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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코 2> 주연, 이명박과 그의 '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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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식코 2> 주연, 이명박과 그의 '프렌즈'?"

[함께 봐요 '식코' ⑤] 보건의료단체연합 변혜진 씨

최근 미국 의료 시스템의 실상을 고발하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식코(SICKO)>가 개봉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화에서 묘사하는 미국 의료 시스템은 한국과 무관하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산업화 정책이 바로 이 미국 의료 시스템을 본보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은 보건의료단체연합과 공동으로 <식코>를 직접 본 국내 보건의료인의 감상을 몇 차례에 걸쳐 싣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다른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함께 봐요! <식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변혜진 기획국장이 다섯 번째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를 마이클 무어처럼 아끼는 감독이 또 있을까? 이라크 전쟁의 본질을 알려주었던 그의 영화 <화씨911>에도 부시가 주연이더니 나라다운 나라 중 가장 형편없는 의료제도를 가진 미국을 다룬 영화 <식코>에서도 부시는 주연 배우로 등장했다.

전 세계 의약품을 특허로 독점해 어마어마한 폭리를 취하고 있는 미국 제약회사들의 이익을 가장 많이 배당받는 이가 미국 대통령 부시라는 사실은 영화 <식코>가 보여주는 미국 의료 제도의 꼴을 우선적으로 대변해 주는 장면이다.

2003년 조지 W 부시의 두 개의 전쟁

2003년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는 미 의회에서 두 개의 '전쟁'을 공포했다. 그 하나는 '테러와의 전쟁', 이 전쟁은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 부시가 고심한 정책으로 이라크의 어린이에게 폭탄과 총을 쏴댈 수 있도록 허용한 전쟁이었다. 그리고 부시의 '평화 폭탄' 에 100만 명이 넘는 이라크 어린이와 무고한 사람들이 죽었다.

또 다른 전쟁은 영화 <식코>가 보여주는 전쟁이다. 이른바 '의약품 전쟁(drug war)'. 2003년 미국 의회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자기 어머니를 사랑하는 의원들"이라는 자들에 의해 또 하나의 안?통과됐다. 미국의 65세 이상 노인이 가입한 보험(메디케어)의 처방 약가를 정부가 제약회사와 협상하여 낮추는 것을 금지하는 '2003 메디케어 처방 의약품법('2003 Medicare prescription drug law')이 그것이다.

어머니를 너무 사랑해서 민간 보험회사와 처방약의 이윤을 '나눠먹기'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부시와 그의 친구들은 제약회사로부터 엄청난 액수의 로비 자금을 받았고, 법을 통과시킨 후 이 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곧바로 미국다국적제약협회(PhRMA, The Pharmaceutical Research and Manufacturers of America)의 이사가 된다.

보험회사와의 '비즈니스 프랜들리'

그렇다면 한국의 대통령 이명박과 그의 '프렌드'들이 꿈꾸는 건 무엇일까? 대통령과 대통령직 인수위 관계자들은 '한국 의료의 미래가 미국이라며 우리나라 민간 의료 보험을 미국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대통령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며 보험회사와 제약회사 사장의 회원사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경총을 만나면서 외쳤다. "민간 보험회사와의 비지니스 프렌들리."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 10일 부처 간의 합의도 없이 대통령 지시에 따라 민간 의료 보험과 국가가 운영하던 국민건강보험 정보를 공유하고, 국민건강보험 당연 지정제를 폐지해 영리의료법인으로 가는 길을 올해 10월까지 만들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대로라면 <식코 2>의 주연 배우는 단연코 이명박과 그의 친구들이 되겠다.

지금도 민간 보험에 대한 규제가 없어 한국의 1년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32조 원인데 삼성생명, AIG 등의 민간 보험회사가 어느새 의료 보험으로 매년 10조 원이 넘는 상품을 팔고 있는 형편이다. 또 작년 국민건강보험 재정 중 의약품에 지출된 돈은 무려 9조5000억 원이나 돼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30%를 차지했다.

가구당 한 개 이상의 민간 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가구가 몇 이나 있는가. 상황이 이런 데도 민간 의료 보험을 더욱 '활성화' 해 국민의 개인 질병 정보를 민간 보험회사와 공유하겠다니. 현재 우리나라는 민간 보험회사의 보험료 지급률이 민간 보험의 천국이라는 미국의 70%보다도 못한 60% 안팎에 머물러 있다. 보험자가 낸 보험료의 60% 밖에 돌려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현실에서 개인 질병 정보까지 민간 보험회사에 넘겨 건강한 사람만 가입시키거나 이미 가입한 사람에게 보험금 지급 거절을 할 수 있는 핑계를 댈 수 있도록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하시겠다고? 이명박과 그의 친구들도 부시처럼 뭔가를 얻어먹을 생각인가? 아니면 벌써 얻어 먹을 만큼 먹어서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하겠다는 것인가?
▲미국의 의료 제도의 문제점을 고발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 ⓒ프레시안

시민·사회단체들은 영화 <식코>를 함께 보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얼마 전 그 누구보다도 대통령과 국민건강보험 민영화를 추진하는 사람들이 영화 좀 보고 정신을 차리라고 무료 관람권도 보냈다. 그런데 아직 보신 분은 없나 보다. "내가 몰랐다. 미안하다," 하는 분들 없는 걸 보니.

국민은 바쁘다. 곡물 가격과 유가 인상 등등으로 물가는 엄청 뛰었지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오르지, 모든 국민은 먹고 사는 일만 신경 써도 정말 신경질이 난다. 그런데 전 국민 의료 보험이 없어 손가락 하나 접합하는데 최소 1200만 원을 내야 하는 미국 의료를 미래로 제시하는 정부라니, 도대체 어쩌라는 건가.

이명박은 비즈니스하는 양반과의 프렌들리가 아니라 '피플 프렌들리'를 해야 한다. 이걸 깨달으려면 영화 좀 보시라. 국민보다 똑똑한 정부가 만들어지기란 어렵다지만 국민 수준만큼이라도 따라와야, 국민이 당신네 프렌드들 때문에 인상된 물가 때문에 뼈 빠지게 일하는 보람이라도 있지 않겠는가. 먹고 사는 게 해결이 돼야 지금도 높은 의료비와 약값을 내고 다시 노동할 수 있지 않겠는가.

손학규와 유시민의 때늦은 참회

마지막으로 뒤늦게 정신 차린 척 하는 사람들에게도 충고 하나 한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병원영리법인 허용, 국민건강보험 당연 지정제 폐지, 민간 보험 활성화로 구체화된 '의료 산업화 정책' 은 누구 이름으로 처음 발표됐었나? 바로 노무현 정부다.

노무현 정부 때 냈던 보건의료단체연합 성명서의 내용은 요즘 두 개만 바꿔 나가도 될 지경이다. '노무현 정부' 를 '이명박 정부' 로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 중단' 을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 중단' 으로.

통합민주당 대표 손학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때 왜 의료 산업화가 국민에게 재앙이라는 것이 안 보이셨을까? 그럼 손학규와 당시 열린우리당은 한미 FTA가 도대체 뭘 추진하려고 하는 것인지, 이명박 정부와 그의 사람들이 지금 그런 것처럼 몰랐다는 말인가? 손학규는 답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산업화 정책이 국민 건강을 재앙으로 몰고 간다고 주장하려면, 노무현 정부가 의료 산업화를 포함해 국민의 삶을 통째로 재앙으로 가져가려던 한미 FTA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여기에 가관인 전 장관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유시민이다. 유시민의 홈페이지에 올려진 그의 이번 선거 정견 발표는 아래와 같다. 언젠가 내가 그에게 보냈던 것 같기도 한.
의료 보험 민영화 : 돈 없으면 좋은 병원도 못 갑니까?

이명박 정부가 국민건강보험 당연 지정제를 폐지하고 민간 의료 보험을 키우고 국민 개개인의 질병 정보를 보험회사에 넘겨준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돈 없는 사람은 좋은 병원에 갈 수 없게 됩니다. 건강 보험료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국민의 사생활 정보가 기업의 손에 넘어갑니다.

제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할 때 절대 못하게 막았던 일입니다. 다시 국회의원이 되면 이것만은 반드시 막겠습니다.

그때 막았어야 했다. 미리 알려주고, 하지 말라고 손짓을 하던 그때 그는 바른 말을 했어야 했다. 한미 FTA가 바로 민간 보험회사에 대한 모든 규제를 풀고, 제약회사에게 희대의 권력을 쥐어주며, 당연 지정제가 이미 폐지된 경제자유구역의 외국 병원에 다시는 당연 지정제를 적용할 수 없게 만드는 협정이라는 것을 그토록 이야기 했을 때,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유시민은 보건의료단체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에게 뭐라고 했던가? 언론을 통해 도대체 말이 안 통하는 반대만 하는 시민단체들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총선이 하루 앞이다. 영화 <식코> 보기 캠페인이 좀더 일찍이었더라면 이런 정치인의 손에 다시 한번 국민들의 건강이 좌지우지 되는 정책을 맡기진 않을 수 있는 시간이 더 있을 텐데. 아쉽다. 하지만 모든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는 정부와 자본을 향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이 '하루'가 어딘가.

그래서 오늘 '하루' 나는 이 글을 읽는 분들께 꼭 부탁드리고 싶다. 정치인이 선거 때마다 옷을 바꿔 입을 때 한국의 의료의 미래를 꾸준히 제시한 정당들이 있다. '나라다운 나라'들은 병·의원 약국에 가서 돈을 내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무상 의료로 가는 길과 그 구체적 방법까지 제시했던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진보정당들이다. 그들에게 투표하자.

'함께 봐요! <식코>' 캠페인에 함께 하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그들을 지지하자. 영화 <식코 2>가 한국을 배경으로 만들어 지게 되는 끔찍한 사회가 되지 않기 위해, 그들만의 '멋진 신세계'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신세계를 위해, 한국을 무상의료의 나라로 만들기 위해 진보정당에게 투표하자.
■ <식코> 감상을 더 읽으려면…

"이것이 미국의 '진짜' 모습이다"
"찢어진 손가락, 직접 꿰매야 한다면?"

"어머니는 알고 계실까"
"우리 서로에게 괴물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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