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9일 "2004년 1월에서 2005년 5월 사이 삼성계열사 직원 734개 계좌에 대해 3500건의 불법조회가 이뤄진 사실이 이미 공개된 바 있다"며 "그런데 이 중 498건은 의뢰인란에 의뢰인의 성명이 기록돼 있는 반면, 나머지 3002건은 이름 대신 '1', '0', '.'과 같은 암호로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불법 조회는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가 자신의 차명계좌가 개설된 은행으로 지목해 "삼성 비자금 조성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서 이뤄졌다.
5년 이하 징역형 불법행위, 검찰은 2번 다 '무혐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005년 당시 이 사건의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의뢰인이 암호로 표기된 3002건 중 불법이 확인된 3건에 대해 금융실명제 위반 혐의로 삼성계열 제일모직 감사팀 3명과 우리은행 직원 2명에 대해 전원 기소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담아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심상정 의원은 "그러나 검찰은 사건 관련자 5명 중 2명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다"며 "또 나머지 3명에 대해서도 약식기소해 소액 벌금형에 처하는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금융실명제법 6조에 따르면 타인의 계좌를 불법 조회한 이들의 행위는 최고 5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그러나 수사 결과 불법이 의심되는 3500건의 조회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0.08%인 3건에 대해서만 불법행위를 확인하고 그마저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난 것이다.
2006년 경찰은 이들 3500여 건에 대해 재수사에 들어갔지만 서울중앙지검은 또 다시 영장청구를 거부했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의 자체 조사 결과를 근거로 조사를 거부했다. 경찰은 2006년 12월 또 다시 내사종결했다. (☞ 관련 기사: 검찰과 금감원의 '삼성 봐주기', 끝은 어디? )
"검찰 특본, 이제라도 철저하게 수사 해야"
심상정 의원은 "이처럼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국가기관들이 여전히 관련 자료제출을 거부함으로써 핵심 의혹들이 베일에 싸여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지난 11월 26일자로 삼성특별수사감찰본부로 넘어간 상태다.
심 의원은 "검찰 특본은 3500건의 불법조회 중 왜 3건에 대해서만 불법을 확인하고 마무리했는지를 포함해 △삼성과 우리은행 피의자 솜방망이 처벌, 계좌조회 영장청구 포기 등 검찰의 삼성 봐주기 의혹 △금감원의 노골적인 삼성비호행위 △사건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삼성출신 황영기 씨의 역할을 포함한 삼성의 외압 의혹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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