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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대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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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대재앙

[작가들, 운하를 말하다] 최종천

대운하 大災殃(대재앙)
- 최종천

삼면이 바다인 이 땅의 절반은
아직 통일이 멀었으니 사실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섬이 아닌가?
그 가슴께로 흐르며 이어지는 강과 강에서
우리민족의 삶과 역사의 노래가 들려온다.
대 운하는 그 가슴을 도려 내 버리는 폭력이다
노래를 잃어버리고 우리민족은 살 수가 없으리라
갈수기 운하에선 가뭄에 불타는 들과 강의 비탄이 들려오고
홍수기에는 범람하여 동네를 삼킬 것이다.
동네의 샘이 고갈되면 인심도 고갈된다.
동과 서로 갈라진 지방감정은 더욱 노골화할 것이며
오른 땅값을 두고 뺏고 빼앗느라 공동체는 파괴될 것이다.
우리의 얼을 영어에 담으라고 하는 영어 몰입교육과
이 땅을 문화식민지로 만들며 FTA의 거센 파도는
우리의 혼을 농락할 것이다.
하! 대한민국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들리는 소문에 북한의 붕괴는 다만 시간의 문제라고 한다.
중국은 엄청난 식량과 드넓은 땅이 비어있고
그러니까 북한을 삼킬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고
우리의 운명인 통일은 대운하를 통하여 남태평양에 수몰 될 것이다.
우리의 후손들은 분단국가라는 열등의식과 자괴감을 안고
주눅이 들어 갈 것이다.

지금은 유람선타고 관광하는 장밋빛 환상으로
지극히 순한 양인 국민들을 현혹 할 때가 아니다.
대운하를 만들 자금으로 우리는
실질적인 부를 창출하는 국가의 하층민을 도와
토대를 단단히 구축하고 부의 고른 분배를 통하여
국가의 물리적 기반인 정서적 자원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기필코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보시라! 오늘 당신이 인기를 얻으며 개방한
숭례문이 불에 타 없어졌다. 당신은 제안했다
숭례문의 복원을 국민성금으로 하자고!
저 평화의 땜 국민 성금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될 것인가?
지금도 여전히 지극히 순한 백성이어서
그 때처럼 성금의 대열이 줄을 이을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그 맨 앞에 서서 대열을
당신의 뜻대로 데리고 갈 수가 있는 것이다.
누가 감히 대열에서 이탈 하려고 할 것인가?
노자께서 말하시기를
군주는 바꿀 수가 있으나 백성을 바꿀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언론의 말 한마디면 백성을 한달에도 열 번 쯤은
바꿀 수가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현대는 문화의 세기이다, 어느 한 나라가
망한다고 해서 국토와 국호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
다만 백성들의 얼을 바꾸면 그것으로 된다.
문화전쟁은 이렇게 화려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영어몰입 교육이 성공한다고 하는 사실에는
이런 문화적 다른 면이 있는 것이다.

이미 대운하는 성공적으로 공사가 완공되었다.
국민들의 두뇌를 당신이 살포한 환상이 점령했다
그리고 선생께선 대통령에 당선 되었습니다.
이 나라를 나라로 보전하여 세우고자 하신다면
이제 국민들의 환상을 제거하고
국토의 가슴을 절개하시는 대신
국민들의 가슴에 대 운하를 놓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입니다. 대운하는
우리 의지의 縮小指向的 (축소지향적) 발상입니다.
저 멀리 독도와 수 천 여개의 섬들은
우리의 의지로 이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환상이 아닌 희망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 낙동강의 지류인 영강 ⓒ프레시안(왼쪽), 화재로 불탄 숭례문 ⓒ뉴시스(오른쪽)

작가소개

1954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났다. 1986년 「세계의 문학」에, 1988년 「현대시학」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2002년 제20회 신동엽창작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눈물은 푸르다>, <나의 밥그릇이 빛난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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