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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정규직입니까, 비정규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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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정규직입니까, 비정규직입니까?"

[일과 희망·31] 비정규직 근로자란 도대체?

최근 우리 사회의 노동문제에 관한 최대의 관심 사항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불안과 열악한 근로 조건의 해결이다.

그런데 해결 방안에 대한 정부와 노동계 또는 경영계의 이견에 앞서 우리 사회는 아직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규모마저 다른 통계를 내놓고 있다. 사실 해결 방안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도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정의 또는 개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란 도대체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노동문제를 다루는 주요한 분야인 노동경제, 노사관계, 노동법의 시각에서 보면 비정규 근로자에 대한 정의는 세부적으로 다를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노동법의 시각에서 비정규직의 개념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

비정규직 노동 또는 근로자는 현재 근로기준법 등 실정법상 개념이 아니고, 이들에 대한 실태적 또는 현실적 보호의 필요성 때문에 논의되는 것이다. 이것은 정규직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정규직 근로자와의 관계에서 살펴보는 것이 타당한 방법론이라 하겠다.

근로계약기간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사회는 아직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규모마저 다른 통계를 내놓고 있다. 해결방안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도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정의 또는 개념의 이 같은 차이에서 비롯된다. ⓒ프레시안

우선 근로 계약 기간에서 보는 관점이 첫 번째 판단기준이 된다.

노무 제공과 임금 수령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 계약은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근로 기간에 대한 정함이 없는 것이 노동법의 기본 원리다. 따라서 계약제 등은 원칙적으로 비정규직이다. 즉, 근로 계약을 맺은 후 근로자의 사직 또는 경영상 해고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년까지 근로 관계가 계속될 수 있어야 정규직이라고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두 유형의 예외만 제시한다. 우선, 전문적인 지식 또는 경험을 요건으로 많은 연봉을 수령하는 근로자의 경우 그 채용 목적상 통상적으로 근로 계약의 기간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일정한 기간 동안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 그 기간에만 근무할 기술 인력 등을 채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도 비정규직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그런데 비정규직의 보호 필요성 관점에서 보면 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겠다.

근로시간으로 본 비정규직은?

두 번째는 근로 시간의 관점이 있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사업 또는 근로자의 경우 제50조의 근로 시간을 적용받게 된다. 그리고 탄력적 근로 시간제 또는 교대제 근무제 등 변형적 근로 시간제의 적용 여부를 불문하고, 1일 8시간, 주당 40시간을 근무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종사하는 근로자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근로 계약을 체결할 때부터 근로 시간이 아주 짧은 것으로 약정하는 경우는 비정규직으로 파악해야 한다.

누구에게 자신의 노동을 제공하고 있는가?
▲고용된 사용자가 아닌 타인에게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형태가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철도공사가 아닌 계열사 소속인 KTX 승무원이 대표적인 예다. ⓒ프레시안

셋째로, 근로 계약과 노무 제공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현행 우리나라의 노동관계법에서 근로자가 근로 계약을 체결한 사용자에게만 노무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 직접적인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근기법 제9조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타인의 근로 관계에 개입하는 것을 중간 착취로 금지하고 있는 점, △직업안정법에서 근로자 공급 사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거나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점, △파견법에서 파견 근로의 대상 업무 등을 제한하고 사용사업주에게 사용책임을 부과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근로자는 근로 계약을 체결한 사용자에게 노무 제공을 해야 하는 것이 노동관계법의 기본정신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노동 현장의 실태를 보면 이 정신과 어긋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근로 계약을 체결한 사용자가 아닌 자를 위해 상시적으로 출퇴근하면서 노무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고용된 사용자가 아닌 타인에게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형태가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경우 가운데 진정한 도급계약을 맺은 경우도 있지만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위장도급, 불법파견, 사내하청이 대부분이라는 데 있다. 여기서는 사실 관계에 따라서는 정규직이 될 수도 있고 비정규직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

따라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은 이런 형태를 가장 선호한다. 반면 해당 근로자는 형식적으로는 정규직으로 보이지만 내용적으로 비정규직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행 노동관계법의 적용 아래에서 정규직 개념에서 요구되는 근로 계약의 기간의 존부, 근로 시간의 장단, 근로 계약과 노무 제공의 관계라는 세 가지의 기준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개념파악을 위해 동시에 요구되는 요소다.

하지만 이런 기준을 모두 갖췄거나 어느 하나라도 결여됐다고 해서 정규직 또는 비정규직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즉 기본요소에 대한 외형보다는 실질적인 내용을 중시해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모든 기업과 근로자를 위해' 기본원리부터 실천하자"

앞서 말한 것처럼 매우 유동적인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개념과 범위 때문에 정부나 연구자, 또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주장하는 해결 방안은 매우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사당사자가 아닌 노동정책을 담당하는 정부관계자, 노동관계를 다루는 연구자, 노동관계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노동위원회와 법원 등 분쟁해결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기본원리를 실천하는 것이 자신들의 존재와 활동의 목적이 아닐까.

그 기본 원리란 이런 것이다.

능력 있는 사람 위주로 이익이 결정되는 구조와 경향이 강한 자본주의와 경쟁사회에서 어려운 입장에 있는 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충분히 배려해야 한다는 것.

또 자율은 참 좋은 원리지만 때로 이것이 힘없는 사람을 속박할 가능성이 있어 자율기능에 대한 견제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점.

마지막으로 사회적으로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없으면 탁월한 사람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위하는 정책수립과 법해석은 우리 사회의 통합 그리고 모든 기업과 근로자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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