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노동부 장관에 대해 22일 한국노총(위원장 장석춘)이 "진중하게 있으시라"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날 <매일경제>가 보도한 이영희 장관 인터뷰 때문이다.
그 뿐 아니었다. 한국노총은 "차라리 '한판 붙자'고 말하는 편이 정직할 것"이라고도 했고, 이 장관이 밝힌 노사민정위원회 출범을 위한 로드맵에 대해서는 "이쯤되면 노동부 장관 맘대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는 편이 낫겠다 싶다"고 격노했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한나라당 지지를 선언한 한국노총이 이영희 장관을 향해 이처럼 날 선 공격을 쏟아낸 것은 불안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총선 후 하자"고 약속했다던 양측의 정례 정책협의회는 총선 후 보름이 다 돼가지만 구성조차 하지 못했다. 이 가운데 이영희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를 그대로 추진할 계획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이런 상황은 한국노총이 '결국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새 정부의 정책에 끌려다니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게 만들고 있다. 이날 격정적인 성명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이영희 "세계 어느 나라 노조가 월급 받으며 투쟁하나"
이영희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각종 노동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국노총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에 대해 "세계 어느 나라에 회사에서 월급받으면서 투쟁하는 노조가 있나.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고,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대해 "노동계가 과민하고 너무 방어적"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비정규직법에 대해서 "법을 제정하는 사람들이 사려 깊지 못했다"며 "고용을 법으로 완전히 강제할 수 없고 외주화 자체를 모두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 중인 노사민정위원회와 관련해서는 "실질적으로 '민(民)'이 우선"이라며 "5월 초 이명박 대통령이 시ㆍ도지사를 만나 인센티브 지급 등 노사민정위원회 밑그림을 그리면 6월까지 구축한다"고 밝혔다.
최근 경총 등 경제단체가 요구하고 있는 산업안전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이 장관은 "회사 측에 (사사건건) '이래라 저래라'라고 정한 안전 규제로 인해 작업장에 많은 변화가 생기는 등 현실과 맞지 않는 쓸데없는 규제가 많다"며 "산업안전 관련법을 정비해서 보다 실용적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무지…결례…한심…신중치 못하다"
이 장관의 이런 정책 소신은 이미 몇 차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관련 기사 :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자기 배반', 이영희 노동 "어떤 노사갈등에도 정부 개입 안 해")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노동부 장관이 노정 관계를 자극하고 노사정 대화 분위기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국노총은 이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비판하기도 했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과 관련된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 "선진 각국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노조 전임자 또는 종업원 대표의 유급활동 시간을 보장하고 있다"며 "자국 노동계를 향해 근거도 없이 '부끄러운 일' 운운하는 장관의 무지와 결례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비난했다.
비정규직법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한국노총은 "신중치 못한 발언"이라고 했고, 산업안전 규제 완화 입장에 대해서는 "한심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노총은 지난 11일 노총 산별대표자와 노동부 장관의 간담회에서 한국노총의 주요 정책요구안에 대해 이 장관이 "얘기 잘 들었다. 앞으로 각 담당부서에서 검토할 것은 검토하고 협의해서 조치할 것은 조치하면서 함께 논의해나가자"고 말했던 데 대한 '배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한국노총은 "협의하고 논의해서 하자는 말과 연이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드러나는 엉뚱한 계획 가운데 어느 것이 진실이냐"며 "전자라면 언론 인터뷰는 삼가는 게 옳으며 장관 스스로 못하면 누군가 말려줘야 하고, 만약 후자라면 노총에 대해 대화나 협의 운운하지 말고 차라리 '한판 붙자'고 말하는 편이 정직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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