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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공천, '이명박 정치력' 심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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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공천, '이명박 정치력' 심판대

[분석] 영남 물갈이 '묘수풀이'는?

내주 초 한나라당 영남권 공천의 뚜껑이 열린다. 영남권 68곳 가운데 한나라당 소속 현역 의원이 무려 62명이다. 공천은 곧 당선이나 다름없다. 한나라당의 텃밭, 즉 '주력부대'의 질서가 어떻게 달라지느냐가 공천에서 사실상 판가름 난다는 얘기다.

수도권 일부 의원들의 낙천 소식에 박근혜계는 '대학살의 전주곡'이라며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표적 공천"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박근혜 전 대표도 공식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영남 공천 압박용이다.

이명박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통합민주당 박재승발(發) '공천혁명'의 여파가 간단치 않아서다. 박근혜계에 대한 물갈이 폭이 크면 클수록 이명박계도 그에 비례하는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영남권 공천엔 이명박계 내 소장 그룹과 중진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암투도 도사리고 있다.

30% 채우기?

일차적인 관심은 현역 의원이 얼마나 탈락하느냐다. '물갈이'는 보통 현역 탈락비율로 계산된다. 통합민주당의 호남 물갈이 폭과 반드시 비교되게 돼 있다. 내용을 불문한 단순 비교이지만, 누가 더 많은 현역 의원을 잘라내느냐는 고스란히 '공천 혁명'의 지표가 된다.

통합민주당은 '최저' 30%의 호남 물갈이를 예고했다. 한나라당이 이에 비근한 성적표를 내려면 영남권에서 적어도 20명은 잘라야 한다. 이명박계, 박근혜계의 실세들이 수두룩이 포진해 있는 영남에서 20명의 희생양을 골라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를 자를까?
▲ ⓒ연합

쉽게 보자면 잣대는 연령과 선수다. 60세 이상, 3선 이상 의원들을 추려내면 된다. 60세 이상 고령 의원들을 세어봤다. 22명이다. 3선 이상 의원들을 세어봤다. 역시 22명이다. 이미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용갑, 김광원 의원을 빼면 딱 들어맞는다. 20명.

이들 가운데 여럿이 물갈이 대상이 될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연령과 선수를 물갈이의 잣대로 삼았다고 발표할 수 없다. 영남권은 물론이고 한나라당을 통틀어 최고령(73세), 최다선(5선)인 이상득 의원의 공천이 이미 확정됐기 때문이다. 그가 남들과 다른 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라는 점뿐이다.

의정활동을 평가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건 이현령비현령이다. 당선 가능성도 참작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영남에선 한나라당 공천이 곧 당선이다. 게다가 여론조사로 알아보는 당선 가능성은 현역의원들이 당연히 높게 나온다. 납득할 만한 잣대가 되기 어렵다.

고무줄 잣대

부정부패, 비리 연루자를 잘라낼 수 있다. 설득력도 높고 대중적인 효과도 가장 크다. 민주당 박재승 공심위는 유일하게 이 기준을 엄하게 적용함으로써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한나라당도 당규에 근거가 있다. 3조 2항은 뇌물과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로 형이 확정된 경우 공천 신청 자체를 못하게 하고 있다. 제도만 따져보면 민주당보다 더 깐깐하다.

그러나 지난 2월 강재섭, 이방호, 김무성 의원이 모여 '대장부 합의'를 봤다. 당규 3조 2항을 '유연하게' 적용키로 해 벌금형은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벌금형을 선고 받은 전력이 있는 영남권의 김석준, 김명주, 정의화, 권오을, 김재경, 김태환 의원 등이 '대장부 합의'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

만약 이들을 공천에서 탈락시킨다면 다른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두언 의원 등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들도 같은 기준으로 잘라야 하기 때문이다.

'당규대로' 원칙이 무너진 건 이뿐만이 아니다. 금고형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은 공천 신청 자체가 불허되지만, 입찰방해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이 경북 고령·성주·칠곡의 2배수 후보군에 올라있다.

철새 정치인도 마찬가지. 노무현 정부에서 여당 의원을 지내다가 지난 1월 한나라당에 입당한 강길부 의원이 울산 울주에 공천을 신청했다. 강 의원이 공천되면 한나라당은 '철새 도래지'로 낙인 찍힌다. 반대로 강 의원이 낙천된다면 이미 공천이 확정된 정덕구 전 의원과의 형평성 논란이 일게 된다.

열쇠는 공심위 바깥에

계파도 안배해야 한다. 사실 이것이 제1의 기준으로 보인다. 영남권엔 이명박계가 32~35명, 박근혜계가 20~22명 정도다. 5~10명 정도는 중립파로 구분된다. 30% 안팎의 물갈이를 계파에 동일하게 적용하려면 이명박계에서 10~11명, 박근혜계에서 6~7명을 떨어내야 한다.

중립파로 분류된 현역들은 강재섭 대표, 이한구 정책위의장 등 면면이 쟁쟁하다. 양대 계파에서 더 많은 탈락자가 나와야 30% 물갈이를 간신히 채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엔 현역 의원이 탈락한 자리에 새로운 이명박계, 박근혜계를 채워 넣어 양쪽이 만족할 만한 비율을 맞춰야 하는 과제까지 겹쳐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변수가 있다. 이명박계 내부의 권력갈등이다. 최근 이상득 공천 파동을 거치며 소장파와 중진그룹 간의 분화 현상이 이재오-이상득 갈등설로 표면화 됐다. 7월 당권다툼의 전초전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이러니한 대목은 이명박계에 '새 피'를 수혈하려는 이재오 의원의 구상에 맞서 이명박계 중진들과 박근혜계가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종횡으로 엇갈린 갈등구조의 집약지인 영남권에서 모든 계파가 수긍하면서도 물갈이 함량을 채우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런 수학적 해법이 아닌 두 가지 정치적 해법이 있다. 첫째는 안강민 공심위가 여태껏 따라붙은 '금붕어' 딱지를 과감하게 떼고 뒷심을 발휘하면 쉽다. 공천 기준을 단순화시키고 그에 따라 계파 보스들의 입김에 좌고우면하지 않은 심사결과를 내놓으면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심위의 행보에 비쳐볼 때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공심위 내부가 계파나눔형 구조로 짜여있어 박재승 공심위 같은 '7인의 외인부대'가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게 한계다.

두 번째는 계파 최고 보스들의 협상이다. 주말과 휴일 사이 청와대와 박근혜 전 대표, 공심위를 오가는 메신저들의 발걸음이 분주할 터. 그 결과 양측이 '공천혁명'에 합의하면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 다선·고령에 구시대적 이미지를 가진 상징적 인사들, 부정부패 연루자나 음주추태, 막말 논란 등으로 국민들 뇌리에 선명하게 남은 인사들을 도려내면 대단한 성공이다.

처한 위치상 해법이 나온다면 이 대통령 쪽에서 먼저 나와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총선 판도를 주시하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 대통령의 외부일정도 대폭 축소됐다.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최근 정두언 의원 등을 불러 총선전략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상득 의원의 자진 공천 반납 가능성도 거론된다.

난마처럼 얽힌 공천 갈등을 풀어갈 열쇠는 역시 이 대통령의 손에 쥐어져 있다. 영남권 공천이 '이명박 정치력'의 중대한 분수령이 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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