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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총선 때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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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총선 때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현장]"장애인의 날?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

지난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화창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법한 날씨의 주말이었지만 이곳에 모인 400여 명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우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인간의 기본권을 원한다"고 외치는 목소리에는 비장함이 실려 있었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개최된 '장애인차별철폐투쟁결의대회' 현장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은 4월 20일로 지정된 '장애인의 날'이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시켜왔다고 비판하며 해마다 같은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바꿔 부르며 해마다 이 같은 행사를 열어 왔다. 장애인권은 "시혜로 얻는 것이 아닌 쟁취해야 하는 권리"라는 것이다.

오후 2시로 예정됐던 행사 시간이 가까워오자 휠체어에, 혹은 몸에 요구사항을 적은 천을 두른 집회 참가자들이 서서히 모습을 나타냈다. 여느 집회와 마찬가지로 집회는 발언과 퍼포먼스, 공연으로 채워졌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모든 것이 휠체어의 움직임에 맞춰 조금씩 느리게 진행됐다는 것이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된다지만…
▲ 석암재단 베데스다 요양원의 시설비리를 규탄하며 삭발식을 거행하고 있다.ⓒ프레시안

행사 시작과 함께 시설비리를 규탄하고 탈시설권리를 주장하는 장애인 11명의 삭발식이 진행됐다. 탈시설권리는 장애인들이 외딴 시설에 격리되어 사람들로부터 고립, 무시되고 있는 상황을 비판하며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 내에 장애인 마을을 조성할 것을 요구하며 내놓은 슬로건이다. 지난해 3월 석암재단 베데스다 요양원의 이사장이 1억 7000만 원에 이르는 장애수당을 횡령한 사실이 서울시 감사에서 밝혀진 뒤 이 곳에서 생활하던 장애인들은 서울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여왔다. 또한 이들은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탈시설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 달 25일부터 서울시청 광장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장애인의 몸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삭발밖에 없다"며 "이 삭발이 아무런 의미 없는 것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여 분에 걸쳐 삭발식이 진행되는 동안 그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는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위원은 "총선에 패배했을 때조차 흘리지 않았던 눈물인데 오늘 삭발식을 보니 목줄기를 타고 눈물이 흐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일 시행되기 시작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예외적 차별을 인정하고 있고 실질적인 보장이 미약하다"며 "오히려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장례 치르고 있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칼바람 같은 5년 맞을 수도"

또 이날 발언에 나선 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명박 정부 아래 장애인 차별 문제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안세준 장애인정보문화누리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함께 칼바람 같은 장애인 차별의 5년을 맞을지 모른다"며 "이명박 정부의 경제우선주의, 효용성, 규제완화 정책 등이 장애인 차별철폐 정책과는 반대곡선을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최광은 한국사회당 대표도 "이명박 정부가 차별철폐와 교육,취업 진입장벽 해제, 장애아동과 중증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해주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허울뿐인 말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가인권위가 장애인 실태를 조사할 인력 20명 증원을 명목으로 5억4000만 원의 예산을 요구하자 정부는 이를 거절했다"며 "1100억 원에 이르는 조세 포탈 혐의가 있는 삼성 이건희 회장은 아직도 구속되지 않는 한편, 장애인 복지에 투자하는 예산은 거절당하는 게 한국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 날 행사를 주최한 4·20공동투쟁단은 △장애인연금제도 즉각 도입 △사회복지사업법 개정과 탈시설권리 보장 △성(性)인지적 관점의 장애여성 정책 수립 △장애인의 방송통신 접근권 보장 △희귀난치병 장애인의 권리 보장하는 특별법 제정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체계 마련 등 10대 요구를 발표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장애인 차별의 현실, 오물 세례를 받는 것과 같다"

이날 행사에서는 안태성 청강문화대학 교수가 마련한 퍼포먼스가 눈길을 끌었다. 안태성 교수는 "대걸레를 든 네 명은 지식인, 명품족, 부유층 그리고 관리를 상징한다"며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 의미로 오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프레시안

안 교수는 한쪽 귀는 전혀 들리지 않고 다른 쪽 귀는 보청기를 써야 하는 4급 청각장애인이다. 그는 지난 1999년 청강문화대학에 정년이 보장되는 전임강사로 임용돼 학과장까지 지냈지만 2004년에 2년 계약제 직원으로 신분이 강등됐다. 또 6개월 후엔 그보다 한 단계 더 낮은 조건인 2년 시간제 강사 즉, 강의전담교원이 됐다. 2007년 2월 계약만료를 앞두고 학교 측이 강의전담교원 재계약을 요구하자 안 교수는 이를 거부했고 결국 학교 측은 그를 해임했다.

학교 측은 안 교수가 이력서에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명기하지 않은 사실을 문제삼으며 안 교수를 '귀머거리'. '귀먹쟁이' 등으로 부르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이력서에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또 학교 측은 안 교수가 강등당한 것이 실력 부족 등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안 교수는 "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타는 등 실력은 인정받았다"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부당받게 해직당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안 교수는 해직 처분에 대해 불복하여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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