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택시의 40%가량이 도급제, 지입제 등 불법으로 운용되는 상황에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승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도급제와 지입제가 만연한 이유는 이것이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운송수입료 전액관리제'에 따른 월급제보다 택시업주에게 상당히 많은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택시가 불법경영으로 '공공성'을 잃고 '돈벌이'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프레시안은 택시업계에 만연하고 있는 도급제와 지입제의 실상을 알기 위해 택시노동자로부터 직접 현장의 실상을 들었다.
지난 7일 '택시부가세부실운영 세금포탈 국세청 규탄대회'도중 휘발유를 몸에 붓고 분신을 감행한 조경식씨(44)가 근무했던 '정오교통'을 찾았다. '정오교통'은 조경식씨 분신을 계기로 지난 8일부로 파업에 돌입, 상봉동 차량 차고지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농성을 벌이고 있는 장소 옆 노숙텐트에서 과거 지입택시와 도급택시를 몰아본 경험이 있는 K씨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K씨와 인터뷰 전문이다.
***지입택시노동자, 4대보험-퇴직금도 못받아, 지입차주 기사식당 등지서 수금**
프레시안 : 현장에서 지입제는 어떻게 운용되는가?
K씨 : 한 업체 내에서도 사납금제, 지입제, 도급제가 혼용되어 사용된다. 택시기사 사이에서도 누가 어떤 식으로 임금을 받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가 직접 본 것은 D운수의 지입제이다.
D운수는 차량의 50%가량을 지입제로 운영한다. 지입보증금 2천1백만원을 내고, 별도로 월 지입료 1백10만원을 선불로 낸다. 보통 지입제는 업주와 기사간 1대 1의 관계보다는 지입차주로 불리는 '소사장'들이 중간에 개입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입차주는 5대 내지 10대의 차량을 업주에게서 차량을 불하 받아 스스로 기사를 채용해 도급시킨다.
이때 1인 1차제의 경우 일 7만원, 2인 1차제의 경우는 오전 3만5천원, 오후 4만7천원을 받는다. 이런 식으로 고용된 택시기사는 4대보험이나 퇴직금은 당연히 받지 못한다. 정상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고가 났을 경우 책임 소재를 놓고 기사와 지입차주, 택시업주간 주먹다짐이 심심찮게 일어나기도 한다.
프레시안 : 지입택시나 도급택시를 모는 기사들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지입차주나 택시업주에게 돈을 납부하나?
K씨 : 지입택시나 도급택시는 일반택시와 달리 차량 차고지 교대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사들은 온라인을 통해 지입차주에게 돈을 납부하거나, LPG가스 충전소, 기사식당 등지에서 만나 돈을 납부한다. 기사식당 주인들 중에는 기사들이 준 돈을 관리하는 사람들도 다수 있다.
***"지입택시 기사는 1백% 신용불량자"**
프레시안 : 지입차를 모는 택시기사는 상당히 열악한 노동조건에 가로놓여 있는 것 같다. 불리한 조건에서도 지입차를 모는 사람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K씨 : 100% 신용불량자로 보는 것이 맞다. IMF경제위기 이후 급증한 신용불량자들이 생업을 위해 택시업으로 다량 뛰어들었다. 이들이 정상적인 근로계약을 맺고 월급을 받으면 월급이 차압되기 때문에 불법적이지만 도급택시나 지입택시를 몰게된다. 또다른 경우는 사납금 택시를 몰던 택시기사가 생계임금도 받지 못해 차라리 도급택시에 뛰어드는 사례다. 도급택시는 자기가 노력을 하면, 사납금제 택시보다 나은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택시기사 모집은 주로 어떤 방법인가?
K씨 : 택시 업주가 기사를 모집하는 경우도 있지만, 앞서 말한 지입차주가 생활정보지 등에 기사모집 광고를 내서 기사를 채용한다. 지입차주들은 간혹 무경력자나 택시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을 채용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도급택시, 지입택시가 사고가 많은 이유 중 하나다.
***택시업주, 세금포탈, 관리 용이로 지입-도급 불법경영 고수**
프레시안 : 택시업주들이 도급제와 지입제가 불법인지 알면서도 이를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K씨 : 수익금 축소신고로 세금포탈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도급과 지입으로 벌어들이 수입은 전액 현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소득이 집계되지 않는다. 택시업주들이 이런 방식을 통해 세금포탈한 액수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상당한 액수에 이른다고 알고 있다.
또다른 이유는 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지입과 도급을 하면 일단 안정적으로 돈이 들어온다. 더구나 차량 수리비, 연료비, 세차 등등 신경쓸 일이 전혀 없다. 오로지 책상 앞에 앉아서 돈만 세면 되는 되는데, 왜 도급과 지입을 하지 않겠는가.
***"12시간 꼬박일해 하루 6만원 벌어", "승차거부, 법규위반, 합승 등은 불가피"**
프레시안 : 도급택시를 몇 달간 몰았다고 들었다. 그 때 얘기를 해달라.
K씨 : 하던 사업이 IMF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도산하고 말았다. 마냥 집에 있을 수 없어 2001년 경 택시를 몰기 시작한 것이 도급비 일 5만5천원의 도급택시였다. 빨리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몸 돌보지 않고 하루 12시간 꼬박 일했다. 일이 끝나고 택시에 내리면 다리가 후들거렸다.
시간이 아까워서 끼니도 차안에서 빵으로 대충 때우고, 화장실 가고 싶은 것도 꾹 참았다. 그렇게 12시간 정도 일하면, 운송수입료가 15만원정도 나온다. 거리로 한 2백80㎞에서 3백㎞나온다. 기름값 2만5천원, 담뱃값, 음료수비, 세차비 제하면 하루 평균 6만원 정도를 들고 집에 갈 수 있었다. 세차비3천원도 아까워서 2천원짜리 셀프세차만 했다.
프레시안 : 힘든 점이 많았으리라 추측된다. 도급비를 충당하고, 집에 조금이라도 더 돈을 가져가려면, 무리도 많이 했을 듯 싶다.
K씨 : 이정도 되면 승객이 사람으로 보이질 않는다. 다 걸어다니는 돈이다.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욕심을 내다보면, 과속은 물론이고, 반대편 손님을 태우기 위해 불법 U턴은 물론, 승차거부, 합승은 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경찰에 걸려 스티커라도 발부 받으면 하루 12시간 노동은 허사로 돌아간다.
프레시안 : 합승이나 승차거부도 사실 불법이지만 야간에는 만연한 것 같다.
K씨 : 한 푼이라도 더 벌려는 욕심은 합승과 승차거부로 이어진다. 밤 12시에서 새벽 1시30분은 사이는 그날 수입의 30%를 좌우한다. 승객이 쏟아져 나올 때 장거리라도 타면 그날은 쉬엄쉬엄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수지타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승차거부, 합승강요했다고 손님들이 불평불만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우리들 심정도 조금은 헤아려 주길 바란다.
프레시안 : 도급택시를 그만 둔 이유는 무언가?
K씨 : 이런 노동조건에서 누가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 야간에 과속하다가 사고라도 날라 치면 정신이 퍼뜩든다. 그럴 때마다 '이 짓을 빨리 그만 둬야지'라고 몇 번이나 생각했는지 모른다. 사실 도급택시는 택시 기사나 승객에게나 모두에게 할 짓이 아니다. 오로지 택시 업주나 지입차주만 좋을 뿐이다.
***"부분적이지만 월급제가 도급-지입보다는 훨씬 낫다"**
프레시안 : 결국 도급제나 지입제는 기사, 승객 모두에게 피해인 것 같다. 대안은 있는가?
k씨 : 법제화 돼 있는 전액관리제(운송수입금전액관리제)를 적용해 월급제화 하는 것이 좋다. 월급제를 실시하는 정오교통에 온 뒤로, 운전 때 욕심을 덜 부리게 됐다. 매일 채워야 하는 사납금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 보다 안전하게 운전을 하게 된다. 물론 기본 임금이 낮아서, 과속이나, 법규위반을 완전히 근절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월급제라고 하지만, 사실 부분 월급제라고 하는 것이 맞다. 하루 7시간20분 기준으로 기본급이 나오고, 그 이상 노동을 하면 야간수당도 나오지만, 수입초과분에 대해서는 회사와 약정된 비율로 나눈다. 또 일요일 근무는 특별근로수당으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사납금제가 적용된다. 따라서 완전 월급제는 아닌 셈이다.
이것만은 알아달라. 택시노동자는 기사가 되기 전에 수만가지 일을 해본 사람이 대다수다.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것이 택시일인데, 그 만큼 열악한 생활환경에 허덕이고 있다. 월급제가 된다고 해서 택시 노동자의 삶이 완전히 바뀐다고 생각하는 건 오해다. 월급제는 노동조건 개선의 첫걸음일 뿐이다.
프레시안 : 긴 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 좋은 말씀 해줘 감사하다. 건투를 빈다.
K씨 : 수고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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