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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통일, 反여성, 親재벌, 親토건…또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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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反통일, 反여성, 親재벌, 親토건…또 뭐?"

홍성태의 '세상 읽기' <24> '이명박 정부'는 어디로 가는가

2008년 1월 16일 이명박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명박 당선인 쪽은 현재의 18부 4처를 13부 2처로 축소하고, 이와 함께 각종 위원회를 통폐합해서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부(部) 개편 : 18개부를 13개부로 축소

<폐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해양수산부, 여성가족부, 통일부

<변경> 기획재정부(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지식경제부(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 일부+과학기술부 일부) △인재과학부(교육부+과학기술부 일부)->교육과학부로 수정 △농수산식품부(농림부+해양수산부 일부) △문화관광홍보부(문화관광부+정통부 일부+국정홍보처) △보건복지여성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 △외교통일부(외교통상부+통일부) △국토관리부(건설교통부+해양수산부 일부) △행정안전부

<유지> △국방부 △법무부 △환경부 △노동부

처(處) 개편 : 4개처를 2개처로 축소

<폐지> 기획예산처, 국정홍보처(기획예산처는 기획재정부로, 국정홍보처는 문화관광부로 흡수 통합)

<유지> 보훈처, 법제처

위원회 개편

<폐지> 국정과제 관련 위원회 12개, 과거사 관련 위원회 14개에 대해 우선적으로 폐지를 검토하며, 이 중에서 법률상 존치기한 명시된 5개 과거사 관련 위원회는 기한 도래와 함께 폐지.

<변경> 국무총리 소속 국민권익위원회(대통령소속 국가청렴위원회+국민고충처리위원회+법제처 행정심판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의 대통령 직속기구화 △금융위원회로 금융 관련 권한 집중

이런 개편안을 보면 이명박 당선인 쪽의 '정체'가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단순한 축소가 아니라 전면적 개편으로 어떤 '방향'이 분명히 지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권의 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도구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국민의 위임을 받아 권력을 장악한 정권이 정부를 개편하는 것은 잘못일 수 없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공공 조직이므로 그 개편은 항상 신중히 이루어져야 하며, 그 내용은 시대의 변화에 부합해서 국민의 삶을 더욱 나은 쪽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2008년 1월 22일 오전 참여연대 강당에서 이명박 당선인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시민단체의 긴급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는 일단 일곱 가지 주제를 다루었다. 여기서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고, 정부 조직 개편안의 쟁점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먼저 통일부 폐지에 대해 박정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이 발표했다. 박 팀장은 이명박 당선인이 한반도 평화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한미동맹 강화'만을 대외정책 기조로 밝혔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 동안 외교부가 한미공조를 강조하며 통일부와 대립해 왔는데, 이명박 당선인은 외교부의 편에 서서 통일부의 폐지를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남북관계의 중요성과 독자성에 비추어 보자면, 통일부의 폐지는 정말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박 팀장은 대규모 개발 사업 위주로 남북관계의 기본을 바꾸려는 것으로 파악하면서 이것은 남북교류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을 전반적으로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여성가족부의 폐지에 대해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발표했다. 남윤 대표는 무엇보다 먼저 "2주일 만에 졸속으로 만들어 1주일 안에 국회에서 처리해달라고 요청하는 무소불위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리고 개편안의 전체적 내용에 대해서 "경제조직만 거대공룡화"하고 "20년 전으로 회귀"하는 안이라고 비판했다. 남윤 대표가 간단히 자료를 제시했지만, 한국사회는 여전히 성평등 사회와는 거리가 멀다. 2007년 UNDP 여성권한척도는 93개국 중 64위로, 2007년 세계경제포럼 성 격차 보고서에서는 128개국 중 97위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의 폐지는 이런 척박한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 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다. 이에 대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표했다. 그는 경제 분야의 정부조직 개편이 "1997년 외환위기 체제 이전으로의 회귀"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기획재정부는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통합해서 만들었던 재정경제원이라는 "공룡 경제부서의 부활"로 비판되었다. 그러나 전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더 큰 문제는 금융 관련 모든 권한을 집중하는 금융위원회다. 모든 견제기능이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이번의 개편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완전히 실종되었으며, 부패의 현실화와 공적 자금의 낭비라는 큰 문제가 나타나게 되었다고 우려했다.
▲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 조직 개편안은 그의 반통일, 반여성, 친재벌, 친토건 성격을 잘 보여준다. ⓒ뉴시스

인수위는 교육부를 폐지하기로 했다가 강력한 반발에서 부딪혀 인재과학부를 교육과학부로 바꿨다. 이에 대해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이 발표했다. 그녀는 문민정부의 1995년 교육개혁위원회에서 추진한 이른바 "5·31개혁"의 완결편을 인수위가 제시한 것으로 평가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마찬가지로 "사람과 교육을 인적자원으로 바라보는 철학과 관점"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5·31개혁"에서 제시된 다양화, 자율화, 민영화, 분권화 등의 가치가 자립형 사립고와 대학입시 자율화 등으로 확립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커지는 반면에 교육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재단의 권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자는 국토관리부의 설치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토건국가는 혈세를 탕진하고 국토를 파괴하는 기형국가로서, 한국은 토건국가의 덫에 갇혀서 사회의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건설교통부의 폐지와 주공, 토공, 수공, 도공 등의 통폐합은 그 핵심적 과제이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인 쪽은 '운하 건설'이라는 전대미문의 토건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답게 건설교통부를 오히려 확대해 버렸다. 토건국가는 무엇보다 재정의 왜곡을 낳는 문제이며, 이 점에서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는 전략적 문제이다. 복지의 증진을 바란다면, 우리는 무엇보다 토건국가를 시급히 혁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위공직자의 부패문제를 다루는 국가청렴위원회의 폐지에 대해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큰 우려의 뜻을 밝혔다. 한국은 여전히 세계 40위권의 심각한 부패국가다. 이런 국가에서 반부패기구를 없애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한편 과거사 관련 위원회의 폐지와 국가인권위원회의 소속 변경에 대해 이유정 인하대 법대 교수가 발표했다. 그녀는 아직 과거사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기한을 이유로 폐지하는 것은 잘못이며,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변경하는 것은 그 활동을 제약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에 대해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와 앰네스티에서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표가 끝나고 사회를 맡은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절차와 내용에서 모두 많은 문제들이 지적되었다고 정리했다. 먼저 절차의 면에서 이렇게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안을 마련하면서 사실상 연구와 토론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또한 내용에서는 반통일, 반여성, 친재벌, 친토건의 성향을 명확하게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이 안대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올바른 개편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들의 더 큰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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