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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파동', 그냥 넘길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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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파동', 그냥 넘길 일 아니다"

[전문가 진단] "국민과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에 심각한 결함"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 일정한 '코드 인사'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철학과 가치관의 부재로 인해 능력 없는 측근들이 무원칙하게 중용되는 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6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고위공직자 인선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의 요지를 정리하면 이렇다.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와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일제히 이번 '조각 파동'이 일회성 논란이 아닌 국정 운영의 장기적인 걸림돌이 될 것으로 봤다.
  
  금도 넘은 '코드인사'
  
  강원택 숭실대 교수(정치학)는 "대통령의 내각이나 참모 인선은 코드 인사나 선거 공신에 대한 전리품 배분의 속성을 원천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국가 원수로서의 대통령은 국가 통합의 상징이므로 계층이나 지역, 학벌 등 사회 내 여러 갈등요소 가운데 어느 한 쪽만을 일방적으로 대표하거나 그 사람들로만 권력을 채워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개인적 연고를 모두 반영하는 '고소영-S라인'으로 고위 공직이 구성된 것은 이명박 정부가 매우 편협한 인재풀에 기반 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또한 "'대한민국 1% 내각'이라는 표현 속에는 상대적 소외감이나 불만을 갖는 99%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설사 이들의 역량이 매우 뛰어나다고 해도 이는 정치적으로 매우 부적절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아무리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가까운 측근이라고 해도 역량이 되지 않거나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공직에 앉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검증의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박원석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도 "대통령 중심제에서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무소불위의 권한은 아니다"며 "경제살리기와 실용이라는 이름하에 모든 것을 덮어도 된다는 면허를 부여한 것은 아니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특히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김성이 복지부 장관, 최시중 방통위원장,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등을 지적하며 "오히려 이명박식 코드인사가 무원칙한 더 큰 이유는 자격이나 능력을 전혀 확인할 수 없는 사람들을 측근이라는 이유로 요직에 기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원칙 없는 측실인사는 권력의 사유화, 국정운영의 불안정성, 관료조직에 의한 국정장악 등 여러 부작용을 파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코드인사의 문제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드? 철학과 가치관이 더 문제
  
  강원택 교수는 지난 20년 간 도덕성 논란으로 물러난 고위 공직자들을 열거하며 "국민들은 이제 고위 공직자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도덕적 조건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 20년 간 축적돼 온 정치적 관행을 무시했고 그 결과 국민들 정서나 기대와 상당히 떨어진 인물들로 새 내각을 채웠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이처럼 편향된 인사를 과감하게 행할 수 있는 것은 오만하다고 할 만큼 지나친 자신감에 기초한 것 같다"며 "이는 판단의 실수나 잘못 때문이라기보다 이명박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의 잘못된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이번 내각 인선 파문은 단순한 검증 시스템의 문제를 넘어 국민과 정치를 바라보는 이명박 정부의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석 처장도 "비단 검증시스템의 제한에서 비롯된 문제만이 아니라 인사권자의 철학과 가치관의 문제, 국정운영에 대한 안이한 태도와 판단이 종합돼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복지 정책이 경제살리기 도구화
  
  이대근 경향신문 정치·국제 에디터는 "다원화된 사회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정책의 결여"에서 조각 파동의 문제를 접근했다. 그는 "경제살리기 노선 외에는 사회, 복지, 노동, 환경, 여성, 대북 정책의 내용이 빈약하다"며 "경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정책을 경제살리기의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관심', '무지', '무대책', '비현실적' 등 '3무1비'를 지적하며 "경제살리기라는 과제만 제시하면 설득될 것으로 안이하게 판단해 인선에서 긴장감을 놓쳤다"고 분석했다.
  
  박원석 처장도 "사회정책라인에 대한 인사는 무능력 인사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미석 수석의 경우 논문표절 등 도덕성은 물론이고 까다로운 사회정책을 수행하고 조율할 전문성이나 능력을 전혀 찾아보기 어렵다"고 비판했고, "김성이 복지부 장관도 사회복지 정책의 전문성이 있는 분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이영희 노동부장관에 대해서도 "노동정책에 대한 비전도, 현안에 대한 인식이나 해결능력을 전혀 보이지 못해 '능력'이라는 기준과는 동떨어진 인사"라고 주장했다.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해서도 박 처장은 "금융분야의 경제학자이지만 경쟁정책 분야에선 단 한편의 논문도 없고 경험도 전무한 인물"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 교수가 기용된 것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당시 시정개발연구원장을 지냈고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바른정책연구원장을 지낸 측근 경력이 더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교수보다는 정치인이 낫다
  
  한편 검증기회가 상대적으로 빈약한 교수 출신들이 대거 발탁됨으로써 이번 문제가 야기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강원택 교수는 "이번 인선의 특징 중에 내각에 정치인의 임용이 적다는 점"이라며 "집권당의 의원이 내각에 참여하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고려할 때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이 비교적 검증절차를 거친 인물들이 많고 전문성과 관료들에 대한 장악 면에서도 유리하다는 것.
  
  서복경 박사도 유럽 내각의 사례를 언급하며 "행정부 고위 공직자 충원의 주된 풀이 정당 활동을 통해 훈련된 정치인들이며 이들은 오랜 정당 및 정치활동 과정에서 여러 경로로 검증을 마친 사람들이어서 지명 시점에서 별도의 특별한 검증절차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이대근 에디터는 "교수 등 전문가와 관료 사이에서 전문성을 갖고 공직을 맡을 수 있을 만큼 훈련받을 수 있는 기회구조가 없다"며 "이는 최고 수준의 정책 결정자 역할에 상응하는 인물군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교수는 검증을 받지 않는 직업으로서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교수중심 내각의 한계를 비판했다.
  
  공식-비공식 검증시스템 구축해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철학과 가치관의 전환은 이 당선인과 집권세력의 몫이다. 다만 최소한의 도덕성도 부족한 이들을 걸러내기 위한 검증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서복경 박사는 공직 경험을 통한 대중적 검증을 거친 인물들의 발탁도가 낮은 미국의 경우 백악관과 FBI의 철저한 사전 검증은 물론이고 "언론 등 다양한 경로로 반응을 살핀 결과 심각하게 부정적 반응이 감지될 경우 후보지명을 포기하고 다른 후보자를 알아본다"고 비교했다.
  
  이런 장치들의 도움으로 인준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래 청문회 과정에서 부결된 내각 장관 지명자의 수는 채 20 명이 안 될 정도로 적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서 박사는 "사전에 정보를 공개하고 여론과 의회의 반응을 살피는 비공식적인 과정이 대통령의 지명안 제출, 상원의 예비조사, 청문회 등 각 단계에서 작동하고 이렇게 수렴된 평가가 공식 절차에 반영된다는 것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대근 에디터는 "별도의 검증 시스템을 도입해 1차적으로 내부 검증에서 걸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고, 박원석 처장은 예비내각제도 도입 검토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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