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스크린쿼터 살인'의 추억과 로스쿨 총정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스크린쿼터 살인'의 추억과 로스쿨 총정원"

[기고]노 대통령의 변호사에 대한 질적으로 다른 배려

작년 노무현 정권은 스크린쿼터의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를 140일 정도에서 70일 정도로 반으로 줄였다. 스크린쿼터는 1차적으로는 국내의 영화제작 및 배급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였으나, 국민 전체의 입장에서도 타당한 근거가 있었다.
  
  영화라는 상품은 문화적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시장개방의 정당화이론인 '비교우위론'이나 '기술이전' 등의 효과가 적용되지 않는다. 또, 한계생산비용이 제로에 가까워 미국과 같은 커다란 국내시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헐리우드 영화업자들이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하여 벌이는 '물량공세'에 취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영화제작업자들과의 제대로 된 협상도 없이 의무상영일수를 70일로 줄인 것은, 영화업자들에 대한 충분한 배려라고 볼 수 없었다. 적어도 지금 정권이 로스쿨 총정원을 정하면서 변호사업계에 보여주고 있는 배려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한국 영화업계의 연간 시장규모는 극장수입 기준으로 2조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고, 법조계의 시장규모는 1조5000억 원 수준이다. 영화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유통업자들까지 포함하여 3~4만 명 정도이다. 변호사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직원들까지 합쳐도 1만 명 정도이다.
  
  노무현 정권은 지금 법조계에 종사하는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의 국민들의 기득권 보호 외에는 아무런 타당한 근거 없이 변호사 정원제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변호사 정원제는 형식적으로는 폐지되지만, 로스쿨 총정원을 사법시험 정원의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유지된다.
  
  "영화단체, 노동조합 이익집단이라 불평하며, 변호사 집단은?"
  
  노무현 정권은 왜 영화제작업자들의 숫자에는 정원을 두지는 않는가? 거꾸로 변호사들의 정원제를 폐지하고, 영화업자들이나 농민들에게 했던 것처럼 '충격'을 줄여주기 위해 2000억 원대의 법조진흥기금을 만들려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가?
  
  변호사들은 국민의 귀중한 재산과 인권을 변호하는 사람들이므로 농민이나 영화업자와는 달리 능력과 자질이 검증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하지 말자.
  
  응시자의 등수는 응시자의 능력 및 자질과 관계없다. 필자의 직장에는 바로 지금, 충분히 다른 사람의 재산과 인권을 변호할 능력과 자질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원'이라는 자신의 능력과는 전혀 관련없는 폭압적인 제도의 벽에 막혀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그들이 반복적으로 머릿속에 쑤셔 넣어야 하는 법전들만큼이나 무겁고 암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법률시장이 수년 후 미국 변호사들에게도 개방되기로 했다는 점도 항변이 되지 못한다. 영화제작 및 배급시장은 스크린쿼터가 외국영화들에 대해 상영가능 스크린수만을 제한했을 뿐 외국영화의 시장진입 자체에 대해서는 초창기부터 몇십 년 동안 완전개방상태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권 초기부터 영화단체들이, 노동조합들이, 그리고 환경단체들이 이익집단이 되어버려 제대로 된 개혁을 하지 못한다고 불평을 토로해왔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정원제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국민들에게 희생을 감수시키며 변호사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아주 잘못된 본보기를 국민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로스쿨 총정원을 비약적으로 높이 정하여 정원제의 그 형식과 실질을 모두 폐기하지 않는 한, 앞으로 개혁논의의 장이 대자적(對自的)인 논의는 실종된 이익집단들간의 즉자적(卽自的)인 싸움장이 되어도 정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할 것이다.
  
  모든 '개혁'세력들은 외칠 것이다. "모두 바꾸라, 내가 가진 것만 빼고."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