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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노회찬이 '방향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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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노회찬이 '방향타'

[분석] 평등파 '길 찾기', 제3지대로 수렴

민주노동당이 '진짜 진보'의 간판이던 시절은 끝났다. 지난 대선 당시 문국현의 출마마저 "미국의 악랄한 책동"이라는 주장을 버젓이 '특별호소문'이랍시고 내는 '2.3 당 대회 이후'의 민노당을 보면 그렇다.
  
  이게 자주파 진영 전체의 상황인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격앙된 시기에 속속 드러나는 자주파의 '맨얼굴'이 새로운 진보운동의 동력이 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옛것이 새것의 땔감이 되는 모양새가 됐다는 뜻이다.
  
  중요한 건 이런 국면이 민노당을 박차고 나섰거나 그럴 예정인 세력에게 '명분'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책임정치', '정당정치' 등 교본에 따른 판단보다 '왜 당을 깰 수밖에 없는가'를 수긍하고 있다.
  
  평등파로서는 불행 중 다행이다. 주도권을 쥘 기회로 여김직하다. 하지만 새 부대에 담을 새 술이 아직 마련이 안됐다. 조승수 전 의원이 이끄는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은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를 기치로 들었다. 심상정 비대위가 내세웠던 "생활 속의 푸른 진보"와 엇비슷하다. 추상적인 수준이다.
  
  대중들이 검증할 만한 실천도 기회도 없었으니 첫 발을 뗀 범평등파 진영의 '내용의 공허함'을 따지긴 아직 이르다. 적색주의자와 녹색주의자들 사이의 내부 결합이 유기적이지 못한 점도 있다고 한다. 언젠가 이런 게 부메랑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지켜볼 일이다.
  
  심상정-노회찬 진로 주목
  
  여하튼 범평등파 진영이 '역(逆)패권', '분열주의'라는 비판을 최소화시킬 수 있었던 건 상황이 부여한 '명분' 때문이다. 다음 관건은 이들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의미 있는 세력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느냐다. 상당부분 정치력이 좌우하는 문제다.
  
  그 세력을 대표할 인물이 누구냐는 여기서 매우 중요하다. 심상정, 노회찬 의원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건 그래서다. 두 사람은 '스타'다. 의정활동으로 내공을 인정받았고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에서 상종가를 쳤다. 운동권 진영에서 대중과의 호흡력을 갖춘 정치인은 사실상 두 사람 뿐이다. 이들이 사실상 평등파 진영의 키를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노당 탈당은 시간문제다. 비례대표 의원인 이들은 당을 나서는 순간 배지를 떼야 한다. 하지만 세상이 다 아는 평등파인 두 사람이 '자주파당'에 남아있으면 '배지 집착'으로 비쳐진다. 오래 고민하지 않을 거라는 건 상식이다.
  
  보폭이 비슷하다. 심 의원은 "우리가 가려는 믿음직한 진보정당의 길은 더욱 또렷해졌다"고 했다. 노 의원은 "과거와 결별하고 진보정치의 새로운 길을 떠나겠다"고 했다. 언술의 일치를 떠나 두 사람 사이에는 순망치한의 관계가 이미 성립됐다. 심상정, 노회찬이 각자도생 하는 건 평등파 진영의 또 다른 분열로 비쳐져 공멸하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민노당을 나와 어디로 갈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깃발을 든 조승수 전 의원 등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은 당연히 심, 노 의원의 합류를 희망한다.
  
  하지만 두 의원은 그 길과는 거리를 둔다. 가능성도 낮다. 그쪽으로 결합하면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던 자주파 진영의 의심이 맞아 떨어지는 결과가 된다. '분열주의자' 멍에를 뒤집어 쓸 수 있는 길이다.
  
  심상정 의원과 조승수 전 의원은 '비대위 혁신안'에 대한 후퇴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앙금이 있다는 얘기다. 특히 심 의원 쪽에선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을 또 다른 패권으로 보는 불편한 시각도 있다.
  
  그렇다고 심, 노 의원이 무소속으로 남아 있기도 어렵다. 두 사람에게 '깃발'이 되길 요구하는 목소리를 외면하는 건 '진보정치인'의 도의상 쉽지 않다. '제3지대 진보신당론'이 그래서 나온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가장 높다. 새로운 깃발을 꽂고 '조승수 신당파'를 흡수하는 시나리오다. 시간이 그리 촉박한 건 아니다. 총선 후보등록일인 3월 25일까지만 정당등록을 마치면 선거를 치를 형식은 완성이 된다.
  
  이 경우 '조승수 신당'의 태도가 중요하다. 조 전 의원은 "나와 진보신당 모임은 어떠한 기득권도 누릴 생각도 없고 새집을 짓는 터전을 닦는 역할을 자임한다"고 밝혔다. '기득권 포기'에 방점을 찍느냐, '새집 짓는 터전'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 제3지대 진보신당이 만들어지면 자신의 신당모임을 해체하고 결합할 수 있다는 뜻인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다만 양측이 총선을 각자 치르는 최악의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대개 일치한다.
  
  또 다른 변수가 있다. 권영길 의원이다. 평등파 일각에선 권 의원을 제3지대 진보신당에 합류시키자는 주장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자주파의 후원을 업긴 했으나 권 의원이 자주파는 아니다. 그런 그를 대승적으로 합류시키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평등파 진영 전반의 감정은 그렇지 않다.
  
  설 연휴 직후부터 급물살을 타게 될 평등파 진영의 '새로운 진보정당 길 찾기'가 어떤 정치적 경로를 거칠 것인지, 관심을 둬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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