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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금 운동', 李당선인이 할 말인가?

[기자의 눈] '무너진 자존심' 두 번 뭉개는 국가지도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숭례문을 국민 성금으로 복원하자고 제안했다. 5시간 만에 전소된 국보 1호의 붕괴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본 국민들 사이에서도 일찌감치 '국민성금 운동' 제안이 나왔다. 이 당선인은 비로소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걸까?

복원이 급한가?

방식의 문제를 떠나 순서가 잘못됐다. 잘잘못을 가리고 책임지는 모습이 우선이다. "상당히 계획적인 것 같다"던 이 당선인의 예견(?)에 의거, 검거된 70대의 방화 용의자에게 책임을 물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은 듯하다. 국보 1호가 저렇게 쉽게 무너지는 동안 당국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느냐는 원망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없다.

이런 원성을 '큰 비가 와도 나라님 탓'을 하던 봉건시대 민초들의 몽매쯤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 해선 안 된다. 게다가 이 당선인은 서울시장 시절 숭례문을 개방한 당사자가 아닌가. 물론 문화재에 대한 개방 자체를 무턱대고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나라를 책임질 최고지도자로서 복원방법을 운운하기 전에 불문곡직하고 일말의 책임이라도 인정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마침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이런 말을 했다.

"(이 당선인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숭례문을 개방한 것에 대해) 그 때 내가 좀 더 철저하게 부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대처를) 안했을까. 그런 말씀을 하면 국민이 더 존경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본다."(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

정 전 관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이 당선인 등을 거론하며 "문화재에 대해 정말 우리가 너무 소홀했구나 하고 깊은 반성의 사과를 윗선부터 해야 된다"며 "이번에 보니까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데 정말 국민 보기에도 좋지 않다. '내 책임이다'하고 나서는 사람이 있어야 정말 문화재를 아끼는 사람"이라고 했다. 정 전 관장은 "이번 일은 제 책임입니다. 이렇게 사과하고 난 다음에 복원하고 중수하는 건 늦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무래도 이 당선인에게서 넉넉한 품으로 국민들의 상처를 달래줄 만한 지도자 상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새 정부가 파헤치겠다는 한반도 대운하로 인한 문화재 소실을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귀 닫은 이 당선인인 다음에야….

태극기-청계천 세리모니, 그리고 숭례문?

'국민성금 운동'이라는 방식도 이 당선인이 제안할 말은 아닌 듯싶다.

관(官)의 무사안일로 소실한 문화재를 민(民)의 힘으로 복원하자는 국민들 제안에는 엄연히 '관'에 대한 불신과 경고가 내면에 담겨있다. 그런데 이 당선인은 이를 '아이디어' 쯤으로 받아들여 다시금 '관치 세리모니'로 기획하려는 듯한 뉘앙스가 다분하다.

이 당선인이 "국민이 십시일반으로 참여하는 성금으로 복원하는 게 오히려 국민들에게도 위안이 되고 의미가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한 게 그렇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대적인 숭례문 복원 국민성금 운동이 시작된다. 방송과 신문이 모조리 동원된다. 지난 정권의 실정 속에 '국민 성공'을 약속한 새 정부의 출범과 국민들의 '무너진 자존심 세우기'가 겹친다. '숭례문 복원'이 새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는 '국민 직접행동'의 아이콘이 된다.'

금강산 댐 건설 시절에나 먹혔던 너무 촌스런 시나리오인가? 이 당선인의 과거를 보면 능히 그럴 수 있으리라는 짐작이다. 서울시장 재직 시절 그는 청계천 복원을 기념하기 위해 숱하게 축제를 열었다. "대한민국 정체성을 지키겠다"며 서울시청을 3600장의 태극기로 휘감은 적도 있다.

이 당선인과 인수위로선 새 정부 출범을 코앞에 두고 발생한 국보 1호 소실 사태가 적이 민감할 법하다. 정부 출범과 숭례문 소실 사이에 명징한 인과관계란 없지만, 유난히 '국운'을 강조해 온 이 당선인이기에 세간의 흉흉한 풍설에 신경을 곤두세운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오늘 이 당선인의 '국민 성금운동' 제안에선 국민들의 애절함을 철저하게 정치의 시각으로 희화화시키고 있는 협량의 국가지도자만 확인하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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