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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의 품으로 편안히 돌아가소서…"

[현장] 故 박경리 선생 추모식 원주 토지문학공원에서 열려

"인생에 대한 물음은 지속되는 겁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지만 나도 모르게 집요하게 매달리는 거죠."

"삶의 본질을 추구하는 게 문학입니다. 언제나 내가 얘기하는 거지만 생존 이상의 진실은 없어요. 그것은 단 하나의 진실입니다. 다른 건 추구하는 과정이죠."

고 박경리 선생 생전의 육성이 들려오자 추모식에 참석한 이들은 침묵했다. 다들 마음 속 깊이 울고 있었다. 지난 5일 향년 82세로 타계한 원로 작가 고 박경리 씨의 추모식이 8일 오전 11시 원주시 단구동의 토지문학공원에서 열렸다.
▲ 8일 오전 강원도 원주시 단구동에서 고 박경리 선생의 유족과 문인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이 열렸다. ⓒ프레시안

▲ 소설과 박완서 씨(왼쪽)와 고 박경리 선생의 외동딸 김영주 토지문화관장이 단구동 옛 자택에서 선생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프레시안

이날 오전 9시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에서의 영결식을 마친 뒤 외동딸인 김영주 토지문화관장과 사위 김지하 시인, 외손자 원보, 세희 씨 등 유족과 도종환, 박완서, 최일남, 오탁번, 박범신, 윤흥길, 김원일, 김초혜, 이근배, 김병익, 김치수, 김화영, 이문재 씨 등의 문인을 포함한 100여 명의 조문객은 박경리 씨의 넋이 깃들여진 토지문학공원으로 향했다.

토지문학공원에는 그의 추모식에 참석하고자 모인 원주 지역 문인과 단구동 주민, '소설 토지 전국 독자들의 모임' 회원 200여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토지문학공원은 그가 1980년부터 16년 동안 기거하며서 <토지> 4부와 5부를 집필한 자택이 보존돼 있는 곳으로 선생의 숨결이 배어 있다.

추모식에 참석한 이들은 그의 생전을 떠올리며 오열을 감추지 못했다.

정현기 세종대 초빙교수는 "선생은 평생을 생명을 아끼고 베푸는 삶을 사셨다. 선생께선 이곳에 사실 때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는 돌을 손수 까셨고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하셨다. 또 나무를 키우고 직접 키운 살구 열매며 배추를 지인들에게 나누어주시곤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언젠가 어떤 분이 선생님에게 "살면서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언제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선생님께선 '직접 키운 고추를 말려 마지막으로 고추의 꼭지를 딸 때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라고 말씀하셔 듣는 이를 엄숙하게 만드셨다."고 전했다.

소설가 오정희 씨는 '내가 아는 박경리'를 말하며 그에 대한 추억을 떠올렸다. "선생님께서는 소설 쓰기는 장부가 일생을 두고 할 일이며 소설은 생을 녹인 고통의 산물이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또 "고 박경리 선생님을 보며 '작가란 이런 사람이구나', '작가의 생활이란 게 이런 거구나"라고 느꼈다"며 "선생님을 통해 다시금 살아갈 힘을 얻고 글을 쓸 용기를 얻곤 했고, 선생의 삶은 그 자체로 따라가고 싶은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유가족을 대표하여 김영주 토지문화관장은 "집에 돌아온 느낌이다. 한참 살지 않은 곳인데 어머니가 현관문을 열고 나오실 것 같다"며 "이 곳이 어머니가 가장 중요한 시기, 가장 많은 일을 한 곳"이라며 단구동 자택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또 그는 "통영으로 가는 걸 섭섭해하지 말고 계속 사랑해달라"고 당부했다.

오후 2시 경 고인의 영정을 앞세운 유족과 문인 등 추모객들은 토지문학공원을 떠나 토지문화관으로 이동하여 노제를 지냈다. 토지문화관 옆에는 고 박경리 씨가 기거하던 집이 있다. 그의 유해는 이날 오후 6시 모교 경상남도 진주 진주여고를 거쳐, 9일 통영 미륵산 기슭에 안장된다.
▲ 고 박경리 씨가 기거하던 집이 있는 원주 흥업면의 토지문화관에서 유족들이 선생의 노제를 지내고 있다. ⓒ프레시안

▲ 영정을 앞세운 유족과 문인 등 추모객들이 노제를 마치고 진주 상봉동에 있는 선생의 모교 진주여고를 향해 길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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