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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도 대통령은 전쟁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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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독교도 대통령은 전쟁을 좋아해"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이라크 국민은 '자유의 유전자'가 없다?

지난 2003년 3월 20일 미국의 침공으로 시작된 미국의 이라크전쟁이 5년이 됐다. 그런데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전쟁이 발발하고 몇 주 안 돼 이뤄진 미군의 바그다드 점령에 미혹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그해 5월 "전쟁 승리"를 선언했지만,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어느 누구도 미국이 승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군사를 앞세워 미국에 의해 강제 점령 당한 이라크가 미국이 전복시킨 사담 후세인 때보다 더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소위 '민주' 정부가 들어섰지만 삶의 질, 사회 안정성, 자유민주주의, 법의 지배, 종교적 다양성 같은 추상적 기준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주택, 의료, 교육, 전기, 상하수도 같은 구체적 기준에서도 마찬가지다.

거의 매일 일어나는 폭탄테러와 자살공격까지 고려한다면 후세인 치하가 훨씬 안정됐다는 데 이견은 없어 보인다.

전쟁 종료? 앞으로 15년은 더 걸릴 걸!
▲군사를 앞세워 미국에 의해 강제 점령당한 이라크가 미국이 전복시킨 사담 후세인 때보다 더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소위 '민주' 정부가 들어섰지만 삶의 질, 사회 안정성, 자유민주주의, 법의 지배, 종교적 다양성 같은 추상적 기준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주택, 의료, 교육, 전기, 상하수도 같은 구체적 기준에서도 마찬가지다.ⓒ로이터=뉴시스

지난 17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 5주년을 맞아 군사외교 전문가들에게 "전쟁에서 가장 당혹스러운(surprise) 측면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앤 마리 슬로터 프린스턴대학 행정대학원장은 "우리(미국) 정부가 파괴할 줄만 알았지, 건설하는 방법은 몰랐다. 우리는 후세인 체제를 전복시킨 몇 달 만에 그의 관료체제와 군대를 해체시켰다. 그러나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정부를 어떻게 세울지에 대한 이해력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슬로터 원장은 또 "2003년과 2004년에 전문가들은 이라크 재건에 1년 혹은 3년이 걸린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15년이 걸릴지 아니면 정말 재건할 수 있는지를 논쟁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케네스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이라크에 들어갔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나올까(leave)다"라고 했다.

"이라크를 우리가 타도한 체제보다 더욱 안정되고 주변국에 덜 위협적인 나라로 만들고 떠나더라도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정보당국과 나 자신의 실수, 그 위협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과장과 이라크와 알카에다가 연관됐다는 근거 없는 주장은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우리가 이라크 국민들을 사담 후세인 치하보다 더 악화된 내전 상황에 빠트리고, 그 독재자가 남겼던 혼란보다 더 큰 위협을 중동지역에 남기고 떠난다면, 아무도 우리의 선의(well-intentioned our motives)를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폴락 연구원의 지적이다.

이라크 국민은 '자유 유전자'가 없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 5년의 실패를 인정하는 증언은 이어졌다. 심지어 이라크 침략전쟁을 열렬히 옹호했던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다니엘르 플레카 미국기업연구소(AEI) 부원장은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됐을 때 그 자유를 잘 사용할 거라고 확신했었지만 나는 틀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 안에는 자유 유전자(freedom gene), 즉 시민사회, 비밀선거, 정당의 미덕을 이해하는 안내자가 없다. 후세인의 폭정 아래 살아온 수십 년은 이라크 사람들로 하여금 무능한 지도자를 받아들이고, 여러 사상을 가진 분파와 부족을 껴안고, 고삐 풀린 부패를 참도록 만들어버렸다"고 주장했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방부 차관을 지낸 대표적 네오콘이자 미국기업연구소 연구원인 리차드 펄도 "바그다드가 함락되고 2500만 이라크인이 해방되고 사악한 후세인 체제가 제거된 때부터 문제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 문제의 원인으로 그는 부시 행정부 내의 온건파를 꼽았다. 펄 연구원은 "국가건설을 시작하려는 이라크 인들에게 이라크를 돌려주기는커녕, 우리가 이라크 사람들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잘못된 확신을 갖고서 우리는 이라크를 통치할 미국인을 파견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이 파견한 이라크 행정관) 폴 브레머는 자신의 과업을 과소평가했고, 바보 같은 정책을 실천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나 역시 사태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리는 행정부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다"고 고백했다.

부시 대통령, 딕 체니 부통령, 도날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이라크 전의 주역에 대해 "미국의 평판을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렸다"는 자조 섞인 비판도 나왔다. 안소니 코디스만 국제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우리가 이라크가 만들어낸 대량살상무기의 증거와 이라크와 알카에다의 연계성을 발견하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후세인을 무너뜨린 이후의 국가 건설 계획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라크가 석유가 없어 발전(發電)을 못한다고?
▲지난 19일 부시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을 권력에서 제거한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 이 전쟁은 우리가 이길 수 있고 이겨야 하는 싸움"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로이터=뉴시스

미국이 만들어낸 이라크 '민주' 정부의 실패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는 전기 부족 사태다. 이라크재건특별조사단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의 전력 생산은 2007년 7월 11일 5530 메가와트를 정점으로 4500 메가와트 안팎까지 떨어졌다. 이는 5년 전 미국의 이라크 재건 정책이 시작될 때의 전기 생산량보다 겨우 500 메가와트 많은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미국은 이라크의 전력생산을 재건한다며 수천 개의 프로젝트를 발주했었다. 미 국무부 추정으로 이라크의 여름 전력 수요 적정치는 1만1000 메가와트다.

글렌 조르페트 전기전자연구소 편집국장에 따르면, 전기 부족 문제는 이라크 정부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문제는 '민주' 정부 안의 엇박자. 이라크 정부의 전력부는 발전소를 돌리는 데 필요한 석유를 석유부에 '구걸'하지만, 같은 정부 안의 석유부는 전력부에 석유를 파는 것은 돈이 안 된다며 외국에 수출해버리기 때문이다.

2007년 이라크 정부의 총수입은 398억 달러였는데, 이 돈의 95%가 석유를 수출해서 벌어들인 것이었다.

이라크는 천연가스도 풍부하지만, 이 역시 전력 생산에는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석유를 뽑아내면서 발생하는 천연가스만 제대로 관리해도 발전소 연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폭발"을 막는다는 이유로 지상으로 나오자마자 불태워진다.

조르페트 편집국장은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남부 유전지대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만 발전하는데 사용해도, 1년에 4100 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며 "하지만 석유부는 가스를 모아서 발전에 활용하자는 전력부의 제안을 깔아뭉갰다"고 지적했다.

'승리 선언' 5년 동안 나아진 것은? 없다!

아래의 표는 제이슨 캠벨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지난해 9월, 전쟁 발발 5년 동안의 이라크 상황을 통계수치로 정리한 것이다.
▲ ⓒ프레시안

이 표를 통해서도 분명히 알 수 있다. 부시가 전쟁 승리를 선언한 지 5년이 다 되어 가지만, 미군과 이라크군 증가를 뺀다면 어느 지표 하나 뚜렷이 나아진 게 없다는 것을 말이다. 사담 후세인 치하에서는 폭탄 자살 공격은 물론 피난민도 거의 없었다. 전력 사정도 나았고, 석유 생산은 훨씬 많이 이뤄졌다. 물론 그의 독재와 학정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이 지배하는 '민주' 이라크가 후세인의 독재 치하보다 나아졌다는 지표는 전혀 발견할 수 없다.

눈 귀 다 막은 부시 대통령

2003년 3월 19일 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로 평화를 위협하는 불법적인 체제와는 같이 살 수 없다"면서 전쟁을 선언했다. 하지만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부시가 말한 대량살상무기는 5년 동안 이라크 전역을 뒤졌음에도 발견되지 않았다.

체니 부통령은 2005년 6월 "저항이 마지막 진통을 겪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후 3년이 다 되어 가지만, "저항의 마지막 진통"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9일 부시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을 권력에서 제거한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 이 전쟁은 우리가 이길 수 있고 이겨야 하는 싸움"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민주당 대선후보 오바마가 적절하게 지적했듯이 이라크 전쟁은 규모나 강도에서 약하기는 하지만 미국의 남북전쟁,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다.

이라크에 파병된 한국군, 누가 기억이나 해줄까

한국전쟁은 남북한을 비롯해 20개 나라가 참전한 국제전이었다. 그 가운데 일본을 포함해 17개 나라가 남한을 도왔다. 하지만 우리는 미군을 뺀 어느 나라 군대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아니, 아예 관심도 없다. 한국전쟁에서 세 번째로 많은 병력을 보낸 나라가 어느 나라인지를 아는 사람이 한국전쟁 전문가를 빼고 또 있을까?

한국은 이라크에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는 나라다. 파병된 한국군의 연인원수는 1만6000명이다. 파병 비용은 7238억 원이었다. 이 돈이면 10만 명의 사립대 학생들이 1년 동안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고, '88만원세대' 청년실업자 80만 명의 한 달 월급을 지급할 수 있고, 어린이 20만 명이 1년간 유치원을 무료로 다닐 수 있고, 2007년 신고된 체불임금 1조원의 70%를 지급할 수 있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이 5년 동안 쓴 전비가 3000조 원에서 5000조 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 활동을 위해 미국은 한 달에 160억 달러를 쏟아 붇고 있다. 1년에 1000조 원이면, 미국에서 무상의료나 무상교육이 가능한 돈이다.

기묘한 조합: 김현종과 임종석, FTA와 이라크 전쟁

4.9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명분은 물론이고 실리는 더더욱 없는 이 더러운 전쟁에서 한국군을 철군시키겠다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며칠 전 서점에 갔다가 민주당 임종석 의원이 낸 책을 보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에 군대를 보낸다고 의원직을 내버릴듯한 기세로 반대 농성까지 했던 그였다.

임 의원이 낸 총선용 책의 추천문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주역인 김현종 전 통상본부장이 썼다. '실용적 자주외교의 젊은 정치인'이라나. 임종석과 김현종의 기묘한 조합을 보면서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과 한미 FTA가 동전의 양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는 4월 조지 부시 대통령을 만나는 이명박 대통령도 이라크 전쟁과 철군 이야기는 빼먹을 게 뻔하다. "세상은 평화를 원하지만, 전쟁의 소문만 늘어간다"는 기독교 성가의 노랫말이 새삼스럽다. 부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둘 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기독교도 대통령 치하에서 전쟁의 소문만 늘어간다. 기독교도 대통령은 평화보다 전쟁이 좋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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