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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리기'만 있고 '사람 살리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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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리기'만 있고 '사람 살리기'가 없다"

[토론회] "집회·시위 제한, 경찰의 '코드 맞추기'"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눈에 띄게 달라진 것 중 하나는 바로 집회와 시위를 제한하는 강도 높은 조치다. 경찰은 최근 폴리스 라인을 넘는 시위대 전원 즉결 사법 처리, 체포 전담조 신설, 집회 참가자들의 복면 착용 금지 등의 조치를 잇달아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정부 정책을 놓고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15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이명박 정부와 경찰의 집회 시위 대응 문제없나?' 토론회가 참여연대 주최로 열렸다.
  
  "집회와 시위는 약자의 자유"
  
  이날 발제자로 나선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건국대 교수)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가진 자 또는 식자의 자유'라고 말할 수 있는 데 비해, 집회시위결사의 자유는 '못 가진 자, 즉 말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자 또는 미디어를 확보하지 못한 자'의 자유"라고 설명했다. 한상희 소장은 "즉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약자의 자유'라고 말할 수 있다"며 "정의 실현의 측면에서는 어떤 기본권보다 더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소장은 언론과 정부에서 자주 쓰는 '폭력 시위', '위력 시위'라는 용어 자체가 시위를 부정적인 관점으로 보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위는 그 속성상 '물리적인 위력을 보이는 것'으로 외국에서는 '불법 시위'라는 용어 자체가 없다"며 "시위의 불법 여부는 그것이 '어떤 사회적인 위험을 일으키는가'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소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마치 시위, 불법 파업이 많아서 경제성장률이 낮은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그러나 시장 질서의 성장과 법과 질서의 발전은 그 선후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단순히 '경제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사람 살리기'를 포기하는 현 정부의 경제만능주의가 더 문제"라고 덧붙였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법무부와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법과 질서를 지키면 GDP가 1% 성장한다"며 "이제 우리나라도 '떼법', '정서법'을 청산해야 한다"며 집회 및 시위 제한 조치를 독려한 바 있다.
  
  "코드 맞추기에만 급급한 경찰…국민 봉사는 팽개쳤나"
  
  이날 토론에 나선 황순원 한국진보연대 조직국장은 시위 현장에 직접 나섰던 경험을 들며 "새 정부 들어 시위 진압이 더욱 강화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까지 관할 담당자가 시위 현장을 지휘했던 것에 비해 최근 들어 경찰서장이 직접 나와 시위 현장을 감독하는가 하면 소규모의 기자 회견조차도 관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던 대학생 28명을 전원 연행한 점을 예로 들며 "경찰이 해산 유도가 아닌 즉시 연행의 방식으로 시위를 강력하게 진압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보학 경희대 교수는 "경찰이 민생치안에서 시국치안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서울시청 앞에서 진행된 대학 등록금 인상 반대 집회의 예를 들며 "어린이, 청소년 납치 사건 등 민생치안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데도 경찰은 그 많은 인력을 시위대 진압에 배치하고 있다"며 "경찰이 정작 보호해야할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에는 소홀하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인 경찰이 신정부 이후 지나치게 코드 맞추기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경찰은 독립적인 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위 권고 효력, 집회 참가자 활용에 달렸다"
  
  한편, 토론에 참석한 국가인권위원회 김원규 조사관은, 지난 1월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작성한 결정문 내용을 소개했다. 이 결정문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적용과 해석이 자의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보다 제한적으로 법률을 해석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결정문을 보면,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을 때 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는 집시법 제12조를 놓고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도시 기능이 마비될 것이 명확한 경우에만 금지 통고를 내려야 한다. 또 '같은 시간 같은 장소의 시위'를 금지하는 제8조 제2항은 먼저 신고된 집회가 실제로 개최되지 않는 '유령 집회'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집회 주최 금지의 요건인 제5조 제1항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위협의 명백성'은 불법 집회에 대한 과거전력이 아니라 집회신고 당시의 상황을 근거로 판단돼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김 조사관은 "인권위의 결정문은 법률적 효력이 크지 않은 '권고'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시위자들이 인권위의 권고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권고의 영향력은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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