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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조 원 풀면 뭐합니까…방법을 바꿉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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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119조 원 풀면 뭐합니까…방법을 바꿉시다"

'햇빛'이 '희망'이다 <16> 한빛에너지공동체

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하면서 에너지 문제가 연일 언론 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관심 속에는 '더 이상 잔치를 계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깊은 불안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런 관심이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 유가가 몇 달러만 떨어져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잔치는 계속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실 단기적인 유가의 등락은 온갖 변수가 작용한 결과일 뿐이다. 더구나 석유가 아주 유용한 '투기' 대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더욱더 그렇다.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중·장기적인 유가의 추이이다.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2000년대 초 20달러대에서 불과 7년 만에 90달러대로 4배 가까이 올랐다. 등락을 거치면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온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른바 '석유 생산 정점(Peak Oil)' 사태의 도래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최근 부쩍 많아진 것이다. 낙관론을 견지하던 전문가들이 속속 비관론으로 돌아서더니 최근에는 아예 2006년에 석유 생산 정점을 지났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고유가에도 석유 생산량이 쉽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경고이다.

2007년 초부터 큰 관심을 모은 기후 변화 경고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골칫거리다. 일부 불확실성을 염두에 둔다고 하더라도 인류가 지난 수백 년간 석유,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를 쓰면서 배출한 온실 가스가 우리별 지구의 균형을 깨는 데 일조하고 있음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행동을 해야 할 시점이다.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을 둘러싸고 갈수록 험악해지는 국제 정세는 어떤가?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여러 가지 진짜 이유의 맨 앞에 석유가 있다는 것은 이젠 상식처럼 받아들여진다. 러시아와 같은 새로운 자원 강국이 에너지로 국제 정세를 좌지우지하려는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앞으로 이런 자원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더 심해질 것이다.

<프레시안>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창간 때부터 다각적으로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특히 2007년 초부터 '석유 제로(0) 시대를 그린다'와 같은 연재 기사를 통해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하려는 국내외의 흐름을 자세히 소개하는 등 에너지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노력해왔다.

이 연장선상에서 <프레시안>은 시민발전(유), 대북에너지지원국민운동본부와 함께 '햇빛이 희망이다' 캠페인을 진행한다. 앞에서 열거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태양, 풍력 에너지 등 재생 에너지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있을 때 널리 확산될 수 있다.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한 주일에 세 번 재생 에너지 보급 운동에 함께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프레시안>을 통해 독자를 만난다. 성당, 학교, 창고 지붕에 소규모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거나,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는 북한 주민에게 석유 대신 재생 에너지를 공급하자고 정부, 국민을 설득하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왜 햇빛이 희망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

"우리는 '파국의 회오리' 속에 들어갔다"
"태평한 당신…부안을 벌써 잊으셨습니까?"

"햇빛은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다"
"수소가 아닌 유채가 대한민국을 구한다"

"'붉은' 십자가 없는 '햇빛' 교회를 상상하자"
"햇빛 에너지 비웃는 사람들 귀 열고, 눈 떠요"

"지금 당장 자동차를 버리진 못하지만…"
"햇빛 에너지가 '진짜' 희망이 되려면…"

"석유 '펑펑' 쓰는 유기농업 부끄러웠다"
"'햇빛'과 '바람'이 남북을 살린다"

"中의 북한 에너지 '점령' 이미 시작됐다"
"김정일이 '햇빛 에너지' 전도사라고요?"

"제발 지금부터 '착하게' 살자"
"공무원 움직인 햇빛…부산시가 이런 일도?"

"전기료만 9억 원…이젠 20억 원 벌 수 있어요"

제가 살고 있는 이곳 산수골 마을은 남한강, 섬강, 청미천이 만나는 곳으로 요즈음 한창 시끄러운 대운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습니다. 행정구역으로는 원주, 여주, 충주 경계에 위치한 작은 시골 마을입니다.

자연이 좋아서 시골 마을로 들어온 지 10여 년이 흘렀습니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살길이 있다는 신념으로 농사도 짓고 건축일도 배우며 시골살이에 젖어 행복해 하던 시간이 엊그제 같습니다. 그런데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낯선 언어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농촌의 현실에 그만 웃음을 잃어버리고는 합니다.

이곳에 살면서 아침에 일어나 가슴깊이 들이키는 맑은 공기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도시의 경쟁적인 삶에서 찌든 마음을 저절로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아직 남아계신 어르신과 산수골이란 작은 마을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농촌에서 에너지 문제는 매우 실질적입니다. 우선 경제적 타격이 큽니다. 농사에 필요한 농기계를 움직이는 일, 하우스 재배 농가의 난방, 이동 수단이 자가 운전일 수밖에 없는 것 등, 모두 그 비싼 화석연료 에너지가 필요하지요.

잘은 모르지만 화석연료 에너지를 너무 많이 사용한 탓에 지구의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기후 변화로 지구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거창하게 북극의 녹아내리는 빙하를 보지 않아도 이곳 과일나무의 생장 지역이 변화하는 것만 살펴보아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2006년도에 폭우로 남한강 제방이 넘치려고 해 여주와 원주 부론면 주민에게 대피령이 내리기도 했습니다.

연일 치솟고 있는 기름 값에 한숨 내쉬는 것은 하우스 재배 농가뿐만이 아닙니다. 마을 어르신들은 난방비 걱정에 거실에 연탄난로를 피우고는 보일러를 틀지도 못하고 살고 계십니다. 이런 상황에서 쌀 수매값은 매년 떨어지고, 복숭아, 사과, 밤 등 과수의 생산단가는 점점 오르는데 판로는 줄어들어 이곳저곳에서 파산 농가가 속출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 농촌으로 들어가는 많은 지원은 대부분 기계회사, 노역회사, 비료회사, 건설업자 등으로 흘러들어간다. 정작 농민은 계속 빛에 허덕여야 한다. 이런 악순환을 깨는 방법은 없을까? ⓒ프레시안

농촌을 지켜낸다고 정부는 돈을 119조 원이나 풀어주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농촌에 지원한 방법이란 결국 농민의 호주머니를 통과한 지원금이 비료장사, 농기계 사업가, 비닐공장, 하우스 파이프 공장, 농약회사, 사료공장 등으로 흘러갔을 뿐입니다. 농사가 잘 되든 안 되든 농민들은 빚만 지게 되는 것이 우리나라 농촌지원 시스템입니다.

공무원은 눈에 보이는 실적에만 눈이 멀어 있습니다. 사용할 사람도 없는 마을회관을 몇 억 원씩 들여서 동네마다 건설합니다. 심지어는 트랙터가 드나드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논두렁에 시멘트 포장을 합니다. 수십억 원을 들여서 정말 사용도 안하는 체육공원을 만들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소비와 낭비가 여기저기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누구하나 말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농촌에서 살아가기가 점점 힘이 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점 고민만 많아졌습니다. 그러다가 무엇을 해야 이곳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삶을 마감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환경운동을 중요하게 생각할 줄 알고 있고, 지구 온난화를 막고자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 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난처럼 사람을 마구잡이로 만드는 것은 없습니다. 가난으로 자포자기한 사람에게 환경운동을 말한들 들을 사람이 없습니다.

3년 전 어느 날 소규모 개인 사업자에게도 햇빛 발전소의 발전 차액 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무릎을 탁 쳤습니다. 이것이 우리 농촌마을이 기댈 언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자료를 얻고자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에너지전환을 찾았습니다. 이필렬 대표를 비롯한 여러분의 조언을 들었습니다. 특히 시민발전 박승옥 대표를 알게 되면서 우리 농촌의 현실에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방법으로 햇빛 발전소 건설을 위한 운동을 검토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2007년도에는 한빛에너지공동체를 결성하고 여주에 사무실을 열었습니다. 원주, 충주, 여주의 농촌 마을에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햇빛 발전소 건설을 추진코자 마을별 조합을 결성하고 있는 중입니다. 시범 마을을 하기로 결정한 여주군 능서면 광대리 최영섭 이장은 마을조합 정관을 만들고 2008년 1월 중에 농림부를 방문해 생산성 있는 햇빛 발전소를 통해 농촌 지원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원주시 부론면 산수골에는 '에너지 복지 마을'이란 이름으로 전원마을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농림부와 협의하여 현재 추진 중에 있는 전국의 전원 마을 조성사업에 햇빛 발전소가 들어갈 수 있도록 건의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에너지를 적게 쓰는 주택을 짓고 특히 지붕 일체형 햇빛 발전소를 만들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전원마을을 만들어 가는 것을 기본계획부터 추진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다음 세대인 아이들에게 에너지 문제도 가르칠 예정입니다. 우리는 저소득층 공부방 아이를 위한 복지 시설에 햇빛발전소를 만드는 운동도 추진하고자 합니다. 여주의 중앙아동센터(엄마랑공부방)뿐만 아니라, 원주성공회 햇살어린이 공부방 햇빛 발전소를 원주시 호저면에 있는 나눔의집 지붕에 세우고자 합니다.

이러한 일을 추진하는 데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음입니다. 그러나 자금도 큰 문제입니다. 장소가 정해지면 발전 차액 제도에 따른 투자비 회수와 약간의 이익도 발생하기에 뜻있는 시민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시민의 참여에 더해 마을의 자체 기금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전기를 생산해서 발생되는 발전 차액이 마을 주민을 위해 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농촌마을에 자금이 지원되는 제도가 많이 있습니다. '녹색 농촌 마을', '정보화 마을', '새농촌 건설', 수변 지역 기금 등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지원금이 사용되는데 대부분 사용 방법이 소비적이어서 경제성이 없습니다. 하지만 햇빛 발전소를 농촌의 지원 사업으로 추진하고 더구나 사업용으로 발전 차액 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면, 에너지 문제와 마을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겪이라고 확신합니다. 이것은 이중지원의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개인의 발전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고 마을조합을 통한 공적인 마을복지를 위한 발전 사업이기에 주민의 토론을 통해, 마을 학생의 장학금 지원이나 노인복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면 은퇴자나 젊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곳 농촌에서 두 아이를 키우면서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고 배우는 자리를 통해 준비한 농촌마을 복지발전소에 대한 이야기를 두서없이 적어보았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올해는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지구를 사랑하고 우리 농촌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신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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