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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發 '보수 빅뱅'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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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發 '보수 빅뱅' 올까?

'셋방살이'냐 '오두막살이'이냐…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 최대의 정치적인 고민을 하지 않겠나." 한나라당 박근혜계의 좌장 격인 서청원 전 대표는 14일 박 전 대표의 거취 고민을 이같이 표현했다.

지난 2002년,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뛰쳐나가 창당한 한국미래연합이 성과 없는 정치실험으로 끝난 이래, 박 전 대표가 다시 한 번 중요한 정치적 기로에 섰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을 거치며 '운명공동체'에 가까운 끈끈한 결속력을 자랑해 온 박근혜계가 절반 이상 공천에서 탈락했다. 영남권 공천 결과가 발표된 '13일의 목요일'은 이명박 대통령이 완벽하게 한나라당을 장악한 날이다.

박근혜계의 좌장급을 잘라내고 박 전 대표와 가신 몇몇만을 남겨뒀다. 서 전 대표의 표현을 빌자면 전세방에 남을 것이냐, 오두막이라도 짓고 나와 승부수를 던질 것이냐의 기로에 섰다는 뜻이다.

총선 전 탈당? 글쎄…

하지만 차기 대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박 전 대표에게 도박은 없다.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리건 당면한 국면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안과 장기적인 대권 프로그램이 씨줄날줄로 엮인 치밀한 계산 하에서 움직이리라는 건 상식이다.

'피의 목요일', '대학살' 등 섬뜩한 표현이 난무한다. 탈락자들을 중심으로 박 전 대표의 결행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당장 박 전 대표가 거취를 걸고 움직일 여지는 많지 않다는 게 아직까지의 중론이다.
▲ ⓒ인터넷사진기자단

유기준 의원은 14일 박 전 대표가 전화를 걸어와 "좀 살아서 돌아와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무소속 출마든 신당 창당이든 계파 의원들의 집단행동을 용인하겠다는 뜻이지만, 자신의 결행 문제에선 소극적인 뉘앙스다. 대선주자급 정치인이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당을 박차고 나가는 건 도박에 가까운 모험이기 때문이다.

처한 여건도 분리 대응이 불가피하다. 박근혜계의 절반이 떨어져 나갔지만, 나머지 절반은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았다. 박 전 대표로선 공천을 받은 이도, 낙천된 이도 살려야 한다. 반드시 만날 것이라는 '운명공동체'의 습성을 신뢰할 수 있다면 당장은 양쪽에서 많이 살아남는 게 유리하다.

뒷일은 총선 결과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결과를 알지 못하는 이상 박 전 대표가 총선 전에 탈당하는 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일이 될 수 있다. 탈락한 박근혜계 내부에서도 무소속 출마 후 원대복귀냐 신당 창당이냐를 두고 저마다 생각이 다른 게 현재다. 게다가 총선까지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박근혜당' 중심의 선거구도 짜기가 여의치 않은 시간이다.

李정부 임기에 총선은 두 번

하지만 총선이 끝난 뒤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여건이 맞아떨어지면 박근혜발(發) 보수 진영의 '빅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총선 결과에 따라 파괴력은 현저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이명박당'이 된 한나라당이 박근혜계의 도움 없이도 넉넉한 과반을 유지할 정도가 되면 박 전 대표의 입지는 현저하게 좁아진다. 게다가 7월 당권 경쟁과 장기적인 대권경쟁을 놓고 볼 때 이명박계 2인자들의 입장에선 당내 '반대세력'의 존재가 눈엣가시처럼 여겨질 수 있다. 발언권이 없어지는 건 물론이고 자칫 쫓겨날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만약 한나라당이 과반에 미달하거나 박근혜계의 도움을 받아야 과반을 유지하는 상황이 되면 박근혜 주가는 다시금 치솟게 된다. 여기에 박근혜계 자력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준까지 이른다면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진다. 탈당한 박근혜계를 한나라당으로 불러들여 진지전을 펴볼 수도 있고, 독자 신당을 만들어 캐스팅보트 노릇을 톡톡히 할 수도 있다. 자유선진당을 포섭해 몸집을 불리는 시나리오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느 경우건 박 전 대표가 차기 주자인 이상 좀 더 장기적인 정치일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결정적인 상수는 이명박 정권의 임기 내에 총선이 두 번 치러진다는 것.

임기 초 '새 정부 힘 실어주기' 분위기가 힘을 발휘하는 여건에서 치러지는 첫 번째 총선은 이 대통령의 주도권이 명명백백하다. 그러나 임기 말(2012년)에 치러지는 두 번째 총선은 정권 심판적 성격이 될 공산이 크다. 박 전 대표에겐 이 때 비로소 기회가 열린다. 2010년 지방선거, 2012년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선거 몰입기'를 준비하는 게 대선주자의 긴 안목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와 그의 세력은 테크노크라트가 중심이 된 보수 신주류의 등쌀에 '낡은 보수'로 밀려날 수도 있고, 반대로 보수진영의 '준비된 대안'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이건 지금 시점에선 누구도 예단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이명박과 박근혜가 지휘하는 길고 긴 보수 내전이 지금 큰 고비를 넘고 있는 건 분명하다. 한나라당 공천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압도적인 우위가 확인된 국면, 궁지에 몰린 박 전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되는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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