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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도 가난한 이들을 어찌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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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도 가난한 이들을 어찌할 건가?

[의제27-⑤] 신빈곤 대책ㆍ민주연합정치ㆍ북핵 해결

'진보와 개혁을 위한 의제 27'(의제 27)은 진보와 개혁의 가치를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라면 다음의 의제 및 정책을 적극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 앞으로 우리는 <프레시안>을 통해 진보와 개혁을 위한 27대 의제를 발표할 것이다. 이 의제를 놓고 활발한 토론과 논쟁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진보와 개혁을 위한 의제 27>

의제 13: 신빈곤을 없애는 획기적 정책 펼쳐야 (문진영 서강대 교수)

우리나라는 지난 40여년 간 압축적 산업화를 통해서 국민소득 2만 불 시대에 접어든 한편, 시민들의 결집된 힘으로 군정을 종식시키고 민주화의 시대를 열어 이제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문턱에 다다르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는 식민지 경험이 있는 신생 독립국으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중핵으로 하는 근대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제3세계 발전의 모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인 사회발전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의 생활은 여전히 불안하다. 그래도 예전 산업화 시기에는 우리가 조금만 더 힘을 모아 발전하면 우리도 "누구에게나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고, 가난해도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고, 아픈 사람은 돈이 없어도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누구나 원하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으며, 그리고 아이를 맡기려 뛰어다니지 않아도 되는" 선진국 국민들이 누리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21세기에 본격화된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우리 서민의 삶에서 이러한 희망을 앗아갔으며, 빈곤의 고착 더 나아가 빈곤의 대물림이 구조화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도 이러한 빈곤의 문제에 대해 가장 직접적으로 대응을 하는 제도가 있다. 바로 전국민의 기초적인 생활을 권리로서 보장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기초적인 사회안전망이 되지 못하고 이런 저런 제도상의 허점으로 인해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가진 부실한 제도가 되고 말았다. 단적인 예로, 최저생계비 이하의 가구 중에서 수급자 가구보다 급여를 받지 못하는 빈곤가구의 비중이 더 큰 실정이다. 500만 명 이상이나 존재하는 신빈곤층, 즉 일하면서도 가난한 이들도 역시 이 제도에 의해 생활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 지난 2004년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참가자들이 체험지역인 하월곡동 집으로 향하고 있다. 체험자들은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먼 길을 걸어야 했다. ⓒ참여연대

그러면 어떻게 제도적 개선을 이룰 수 있는가? 무엇보다도 최저생계비의 수준을 상향조정해 현실화하여야 하고, 수급자 선정과정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해야 하며, 재산의 소득환산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개선을 바탕으로 사실상 수급자와 큰 차이가 없는 생활 상태에 있는 차상위계층에 대해 가계에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는 교육비와 주거비 그리고 의료비를 지원하는 등 부분급여를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개선을 통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국민들이 정말 힘들고 어려울 때 찾아가 쉴 수 있고 또 미래의 희망을 가꿀 수 있는 가지가 넓은 나무와 같은, 국민들이 진정 의지하고 또 애정과 신뢰를 보내는 제도로 발전시켜야 한다.

의제 14: '민주연합정치'의 모색(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전통적으로 우리의 정치세력은 크게 두 흐름으로 나뉘어 왔다. 하나는 과거 독재세력으로부터 출발해 현재 보수세력으로 이어졌던 흐름이며, 다른 하나는 과거 민주화운동세력으로 출발해 현재 민주세력으로 이어졌던 흐름이다. 그렇지만 과거 냉전시대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이러한 흐름은 민주화와 탈냉전, 세계화, 그리고 지식정보화 등의 급속한 사회변동 속에서 현재 변화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수세력은 반공적 수구세력과 시장 중시의 자유주의세력으로 분화되고 있거나 변화되고 있으며, 민주세력은 자유주의적 중도개혁세력과 진보세력 등으로 분화되고 있다. 현실정치의 정당 차원에서 볼 때 이 같은 분화와 변화는 우리 정치의 다당화를 촉진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다당화의 경향은 지역주의와 탈지역주의의 상반된 경향에 매개되어 현재 더욱 촉진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과거 민주화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민주세력은 근래에 정당 차원에서 급속한 분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테면, 호남 지역주의에 기반하고 있는 민주당, 탈지역주의적 시도 속에서 등장한 중도개혁 정당으로서의 열린우리당, 그리고 보다 진보적인 정당으로서의 민주노동당 등이 그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2007년 대선을 맞아 열린우리당은 대통합 민주신당으로 변화되었고, 문국현 중심의 창조한국당 또한 준비 중에 있다.

그러나 주어진 제도로서 대통령제는 양당제를 촉진하는 경향이 있으며, 단순다수대표제의 대통령선거 역시 양자 대결을 촉진한다. 대선 경쟁의 약한 후보들이 후보 단일화를 추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제도와 현실의 이 같은 불일치 때문이다. 필자는 '의제 27'의 다른 글에서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서 결선투표제를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세력이 분화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분화될 것으로 보이는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세력에게 보다 필요한 것은, 특히 대통령선거에서 보다 요구되는 것은 '민주연합정치' 구축이라 생각한다. 즉 대통령제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덜 분화된 보수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보다 분화된 민주적 제 정당들은 협조와 연대의 관행과 틀을 구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바 있는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이 아니라, 그 반대의 민주적 제 정당들의 연합정치, 즉 '민주연합정치'의 모색이 그것이다.

물론 이 같은 민주연합정치의 모색에서 민주적 제 정당들의 정체성과 정책 지향은 당연히 유지되고 존중된다. 또한 민주연합정치의 모색은 여러 차원에서 시도될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그 시도는 사안에 따른 정책연합, 통상적인 정책연합, 선거연합, 나아가 연합정부의 구성 등의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결선투표제의 제도적 정치가 없는 우리의 정치현실에서 민주세력의 후보단일화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것은 승리만을 위한 정치적 야합이 되어서는 안 되며, 정책연합에 바탕한 민주연합정치의 일환으로서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그것은 향후 선거연합, 연합정부의 구성 등의 수준에서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 나서는 민주적 제 정당들의 대선 후보는 민주연합정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며, 이를 통해 민주세력의 새로운 정치관행과 문화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의제 15: 북핵문제의 '병행 해결' : 북한의 핵 개발 포기와 미국의 북한체제 인정 (김근식 경남대 교수)

북핵문제의 본질은 오히려 간단하다. 북핵문제는 핵을 카드화함으로써 미국으로부터 자신의 체제 생존을 보장받으려는 북한과, 핵 비확산이라는 국제규범을 고수하고 불량국가 북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미국 사이의 오랜 대결의 산물이다. 따라서 북핵문제의 해결은 미국이 요구하는 핵 포기를 북한이 언젠가는 이행해야 하고,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인정과 안전보장을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제공함으로써만 가능하다.

그런 만큼 북핵문제의 해결은 '핵 비확산 규범'과 '주권존중의 원칙'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병행 해결'에서 찾아야 한다. 즉 북한은 핵 비확산 규범을 수용하여 핵 포기를 명확히 하는 한편 미국은 이에 맞춰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적대정책을 철회함으로써 북한체제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동시 행동의 해법이 최선의 해결책인 것이다.

이에 유의한다면 우리가 북핵문제의 해결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의 핵개발 의도와 능력의 확실한 포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북미 갈등의 근원인 핵 비확산의 규범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는 한 북핵문제의 해결은 시작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북핵문제 해법의 제1의 원칙이라 할 수 있는 북핵 포기 없이 북미간 관계정상화와 한반도 평화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둘째, 북핵문제는 반드시 그 해결을 통해 상호 주권 존중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지향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북한을 붕괴시키거나 정권 교체를 통해 북핵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undesirable) 가능하지도 않다(impossible). 북핵문제는 북핵 저지를 넘어 북미관계 정상화로 이어져야 하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으로 이어져야 한다. 따라서 북핵문제 해결은 대화와 협상의 평화적인 방법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북핵문제의 해결은 궁극적으로 북한의 정상적 변화를 추동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북핵문제 해결을 통해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이루고 그 안전보장이 확보된다면 북한은 그 스스로 경제회생과 경제발전을 위한 새로운 노력을 시작할 것이다. 밖으로부터의 위협이 해소된다면, 북한은 당면의 긴급한 과제인 경제난 해소를 위한 보다 실리적인 개혁개방의 프로그램을 적극 수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북핵문제 해결의 과정은 그 자체로 동북아 평화안보를 증진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9·19 공동성명은 이미 북핵문제 해결의 과정이 동북아의 다자안보협력 과정과 맞물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뚜렷한 다자안보시스템이 부재한 동북아에서 6자회담은 향후 역내 평화와 안보를 구축하기 위한 유용한 제도가 될 것이다.

결국 북핵문제 해결은 단순히 북핵 폐기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그것은 평화로운 북미관계 정립, 북한의 개혁개방 조건 마련, 남·북·미 선순환 관계 정착, 동북아 평화와 안보의 증진 등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핵문제의 해결은 사실 한반도정세가 근본적으로 변화될 수 있는 전략적 구상의 시작이다. 2007년의 대선을 맞아 북핵문제 해결이 갖는 이 같은 의미를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식의 냉전적 대결만을 추구하는 후보는 향후 대한민국의 외교와 안보를 책임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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