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씨에게 충무로국제영화제는 성배가 아니라 독배였다. 그는 결코 이 영화제를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지난 해 11월초 제1회 충무로국제영화제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출범시킨 김홍준 운영위원장이 이 행사의 스폰서 격이자 사실상 주최측인 중구청으로부터 결국 토사구팽의 위기로 몰리게 되자 영화계 인사들 사이에서 걱정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중구청은 최근 김홍준 운영위원장을 전격적으로 경질하고 그 자리에 중견배우인 이덕화 씨를 선임했다. 중구청은 김홍준씨에게 대신 수석 프로그래머 자리를 맡길 예정으로 알려졌으나 이 조치가 김 전 위원장이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 본인에게 일체의 통보없이 내려진 결정이라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사실상 해임을 위한 수순을 밟은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김홍준, 지지리도 복없는 사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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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준 위원장 ⓒwww.chiff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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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충무로 국제영화제는 거의 척박한 수준이었던 서울 도심권 문화행사 여건에서 김홍준 전 운영위원장이 거의 단신으로 만들어낸 영화제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 이는 충무로 국제영화제를 개최하기까지 김씨가 크나 큰 우여곡절을 겪었던 배경과 연관이 있다. 김씨는 당초 국내 3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기획, 탄생시킨 인물로 수석 프로그래머를 거쳐 집행위원장을 지냈으나 2004년말 당시 홍성표 부천시장으로부터 뚜렷한 이유없이 하루만에 해임됐다. 김홍준씨는 이에 반발, 2005년 7월 서울 도심권에서 부천영화제와 대립각을 세우며 '리얼판타스틱영화제'를 개최했다. 결국 충무로 국제영화제는 이 '리얼판타스틱영화제'의 후신 격 영화제로 김홍준씨가 새로운 국제 영화제를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의 소산으로 풀이돼 왔다. 충무로 국제영화제는 따라서, 제1회 행사가 개최된다는 소식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극명하게 엇갈리기도 했다. 우려하는 쪽에서는 김홍준 전 위원장이 결국 부천-리얼영화제와의 차별성을 가져오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김홍준 전 위원장은 충무로 영화제를, 이른바 '클래식 무비 영화제'라는 컨셉을 강화함으로써 여타 영화제, 특히 자신이 이루어 놨던 이전의 영화제와 차별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제1회 충무로 국제영화제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은 이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구청은 지난 11월초의 1회 행사 내내, 김홍준 전 위원장과 그가 이끄는 프로그래머와 사무국 스탭들에게 불만의 강도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중구청이 뭐가 그렇게 못마땅했는지는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시민들의 호응이 부족했다는 일부의 지적도 있으나 영화제후 중구청 자체 설문조사에서도 영화제 관객들의 만족도는 70% 이상이 '만족한다'는 쪽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국제영화제 경험 전무한 이덕화 씨가 위원장? 따라서 중구청의 '불만'은 이런 류의 행사를 두고 벌어지는 지자체와 전문 운영가들 사이의 갈등에 다름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중구청에서는 영화제 동안 충무로 일대를 오가며 배우들을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행사를 '요구'했으나 운영위원장이 이를 자칫 영화제의 취지를 벗어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거부했으며 이런 등등의 과정에서 갈등과 알력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자체 측으로서는 영화제가 뭐가 됐든, 자신들의 예산을 투입시키는 만큼 지자체장인 정동일 중구청장에 대한 홍보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고 이에 대해 김홍준 전 위원장은 영화제의 순수성을 훼손시키는 '단순 무식한' 행위로 받아들였을 공산이 크다. 지자체의 '정치적 욕심', 순수하지 못한 '문화행사 지원행위'가 첫째 문제였다면 이를 예상치 못하고 과거 이런 류의 행사가 늘 겪었던 전철을 다시 밟게 된 김 전 위원장의 '단견'은 두번째 문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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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국제영화제는 현재 외관상으론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은 대부분이 배우출신인 이덕화 현 운영위원장이 전문가들의 적절한 지원없이 충무로 영화제를 이끌어갈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덕화 위원장은 국제영화제 운영 경험은 전무한 상태다. 충무로 국제영화제가 됐든 어떤 영화제가 됐든, 행사를 주최하는 일종의 '오너'가 방법과 노선을 바꾸겠다면 그 결정 또한 존중돼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공적인 이익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 바에는, 특히 그 과정에서 영화제가 '몰락의 길'로 가게 된다면 그 결과와 파장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충무로 국제영화제 하나쯤 어떻게 된다 한들, 다른 영화제들이 건재하면 그뿐이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라는 것. 충무로의 변심에 따른 잘못된 변신은 자칫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영화제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곧 영화문화 자체에 대한 거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충무로 국제영화제를 태동시킨 중구청이 지나치게 쉽게 몸을 움직여서는 안되는 이유는 그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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