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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국이 결심하면 한국은 한다"

[송기호 칼럼] 누가 '강화된 사료 조치'를 정의했나

미국의 텔레비전 스타, 오프라 윈프리를 아는 한국인은 많다. 그러나 그녀가 미국의 광우병 위험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사실을 아는 한국인은 적다.

그는 1996년 4월, '위험한 식품'이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했다. 방송 주제의 하나가 바로 광우병 문제였다. 당시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미국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프로그램에 초대된 하워드 리먼은 미국 소가 광우병에서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 직후, 미국의 쇠고기 가격은 폭락했다. 급기야 미국 축산업자는 오프라와 하워드를 허위 비방(false disparagement)으로 제소했다. 오프라는 승소했다. 그녀는 이긴 후, "언론 자유의 위대한 승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가 쓴 변호사 비용은 10억 원이 넘었다.

미국의 식품법 전문 변호사 베리 레벤슨은 자신의 책에서 미국인에게 이렇게 물었다. 당신이라면 10억 원이 넘는 돈을 변호사 비용으로 써 가면서, 미국의 축산업과 같은 힘센 이익집단과 싸울 수 있겠는가?

당시에 미국의 축산업자들이 오프라에 대항하면서, 미국에서는 결코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변하면서 내세웠던 것의 하나가 바로 이른바 '사료 조치'였다. 미국 축산업은 더 이상 소의 광우병 위험 부위를 소에게 직접 사료로 먹이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2003년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 그리고 2004년 7월에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강화된 사료조치 도입 방침을 발표했다. 이는 모든 광우병 위험 부위를 일체 동물 사료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곧 소의 위험 부위를 소뿐만 아니라, 돼지와 닭에게도 먹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새로운 조치는 미국이 2004년 1월에 구성한, '미국 광우병 검역에 관한 국제 전문가 검토 모임(IRT)'의 전문적 제안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이 모임은 같은 해 2월, <미국에서의 광우병 관련 조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종래 미국 정부가 취한 사료조치는 광우병을 막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모든 광우병 위험 부위를 모든 동물에게 사료로 먹이지 말 것을 권했다. 그리고 그 철저한 이행을 위해 표본추출과 시험을 포함한 검사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소의 개체 식별이 불가능하여 이력추적이 되지 않음을 지적하고, 이력 추적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알다시피, 지난 주 금요일(25일), 미국 식약청은 이로부터 약 3년 8개월 만에 최종 규정을 관보에 게재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제적으로 광우병 검역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30개월 월령 제한은 한국에서 제거되었다.

과연 미국 식약청의 최종 규정은 한국이 월령 제한 폐지 조건으로 내세운 바로 '강화된 사료 조치' 그것이었는가? 한국의 농림수산식품부는 계속 입을 다물고 있다.

미국 식약청의 최종 규정의 내용은 무엇인가? 여전히 여러 광우병 위험 부위를 돼지와 닭에게 먹인다. 뿐만 아니라, 소의 개체 식별과 이력 추적이 불가능한 미국의 상황에서 그 철저한 이행을 보장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미 식약청의 최종 규정은, 미국 자신이 스스로 광우병 위험물질로 규정한, 30개월령 이상 소의 눈, 머리뼈, 척주, 배근신경절 등을 여전히 닭과 돼지의 사료로 공급하며, 이 닭과 돼지를 다시 소에게 사료로 먹인다. 결국 이 광우병 위험부위는 그대로 소에게 전이될 것이다.(교차오염)

더 놀라운 것은 '다우너(downer)'라고 불리는, 주저앉는 증세를 보여, 도축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식용 부적합 처리된 소가 30개월령이 넘더라도 위의 광우병 위험 부위를 닭과 돼지의 사료로 먹일 수 있다. 게다가 주저앉는 소가 30개월령 미만이면, 뇌와 척수까지도 전부 닭과 돼지의 사료로 먹일 수 있다. 그리고 여전히 소의 피로 만든 사료는 규제받지 않는다.

과연 이것이 한국이 미국에게 요구한 사료 조치인가? 영국은 광우병을 막고자 1990년 9월에, 이번의 미국 식약청 최종 규정과 유사한 사료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그 조치 시행 후에 태어난 송아지에서 1만6000건 이상의 광우병 사례가 발견되었다. 결국 영국은 1996년 3월, 모든 포유동물의 육골분 사료를 동물에게 먹일 수 없도록 하는 강화된 사료 조치를 취해야 했다. 이러한 영국의 경험을 보더라도, 미국 식약청의 최종 규정을 완전히 믿기란 매우 어렵다.

미국 식약청은 관보에서, 자신의 최종 규정이, 사료로 감염되는 광우병 위험의 약 90% 정도를 없애 줄 것이라고 한다(22741면). 그러나 이 90%조차 그들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미국 식약청 최종 규정은 소의 월령을 기준으로 한다. 그러므로 월령 식별이 객관적으로 가능함을 그 전제로 한다. 그러나 미국에는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소 개체 식별제, 곧 이력 추적제가 없다. 그러므로 소 나이 식별은 고스란히 도축업자들의 몫이다. 그들이 대부분 소의 월령을 확인하는 방법은 소의 이빨이다. 대부분, 소의 출생기록도 없이, 단지 소의 이빨 상태로 나이를 추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 도축된 소의 나이를 객관적으로 완전히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 농림부가 2005년 11월에 작성한 <미국 광우병 상황 및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검토>는 미국 내 전체 사육 두수 중 월령 감별이 가능한 것이 15~20%라고 되어 있다(22면). 결국 미국 식약청의 최종 규정에는 그 이행을 보장할 객관적 제도 기반이 빠져 있다. 사상누각이라 할 수 있다.

도축 다음 단계인 사료화 단계와 사료 급식 단계에서라도 제대로 이행될 것인가? 놀랍게도 미국 식약청 최종 규정은 미국의 축산업자들에게는 사료 급식 기록 의무를 면제해 주었다. 단지 육골분 사료 제조업자('렌더러')만이 사료 제조 기록을 작성하면 된다. 그것도 1년이 지나면 폐기해도 된다. 이에 따라 사실상 광우병에 걸린 소가 그동안 먹은 사료를 목장에서부터 역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왜 미국 식약청은 자신의 2004년도 방침과 달리, 이렇게 허술한 조치를 최종 규정으로 공포했을까? 돈이다. 미국 식약청이 친절하게도 관보에서 계산해 준 대로라면, 애초의 2004년 방침대로 할 경우 연 평균 3억3000만 달러 내지 3억 4000만 달러의 비용을 미국 축산업 관련자들이 추가 부담해야 한다. 반면 이번 최종 규정의 비용은 6400만 달러 내지 8100만 달러밖에 들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서 마침내 미국 식약청은 결심하였다. 그리고 미국이 결심하면 한국은 한다. 굳이 12년 전의 오프라 윈프리까지 거슬러가지 않더라도, 미국인들은 지난 3~4년 동안 '강화된 사료 조치'의 내용을 놓고 사회적 토론을 벌였다. 마침내, 지난 주, 미국인들은 그 의미를 최종 정의하였다.

자신이 정의한 개념을 한국에 통보했다. 오로지 '강화된 사료 조치'를 이유로, 미국이 광우병 발생국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30개월이 넘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기로 미국과 합의했다는 한국인들 가운데, 그 낱말의 정의 작업에 초대받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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