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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2인자'냐 '총알받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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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2인자'냐 '총알받이'냐

'총선 역할론' 압박에 鄭 "혼란스럽지만…"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과 통합민주당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서울 격돌'이 4.9 총선의 최대 하이라이트로 떠올랐다.

2002년과 2007년 대선에서 각각 직접 후보로 뛰어 본 경력의 소유자들인 데다 여전히 양 세력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동작을' 맞승부는 총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희생의 각오를" vs "개인적 시간이 필요"

강재섭 대표, 이방호 사무총장은 16일 오후 정 최고위원을 만나 "국가와 당을 위한 희생"을 종용했다.

강 대표는 "여러 당원들이 정 최고위원이 전국적 선거에 역할을 해 줄 것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이 총장은 "수도권에서 과반의석 획득의 성패가 갈린다"며 "정 최고위원이 어려울 때 전면에 나서주면 큰 역할이 될 것"이라고 동작을 출마를 요청했다. 이 총장은 "국가지도자로서의 기대를 갖고 있는 만큼 당을 위해 희생한다는 각오를 가져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 ⓒ뉴시스

이에 정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이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어서 입당했다"며 "혼란스럽지만 시간을 오래 끌 수는 없으니 오늘 내일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나경원 대변인에 따르면 비공개 회동에서 정 최고위원은 "당의 어려운 사정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당에 일임하겠다"고 사실상 서울 출마 의중이 굳었음을 시사했다고 한다.

피하기 힘든 압박

하루이틀 시간을 미뤄둔 것과는 달리 정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동작을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5선의 텃밭인 울산 동구를 고집할 명분이 없어졌음을 수용한 것으로, 중장기적인 맥락에서 정 최고위원 자신도 정치적 승부수를 던져야 할 시점에 봉착한 셈이다.

다만 '자발적 결심'의 흔적은 아직까지 찾아보기 어렵다. 당초 정치적 상징성이 큰 종로나 중구 출마설이 거론될 때만 해도 정 최고위원은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며 손사래를 쳤고, 동작을 출마가 기정사실화된 현재도 확답을 꺼린 대목이 그렇다.

그는 "강재섭 대표가 먼저 (전략공천으로 지역구를 옮기고) 내가 하면 안 되겠느냐"고 농반진반의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에 강 대표는 "기회가 되면 하겠지만 울산은 많이 발전하지 않았나. 대구경북은 경제침체상태다"고 피해갔으나, 차기를 노리는 두 사람 사이의 신경전이 강하게 읽혔다.

정몽준 차출론은 통합민주당이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을 앞세워 '서울 출격'을 확정지으면서부터 일기 시작했다. 종로에 전략공천되는 손학규 대표는 재선의 박진 의원과 인접 지역구인 나경원 대변인(중구)의 협공으로 맞불을 놓고, 남부벨트의 요충지가 된 동작을에 거물을 차출해 맞대응하는 방안은 이미 정 최고위원에게도 물밑으로 전달됐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대선 막바지에 이명박 지지를 선언한 뒤 최고위원으로 무혈입성한 그에게 전략적 요충지 출마는 외면하기 어려운 압박이었다.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의 향배가 걸린 큰 승부인 총선에서 몸을 사렸다가는 정치적 앞날도 보장받을 수 없는 시험대에 오른 격이다.

또한 4월 총선이 끝나면 석 달 뒤에 당권선거가 치러진다는 점도 정 최고위원의 정치적 선택의 고려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나라당에 동료 우군이 별로 없고, 혼자 들어가 앉아 있어서 어려운 형편"이라고 당내 지지기반 부족의 어려움을 토로한 그로서는 '총선 역할'을 통해 존재가치를 입증하는 길 외에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최근 이재오 의원의 공천개입설을 공개적으로 견제하기도 했으며, '이재오 대표설'이 불거진 직후엔 당권도전 의향을 시사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걸어왔다.

이에 따라 정 최고위원이 총선 역할론을 충실히 수행해 낼 경우, 지난 대선 때부터 이번 공천과정에 이르기까지 '이재오 독주'에 대한 당내 비판론을 자양분 삼아 곧바로 당권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차기주자 관리 구상?

한편 정 최고위원이 총선 선봉장에 나선 대목을 이명박 대통령의 차기주자 관리 구상이 맞물린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찌감치 차기주자들을 다원화시키고 그들 사이의 경쟁을 통한 견제관계를 유도함으로써 자연히 청와대의 당 장악력을 높이는 효과를 노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 최고위원도 박근혜계의 위축, 이명박계 내부의 분화가 뚜렷해지는 등 당내 새로운 권력지형이 형성되는 태동기에 모종의 정치적 승부수를 띄우라는 무언의 압박을 피해갈 수 없다.

이에 따라 그의 서울 출마는 박근혜, 이재오, 강재섭 등 차기 주자들과의 본격적인 2인자 경쟁이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어느 한 사람에게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 관리 의지가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동작을은 지난 두 차례 총선에서 모두 한나라당이 패한 곳인 데다 이번엔 통합민주당의 정치적 간판이나 다름없는 정동영 전 장관의 출마로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는 점이 정 최고위원에겐 불안요인이다.

결국 여권 내부에서 막이 오른 권력 경쟁에서 정 최고위원이 존재감을 입증하고 차기 대권을 위한 탄탄대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냐, 아니면 총선 총알받이로 용도폐기 되는 운명에 처할 것이냐가 오는 4월 동작을에서 판가름 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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