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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혁신안' 좌초…민노당 사실상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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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혁신안' 좌초…민노당 사실상 '해체'

'분당' 불가피…심상정, 대표직 사퇴할 듯

민주노동당이 끝내 '마지막 비상구'를 스스로 틀어막았다. '심상정 비대위'의 혁신안은 3일 열린 임시 당 대회의 벽에 막혀 좌초됐다. 혁신안은 일부 후퇴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선 패배 원인 진단과 제2창당의 지향에 관련된 내용을 담았었다.

자주파는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치의 양보도 용납하지 않았다. 최기영·이정훈 등 일심회 관련자 제명에 관한 건이 쟁점이었다. 혁신안에서 관련 내용을 완전히 삭제하는 자주파 진영의 수정동의안이 현장 발의돼 재적 대의원 862명 가운데 553명이 찬성해 가결됐다. 사실상 심상정 비대위에 대한 압도적인 불신임이다.

이런 자주파와 더 이상의 동거가 불필요하다고 판단, 심상정 비대위를 평가절하 해 온 강경평등파는 예상됐던 사태라는 반응이다. 당의 존망이 걸린 '운명의 당 대회'는 이렇게 당 해체 외의 다른 모든 가능성을 봉쇄했다.

정파연합체로 지난 8년을 견뎌온 민노당은 이제 사실상 자주파당으로 전락하게 됐다. 친북적 행태에 대한 최소한의 변화와 혁신이 불가능한 진로다. 강경평등파는 현재로선 성공 확률이 그리 높지 않은 신당 창당의 가시밭길을 예정대로 걸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사이에서 '분당 없는 혁신'을 기대했던 합리적 지지층은 탈당 수순만 남았다. 공중분해다.

'4주 천하'로 끝난 심상정 비대위

비대위 출범부터 구구한 논란에 시달려온 심 대표는 이날 서울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열린 당 대회 모두에 "절망과 싸우고 시간과 싸워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 중에서도 "우리 안의 낡은 관성과의 싸움"이었다고 지난 1개월을 돌아봤다.

결과적으로 심 대표는 그 싸움에서 졌다. 비대위가 제출한 혁신안의 무력화는 심상정 비대위가 '4주 천하'로 끝났음을 의미한다.
▲ ⓒ뉴시스

자주파 진영은 첫 번째 안건인 '제2창당을 위한 평가·혁신안 승인의 건'부터 거세게 반발했다. 당 대회를 개의한 지 9시간 동안 격론을 벌였다. 최기영·이정훈 등 일심회 관련자 제명 조치를 둘러싼 논란이었다. 이는 비대위가 당의 편향적 친북성과 관련한 당 안팎의 비판을 돌파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치적 조치로, 당 대회 통과를 희망했던 사안이다.

자주파 대의원들은 "진보정당에서 국가보안법 관련자를 제명하는 건 등 뒤에서 칼을 꽂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와 관련해 최기영·이정훈 등 일심회 관련자 가족들로 구성된 대책위는 대회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대위가 형사소송법상 문제가 될 수 있는 당사자와 변호인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판자료를 공개했다"고 비난했고, 최기영 전 사무총장도 자신의 혐의 내용을 일체 부정하는 글을 공개했다.

이처럼 일심회 관련 공판자료 공개 및 국보법에 대한 진보정당의 태도가 돌연 논란의 기축으로 등장해 비대위가 수세에 몰리면서 안건 표결 전부터 자주파 진영의 압도적인 반대는 예상이 됐다. 사실상 혁신안의 핵심이 이처럼 맥없이 무너지면서 심상정 체제의 종결을 알렸다.

밤 11시 현재 총선 방침과 비례대표 후보 선출방안 등 나머지 4가지 심의·의결 안건이 처리를 기다리고 있으나 혁신안이 사실상 부결된 것이나 다름없어 큰 의미는 없다. 이미 혁신안 부결을 비대위에 대한 불신임으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심 대표는 첫 안건이 좌초되자 자리를 떴다.

심 대표는 "오늘 당 대회는 저와 비대위에 준 권한과 책임을 당 발전의 방향으로 잘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판단과 승인하는 성격을 갖는 당 대회"라고 규정했다. 그는 특히 향후 거취와 관련한 대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지자 "당 대회 이후에도 탈당이 이어진다면 비대위 대표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고 내 소임을 이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심 대표는 4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비대위원장 사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비대위원들도 일괄사퇴가 예상된다. 심상정 비대위가 물러난 민노당은 '관리형' 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수순이 예상된다.

사실상 '분당'…심상정-노회찬 거취 주목

평등파 진영의 진보신당 창당 움직임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당파는 이미 당 대회 결과에 상관없이 신당 창당을 공언했던 만큼 사실상 당 해체를 확인한 당 대회는 이들의 행보에 걸림돌을 제거한 셈이 됐다.

당 대회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 입장을 유보해 온 평등파 일부가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은 신당 창당 논의 과정에서 온건 평등파 진영과도 감정의 앙금을 남겨 얼마나 신당파가 세 불리기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민노당에 대한 대중적 대표성을 가진 심상정, 노회찬 의원의 거취가 이 대목에서 적지 않은 변수다. 심 대표는 당장 진보신당 합류 등의 특별한 액션을 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자주파당으로 돌아간 민노당에 그대로 남아 있기도 불편해 보인다. 신당 참여와 별개로 탈당은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노회찬 의원은 이미 혁신안이 부결되면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자신의 거취에 관한 예고성 발언을 해뒀다. 노 의원 역시 진보신당에 합류할지는 불투명하지만 탈당 쪽으로 의중을 굳혔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진보진영 전반이 '그라운드 제로'에

이처럼 민노당의 해체는 초읽기에 돌입했으나 혼란이 민노당만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더 심각한 문제다.

당장 국민파(자주파계열), 중앙파(평등파계열) 등으로 대립해 온 민주노총이 연쇄반응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인 정치적 대표체가 몰락의 길로 접어듦에 따라 민노총 내부의 극심한 노선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수순은 거의 모든 진보적 노동·사회단체, 학계를 망라한다.

하지만 4월 총선이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어느 쪽이라도 진보진영의 확실한 대안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반쪽짜리 민노당이건 진보신당이건 진보진영의 활로에 관한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이상 총선은 공멸을 확인하는 정치행사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총선 패배 뒤의 재건은 몇 배나 힘든 공력과 시간이 투여돼야 가능하다. 민주노동당발(發) 진보진영의 아노미가 간단치 않은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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