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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부셰미의 <인터뷰>가 홀대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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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부셰미의 <인터뷰>가 홀대받는 이유

[오동진의 영화갤러리]

외모만으로는 시시껍절하고 속알머리 하나 없이 변태 짓만 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1급 지식인 감독이자 배우에 속하는 스티브 부셰미는 많은 영화광들이 좋아하는 인물이다. 스티브 부셰미가 출연한 영화 가운데 톰 디칠로 감독이 만든 1995년작 <망각의 삶, Living in Oblivion>같은 작품은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영화로 꼽힌다. 거기서 그는 좌충우돌하는 독립영화 감독 역을 맡아(마치 전설적인 독립영화 감독인 에드 우드를 연상케 했으며 스티브 부셰미는 실제 삶도 그렇게 '인디적' 것 같아 매력적인 인물이다) 영화 애호가들의 상찬을 받아 냈다. 부셰미는 늘 영화 안쪽의 얘기, 자본과 권력의 관계로 씨줄 낱줄처럼 얽혀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묘사해 내는데 출중한 실력을 보인다. 이번에 그는 배우로서만이 아니라 감독으로서도 그 같은 자신의 기량을 뽐내는데 성공했다. 시에나 밀러와 함께 출연한 영화 <인터뷰>를 통해서다. 잘 못나가는 정치부 기자가 잘 나가는 여배우를 인터뷰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 이야기는 영화가 무엇인지, 연기란 무엇인지, 저널리즘이란 무엇인지, 그 모든 것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인간 욕망의 실체는 무엇인지, 더불어 그로 인해 구축되는 권력관계의 허와 실은 무엇인지를 새삼 곰곰히 생각하게 만든다. <인터뷰>는 다소 소란스러운 스크루볼 코미디를 닮았지만 그 안에 담겨진 내용은 떫은 열매 맛이다. 달다고 꿀떡 삼키긴 했지만 뒷맛이 무지하게 오래 간다. 그런데 그 오래 가는 맛이 매우 큰 의미로 다가오는 痼?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인터뷰
<인터뷰>에서 인상적인 대목은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테오에게'라는 헌정 문구다. 이 영화가 네덜란드의 문제적 감독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테오 반 고흐 감독에게 바쳐지는 작품임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으로도 알 수 있듯이 테오 반 고흐 감독은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의 친척이 되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왜 세상을 들썩이게 했을까. 2004년 테오 반 고흐는 평화롭게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한 이슬람 과격주의자가 휘두른 칼에 처참하게 살해당했다. 고흐 감독은 당시 <굴복, Submission>이란, 이슬람을 비판하는 10분짜리 단편을 만들어 화제를 모았었다. 네덜란드는 이슬람 문화권과 가장 갈등이 심한 나라로 꼽히는데 2004년은 자국 신문에 실렸던 모하메드 만평 사건 등으로 그 갈등이 최고조로 올랐던 시기였다. 스티브 부셰미의 <인터뷰>는 그런 과정에서 희생된 테오 반 고흐를 기리기 위해 그가 생전에 만들었던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인터뷰>는 따라서, 영화의 안과 밖 모든 의미로 볼 때 매우 정치적인 함의를 가진 작품이라는 얘기다.
인터뷰
학생이나 젊은 층에게 영화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보자면 <인터뷰>는 양수겹장의 의미를 지니는 작품일 수 있다. 영화란 무엇인가,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 등등의 원론적 의미의 얘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작품임과 동시에 국제사회의 냉혹한 정치질서, 그 부조리함에 대해서도 인식을 공유시킬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바람일 뿐이다. 그런 것을 바란다는 것 자체가 욕심일 수 있다. 요즘엔 자꾸 마이동풍 같은 사자성어나 소귀에 경읽기 같은 속담이 떠오르는데, <인터뷰>같은 영화가 우리사회 젊은이들에게 산 지식으로서 활용되기가 난망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건 국회의원 총선거의 투표율이 50% 초반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과 궤를 같이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아무리 정치의식이 중요하고, 개개인이 갖는 정치사회적 태도가 영화문화와 영화산업의 발전을 가져오는 기본이 된다고 역설한들 씨가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는 무슨 정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같은 당인지 다른 당인지, 국회의원 의석수가 도대체 몇석이나 되는지, 비례대표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젊은이들 대다수가 관심 밖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요즘 친구들에게는 총선의 결과보다는 터틀맨의 리더 임성훈의 죽음이 더 화제인 것 같다고 하면 고인을 욕되게 하는 얘기일까. <인터뷰>같은 영화의 상영이 포털 사이트의 주요 기사로 떠오르는 날은 절대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허구헌날 잔소리만 늘어놓는다. 그런데 자꾸 잔소리가 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 누가 나 좀 말려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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