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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부터 '美 쇠고기 먹겠다' 약속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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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부터 '美 쇠고기 먹겠다' 약속하라"

[기고] 국민을 위험으로 모는 이상한 정부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광우병 감염 가능성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해 합의를 한 이후, 지금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이 문제가 기본적으로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국민여론을 민감하게 살피면서 나름대로 대책마련에 애쓰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뭔가 설득력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다. 왜냐하면 기존의 합의사항을 유지하는 한 국민의 식품안전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정부여당에서는 갖가지 변명들이 새어나오고 있다.
  
  최근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 사안이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합당하면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던 사안으로서 이명박 대통령이 설거지를 한 것이라는 소위 '설거지론'을 폈다. 비겁하기 짝이 없다. 지금까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입만 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하고 과거 정권의 정책들을 비판하면서 자신들의 지지를 확보해 왔다. 그런데 자신들이 비난받을 일이 생기니까 최종적으로 자신들이 합의한 일의 책임을 곧바로 과거정권에 떠넘기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잘 되면 자기 탓이요 잘못 되면 남의 탓이라는 비겁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만약 진정으로 국민들의 식품안전과 건강을 생각했다면 과거정권의 정책방향의 문제점을 과감하게 비판하면서 당당하게 협상에 임했으면 될 일이 아니었는가?
  
  한편 보수정당인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총재는 미국 정부나 한국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국제수역사무국이 보증한다'는 기준을 내세운 것에 대해 그렇다면 왜 미국은 국제수역사무국이 청정지역으로 인정한 한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것은 국제수역사무국의 보증과는 별개로 각국은 자국의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검역에 대한 권리를 지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보수정당마저 불공정한 협상결과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식품안전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와 국회의 기본적인 책임이라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국민들 사이에서 비난의 여론이 확산되기 시작하자 대통령은 광우병 위험이 있더라도 개방을 불가피하며 소비자들이 선택적으로 소비하면 문제가 없다는 소위 '소비자 선택론'을 설파했다. 정말 대통령으로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 말은 불량식품을 자유롭게 판매하게 해놓고 소비자들이 골라서 먹으라는 말과 다를 바 없으며, 국가가 존재해야 할 근본적 이유를 부정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정부)는 국민의 기본적인 생명과 권리를 보호하는 의무를 지니며, 이를 위해 국민은 대표를 뽑고 국정을 맡기고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닌가?
  
  또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의 권오을 위원장(한나라당)은 방송에서 재협상과 여론에 의해 수입업자들이 물건을 사지 않는 방법과 같은 두 가지 가능한 대책이 있다고 하면서 완전한 재협상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후자의 방안으로 가야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수입업자들은 벌써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서 이익을 남길 일에 골몰하고 있으며, 이미 예전에도 대형 마트들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앞 다투어 판매하려 했던 사례가 있다. 그야말로 방충망을 쳐놓고 바람 막는 대책이라고 우기는 꼴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학교급식운동본부에서는 쇠고기가 단지 덩어리 고기로만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조미료와 가공식품 등으로 광범위하게 유통된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우리의 아이들이 광우병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래서 대통령과 정부, 집권여당에 묻고 싶다. 당신들은 과연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 가족들, 친척들에게 소위 '질 좋은 미국산 쇠고기'를 오랜 기간 당당하게 먹일 자신이 있는가?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아무리 생각해도 평균재산이 수십억에 이르는 대통령이나 정부관료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것 같지는 않다. 이렇게 얘기하면 벌써 대통령이 미국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시식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광우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30개월 이하의 뼈없는 쇠고기만 국내에 유통되고 있으며 그마저도 소비가 줄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수입하기로 한 미국산 쇠고기는 이러한 제한마저 없애버렸다. 검역 주권을 거의 포기한 상태이다. 그러므로 미국에서 먹은 쇠고기로는 수입 쇠고기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 되지 못한다.
  
  결국 대통령이나 정부관료들을 비롯한 부자들이나 권력층은 당연히 국내산 유기농 쇠고기를 선택하여 먹을 수 있겠지만, 서민들은 광우병의 위험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거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미국산 쇠고기를 원료로 하는 다양한 쇠고기 가공품들을 먹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말하자면 먹거리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이다. 짐작컨대 미국산 값싼 쇠고기를 공급하려는 것은 경제적 양극화에 대한 서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면서 임금상승도 억제하려는 정부의 의도의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부자들이나 권력층도 자신들의 자녀들이 광우병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가공식품, 음식점, 패스트푸드점 등 다양한 경로로 이루어지는 미국산 쇠고기의 유통을 완전히 분리하여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을 비롯한 국민 모두의 건강을 담보로 미국의 축산업계의 오랜 숙원사업인 30개월 이상의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출 요구를 넙죽 받아들이는 순진함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의 대통령이며 정부인가?
  
  4월 29일 <PD수첩>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문제를 방영한 후로 지금 인터넷에서는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유전인자나 식습관으로 인해 미국인에 비해 한국인이 광우병에 감염될 경우 사망할 확률이 90% 이상이라는 보도가 나가면서 불안감과 더불어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국민 다수의 지지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대다수 국민들을 광우병의 위험 속으로 내몰고 있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지지한 많은 사람들은 성장과 개발을 통해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을 것인데, 문제는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보수적 정권이 추구할 수밖에 없는 시장자유주의적, 친기업적 논리와 정책이 어떠한 위험과 불안을 가져다줄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대다수의 국민이 반대하는 대운하 건설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고 또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합의하는 등 독단적인 정책으로 자신을 지지했던 국민들에게도 등을 돌리는 길로 가고 있다. 이제라도 국민들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저항권을 행사하여 합의를 무효화하고 재협상을 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공공성을 위해 필요한 규제마저도 폐지하려는 시장자유주의 논리의 위험성을 깨닫고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과 감시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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