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 7. 한미 FTA의 국내 비준 조건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한미 FTA 협상은 체결되었으나 발효를 위해서는 국회 비준을 얻어야한다. 진보개혁 진영의 의원들은 어떤 조건 하에서 이 협상의 비준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질지 그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적어도 다음 조건들은 충족돼야할 것이다.
첫째, 체결된 한미 FTA의 내용은 국민의 '일반의사'에 반한 것이 아니어야한다. 특정 사안에 대한 국민의 일반의사는 정확한 정보의 공유와 충분한 토론을 거쳐서만 제대로 형성된다. 한미 FTA의 추진과 그 협상 과정이 과연 이 조건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둘째, 우리에게 분명하고 구체적인 이익이 있어야한다. 그렇다면, 예컨대, 수출증대 효과가 어디서 얼마나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지, 서비스 산업 발전은 어떤 기제와 경로를 통해 가능한 것인지, 개성공단제품의 원산지 인정은 정말 실현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정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셋째, 우리 사회경제가 안게 될 부담이 관리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안 된다. 예상컨대 투자자-국가 제소제, 서비스 시장 개방의 네거티브 방식 및 역진방지 조항, 비위반 제소제 등의 독소조항은 우리 정부의 공공정책 자율성과 시장 조정 권한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그 경우 가뜩이나 미흡한 사회경제의 민주화 수준은 오히려 저하될 수 있으며, 따라서 지금도 심각한 양극화나 비정규직 문제가 더 악화될 수 있다. 농업은 물론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의 피해도 상당할 것이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대책이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갖춰져 있는지 면밀히 살펴야한다.
넷째, 한국이 지향하는 유형의 시장경제체제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 헌법은 공공복리의 증진과 경제의 민주화 등을 위해선 국가의 시장 조정이 필요함을 명시하고 있다. 조정시장경제체제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미 FTA는 국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협정이다. 이 불합치 문제에 대한 해법이 존재하는지 고민할 일이다.
다섯째, 우리 외교 목표와의 정합성이 유지되는 것이어야 한다. 만약 동아시아 지역주의 발전이 주요 목표라 한다면 한미 FTA가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 간의 협력관계 강화에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세밀히 분석해야한다.
이상의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진보 진영 의원들은 마땅히 한미 FTA 비준을 거부해야한다. 그것은 금번 회기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내년의 18대 국회에서도 양국의 새 정부가 재협상 등을 통하여 상기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는 한 진보개혁의원의 입장이 달라질 건 전혀 없다.
의제 8. 사회적 합의를 거쳐 기초연금제를 도입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
국민연금 사각지대 600만 명. 빈곤 등의 이유로 현재의 연금제도에 가입하지 못하여 미래시점에 노인이 되어서도 공적연금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는 숫자다. 이는 초고령사회 최대의 빈곤층이 되어 우리 미래를 질식시킬 것이다.
국민연금 재정불안정. 2047년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서 2060년 연금기금은 바닥을 드러내고 당대의 근로계층이 내는 보험료수입으로 급여를 지불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된다.
국민연금 기금 200조 원. 현재도 GDP의 25%수준인 이 기금은 2040년대 GDP의 60%대를 육박하고 약 25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수준에 도달한다. 그리고는 불과 20년 남짓 동안에 급속하게 '잔고 제로(zero)'로 치달려 한국경제를 '쓰나미 경제'로 만들 것이다. 이런 것들이 오늘날 국민연금이 안고 있는 문제들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참여정부와 현 정치권은 이러한 심각한 문제를 너무나 간단히 풀었다. 연금급여를 당장 10%포인트, 20년에 걸쳐 다시 10%포인트, 도합 20%포인트나 깎아버려 연금수급자조차도 용돈연금을 받으며 빈곤계층으로 내몰리게 만들었다. 연금사각지대의 노인문제는? 기초노령연금이라는 또 하나의 변종 공공부조제도를 만들어 일시적으로 무마해버리고 말았다. 단순한 발상의 극치다.
차기 정부는 이런 '사이비' 연금개혁을 무시하고 원점에서 다시 풀어나가야 한다. 우선, 현재와 같이 사각지대를 방치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없애야 한다. 이를 위해 국고에서 평균소득의 10~15%에 해당하는 급여를 모든 노인계층에게 지급하는 소위 '기초연금제'를 기초로 해야 한다. 물론 시간이 흘러 노인계층의 다양한 소득원이 생기고 소득파악 인프라가 충실하게 마련되면 연금소득과 기타소득 등 노인개인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지급을 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는 기존의 국민연금은 개인별 보험료액과 그것의 투자수익에 따라 급여가 보장되는 '소득비례형'으로 바꾸어 나감으로써 미래세대의 무한 부담을 줄여나가야 한다.
이렇게 두 종류의 연금급여를 통해 노후소득이 생애평균소득의 50-55%수준이 되도록 하면, 대한민국의 노인들이 여유롭게 우아한 노후를 설계하는 확실한 기반이 되며 여기에 퇴직연금은 추가적인 여유를 확보해주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연금기금도 공룡처럼 대규모로 축장되는 부작용을 덜 수 있다.
물론 이런 '제대로 된' 연금개혁도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야하는 것은 필수이다. 어떤 좋은 해법도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동의하지 않는 한 국민연금의 불신만 키우기 때문이다.
의제 9. 노인인구 7%까지 장기요양보호제도 확대 (임채원 서울대 행정연구소 연구원)
우리나라의 고령화율은 2006년 현재 9.5% 수준으로 아직 OECD 국가 평균 고령화율 14~15% 수준에는 미치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전례 없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 속도로 인하여 장기요양보호 욕구를 가진 고령인구도 급속히 증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향후 평균수명 연장과 함께 후기고령인구의 비중이 높아지면 장기요양보호 욕구를 가진 고령인구도 급속히 증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인인구의 증가, 특히 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후기고령인구의 증가는 치매, 중풍 등 노인수발욕구를 가진 노인의 정대수를 증가시키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의 약 12.1% 정도인 53만 명이 장기요양보호 욕구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향후에도 이 비율이 지속된다고 가정하는 경우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2010년 64만8000명, 2020년 94만6000명으로 노인수발 필요노인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경제수준과 부담능력을 감안한다는 명목으로 가장 욕구가 큰 최중증에 한정하여 노인수발보험을 적용하려고 한다. 이에 해당되는 노인은 65세 이상 노인의 약3.1%에 불과하다. 중증도가 상당히 높은 경우에만 수급자격을 한정함으로써 수급대상이 극히 소수로 제한되는 특징을 갖는다.
우리나라 장기요양보호 정책의 목표가 의료대체 모델이 아니라 사회적 수발모델로 나아가는 것은 고령화 사회의 추세를 제대로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가족이 담당하던 수발부담을 덜어줌으로써 노인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으로 기본적 목표로 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간호 등 보건서비스와 사회서비스의 통합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료는 전국민에 대하여 부과하면서 대상은 수발욕구를 가진 노인 중에서 일부분만 포괄하겠다는 것에 대하여 국민들의 공감 형성하기 어렵다. 독일의 경우 수발보험 수급자가 2003년 기준 189만 명으로 노인 인구대비 13% 수준이며, 일본의 경우에도 개호보험 수급자가 2005년 기준 379만 명으로 노인인구 대비 14% 수준이다.
이들 국가의 고령화율이 17-18%수준이고 우리나라의 고령화율이 9.5%인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이들의 절반수준인 노인인구의 7% 정도는 포괄하는 제도로 가져가야 할 것이다. 복지가 공공서비스로 보편화되어간다는 점에서 2007년 대선에서 노인 장기요양보호제도를 노인인구 7%까지로 확대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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