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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의 축복'은 손학규에 得인가 毒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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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의 축복'은 손학규에 得인가 毒인가?

[분석] 'DJ'와 '쇄신'이 양립 불가한 까닭

아쉬운 게 많은 두 사람이 24일 만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 거덜 난 범여권의 전·현직 주인이다.
  
  손 대표의 목적은 호남으로부터 리더십을 인정받는 것이었다. 소기의 성과를 얻어냈다. DJ로부터 "50년 정통야당의 계승자라는 자부심을 가지라"는 격려를 받았다. DJ가 본격화된 민주당과의 통합 논의의 구심으로 손 대표를 임명했다는 메시지다.
  
  DJ는 "강력한 야당"을 주문했다. 이명박 당선인이 자신의 업적에 대한 폄훼처럼 여겨질 법한 '통일부 폐지'를 밀어붙이는 와중에 "통일부를 없애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느냐"고 강하게 따졌다. 정부조직개편안의 2월 임시국회 논의를 앞두고 손 대표를 시험대에 올린 셈이다.
  
  범여권 통합과 정부조직개편은 4월 총선으로 얽힌다. 총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범여권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DJ는 이날 "국회의원 선거까지 대패하면 이제 야당의 존재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두 가지 난제
  
  공은 손 대표에게 넘어갔다.
  
  첫째, 정부조직개편 싸움을 무척 강하게 걸어야 한다. 적어도 통일부는 살려내야 면이 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명박 당선인 측에선 통일부 폐지가 대(對)국회 협상용이 아닌 듯한 기류가 완연하다.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통일부 존폐 여부가 '강 대 강' 충돌의 전선이 될 수밖에 없다.
  
  손 대표로선 쉽지 않은 싸움이다. '공직사회 슬림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여론에서 통일부를 분리시켜내야 한다. 그것도 '국정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피해가면서. 아직까지 신당 쪽에선 '상징성' 외에 왜 통일부를 존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교한 반박이 나오지 않고 있다.
  
  설령 원내1당이라는 힘의 우위에 민주노동당, 민주당의 협조를 얻어 '선방'을 해낸다고 해도 그것이 총선의 호재가 되리라고는 보장하기 어렵다. 싸움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여소야대 상황에 대한 선험으로 여길 수 있다. 총선에서 이 당선인과 한나라당의 '국정 안정론'이 먹혀들 공간이 넓어진다는 뜻이다.
  
  둘째, 싸움을 하는 주체의 문제다. '건강한 야당'으로 비쳐져야 한다. 이는 '미래의 야당'에 어떤 인물들이 포진하느냐의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다. 인적쇄신이 핵심이다.
  
  손 대표는 지난 22일 광주를 방문해 "호남권 공천이 어떻게 이뤄지느냐가 당 공천의 전반적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해 놨다. 하지만 DJ, 그리고 민주당은 이 지점에서 손 대표에게 부담이 된다.
  
  숱한 눈총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재보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DJ의 차남 김홍업 의원이 재선에 도전할 태세다. 박지원 비서실장은 목포 출마를 공언했다. 역시 목포에서 재기를 노리는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우리에게도 질서가 있고 선배가 있다"며 '동교동 선후배론'을 들고 나왔다.
  
  현재로선 김홍업-박지원-한화갑 등 'DJ맨'들의 부활 시도를 손 대표가 단칼에 자를 만한 처지가 못돼 보인다.
  
  민주당과의 통합도 공천 진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분당 전의 민주당 시절 소장파 모임인 '새벽21' 소속 멤버들이 '새물결'이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손학규-박상천 '핫라인'을 통한 통합에 대한 반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모임의 한 멤버가 "민주당 측이 신당 측에 공천 보장을 요구하며 박상천 대표, 국창근 전 의원 등 13명의 명단을 건넨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고 한다.
  
  국 전 의원은 2000년 총선 당시 권노갑 전 고문이 민주당 '명예퇴진'을 설득해 불출마한 인사다. 8년 전에 이미 '물갈이' 된 인사가 다시 거론되는 건 손 대표의 '호남 인적쇄신' 의지와 분명히 다른 방향이다.
  
  신당이 총선에서 유일하게 기댈 만한 언덕인 호남은 의석수가 많지 않다. 선거구 획정에 따라선 1, 2곳이 유동적이지만 전남 13석, 전북 11석, 광주 7석 등 총 31석이다. 프리미엄을 주장할 게 뻔한 현역의원들에 옛 DJ 가신그룹까지 받아들이고 나면 '물갈이'는 물 건너간다. 신당과 민주당의 통합 시 교통정리도 쉽지 않다.
  
  또 DJ?
  
  이렇게 볼 때 'DJ의 힘'을 빈 손 대표의 행보가 유익한 선택이었는지에 대해선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가뜩이나 지난 대선은 DJ의 쇠락을 보여줬다. 현실정치가 DJ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호남의 민심도 예전과 달랐다. DJ를 경유한 '호남 관리', 혹은 '전통적 지지층 복원'이 낡은 방식이 됐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DJ는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범여권에 드리운 또 다른 그림자다. '친노 색깔 빼기'에 몰두해 온 신당은 최근 노 대통령의 '손학규 때리기', 이해찬, 유시민 의원의 탈당이 내심 싫지 않은 기색이다. 하지만 '노무현 그림자'가 걷히고 나면 그동안 내부 비판 자체가 금기였던 'DJ 그림자'가 반드시 문제로 떠오른다. DJ는 범여권 '쇄신'의 중요한 영역이라는 얘기다.
  
  과연 손 대표가 DJ를 극복해낼 수 있을까? 지난해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 대표가 범여권으로 넘어오는 과정에 동교동이 막후 가교 역할을 했다고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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