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법은 열린우리당이 집권 여당이던 시절,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뉴딜'의 바람을 타면서 입법된 법이고, 탄핵 열풍으로 과반수를 차지했던 이 바보 같던 정당이 한나라당과 사실상 정책 연정을 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시계를 약간 돌려 2006년 지방선거를 돌아보면, 당시 열린우리당의 구청장 후보들이나 기초의원 후보들 중에 뉴타운을 걸지 않고 출마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번에 송파병에서 민주당 의원으로 당선된 김성순 의원은 공공연하게 뉴타운 유치가 자신이 직접 당시 이명박 시장을 만나서 담판지은 것으로 자신을 밀어달라고 했다. 그 이유만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는 강남 3구 중 드물게 한나라당을 뚫고 당선되었다.
이 사태를 보면서,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시장이 도입한 뉴타운이라는 제도는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이 파리 시장으로 정치 위기를 돌파하던 시절 파리의 공간 정책 중의 하나로 추진되던 것을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이명박 전 서울시장 후보가 채택하면서 우리나라에 도입된 제도이다.
이게 탄핵 열풍으로 당선된 열린우리당의 소위 '탄돌이'들이 받아들이면서 법제도로 구축되었다. 여기에 용인시에서 특히 문제가 되었던 '난개발' 즉 민영개발을 보완해서 '공영개발'로 하자는 시민단체의 오래된 요구가 결합되면서, 서울에서 기형적으로 발생한, 문자 그대로 '괴물'이다.
20년 이상 진행되는 일본이나 유럽의 여러 재개발 방식 중에서 5년 안에 끝내는 서울형 뉴타운 재개발 방식은 존재하지 않고, 원주민 재정착률이 10%도 안 되는 이런 공간 재개발 방식은 없다. 뉴타운이 추진되면, 10~15%의 대토지 소유자와 다주택 소유자를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원래 살던 주민들은 현 거주지에서 훨씬 더 열등지로 이사를 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아직도 은평뉴타운 추진 이후 원거주민들의 경제사회적 변화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학계에서 심층적으로 분석된 바는 없는데, 특히 임대 소득으로 살아가는 은퇴한 다가구 주택 소유자들은, 토지 면적으로 지급되는 보상비 제도 등의 문제 등으로 인하여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본다. 여기에 세입자들은 다시는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다시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없으며, 구주택지와 연계되어 형성되어 있던 임대 자영업자들은, 사실상 생계권을 잃는다.
기술적인 측면이나 경제적 형평성 측면에서 서울의 뉴타운은 시범적인 수준에서 몇 개 해보는 정도는 몰라도 전면화되면, 도시의 경제권역과 심지어 생태적 측면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과 부자들이 더불어 사는 정상적인 공간 배치의 관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술적인 문제들이 정상적으로 제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뉴타운 논의에는 합리적인 토론과 최적방안을 찾아나가기 위한 절차가 존재하지 않고, "땅값 오른다"는 '땅값파'들의 도도한 흐름에 모든 논의가 묻혀버리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규모의 효과로 인하여 땅값이 오르는지, 아니면 이렇게 공급된 고가 주택들이 과연 정상적으로 현재의 주택 시장의 구조에서 제대로 소화될 수 있는지, 이런 질문들이 설 공간 자체가 없이, 뉴타운이라는 논의 구조 자체가 거대한 블랙홀과 같이 부동산 투기꾼들과 기획업체들 그리고 지주들의 목소리만 들리는 획일화된 일방통행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새로 국회가 구성되면, 이미 지난 몇 년 동안 시행된 뉴타운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법률 개선이 시급할 것이다. 이것은 뉴타운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와는 또 다르다. 주민의 10%만이 재입주하게 되는 뉴타운, 그리고 실제로 투표에 참여하면서도 뉴타운 결정과정에 전혀 참여할 수 없게 된 50% 가까운 세입자들-아현뉴타운 등 일부 뉴타운은 세입자가 심지어 70% 이상인 경우도 있었다-의 의사 결정권 문제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와 같은 문제들을 포함해서 종합적으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할 것이냐 하지 않을 것이냐, 이런 문제와 동시에 '어떻게' 할 것인가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중요한 질문거리로 남아있고, 이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틀을 잡을 것인가가 시급한 질문이다.
이와 함께,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서울시의 뉴타운 공약 열풍은, 한국 의회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한 가지를 남긴다. 근본적으로 한국의 국회의원은 상원과 하원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데, 이렇게 중앙정치를 움직이기 위해서 지역을 대변하는 국회의원들이 중앙 정치 대신에 지역 개발 공약만으로 선발되는 과정은, 심각한 문제이기는 하다.
정확히 얘기하면, 뉴타운 공약은 상원의원은 물론 하원의원의 공약사항이 아니라 구청장이나 시장 혹은 시의원들의 공약 사항이다. 그리고 제도 개선에 관한 부분들이 국회의원들이 관여할 부분이지, 자기 지역에 뉴타운을 유치하겠다거나 이걸 어떻게 하겠다는 사항은 월권이거나 국회의원 고유 업무에 대한 업무 태만 선언과 마찬가지이다.
살짝살짝 하는 정도에서 그쳐야지, 모든 의원들이 다 이런 지역 개발 공약과 땅값 올리기 공약을 들고 나온 이번 총선 국면은, 애교를 넘은 광란이다. 그리고 이게 '실용 경제'라면, 국민경제는 3년 후로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부동산 버블 폭발시점까지도 못 버티고 그 전에 붕괴하고 만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던 시대"를 지나, 이번 총선은 "정치가 경제를 말아 먹는" 단계로 접어드는 신호탄에 불과하다.
제도 개선은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 방식은, 국회 내규나 선거법의 일부를 수정해서, 땅값 폭등 등 지주와 주택 소유자, 즉 지역 주민의 절반에게만 해당하며 나머지 절반의 세입자의 경제적 권리를 심하게 박탈하는 공약을 내걸 수 없도록 하는 방식이다. 몇 가지 기술적 해법이 있을 수 있는데, 어쨌든 그 기본 정신은 국회의원은 '국정'에 대한 것들을 공약으로 정치를 해야지, 지역 개발 사업에 대한 부당한 개입과 참견을 통해서 스스로를 지역 유지라고 부르는 지역 토호들만을 대변하는 '개차반'이 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지방자치제를 도입해서 막대한 선거 비용과 제도 비용에도 불구하고, 중앙정치와 지방자치를 분리한 기본 정신이다. 그 원칙이 중대한 위기에 봉착했으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장치가 지금 필요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 방식은, 죽어도 지역 개발을 대변해야겠다는 현재의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면, 지역에는 개입하지 않고 중앙의 큰 틀을 논의해서 장기적으로 국정의 흐름을 짚어나가는 상원을 신설하는 방식이다. 개인적으로는 지역 감정의 문제를 해결하고, 제주도와 같이 상대적으로 국정 흐름에서 심한 소외감을 느끼는 지역의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상원제를 도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이렇게 선출되는 상원의원은 지역의 소소한 개발 사업이나 도로 신설과 같은 문제에는 절대로 관여하지 않도록 하면 지금 노정된 문제가 일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뉴타운은 서울에서 시작된 문제이지만, 7년 만에 이제는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괴물이 되었다. 한국의 지자체는 서울에서 유행한 제도를 기계적으로 전국에서 '카피 앤 페이스트'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으므로, 다음 총선 때에는 서울시의 이 뉴타운 현상이 전국적 개발주의 현상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대해서 근본적인 고민과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이지 정치가 국민경제의 근간을 뒤흔들다 못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복병인 버블 폭탄을 터뜨리게 될 것이다. 국회의원이 구청장과 시의원 혹은 구의원의 공약을 내세우는 지금, 국민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위태하며, 집 없는 세입자들의 삶과 그들의 경제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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