의 반대를 외치는 진보도 '생활정치'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위험사회 대한민국'의 갱신을 요구하는 '생활정치'의 외침에 우리 모두 기울이자. 그리고 거듭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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