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개혁을 위한 의제 27'(의제 27)은 진보와 개혁의 가치를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라면 다음의 의제 및 정책을 적극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 앞으로 우리는 <프레시안>을 통해 진보와 개혁을 위한 27대 의제를 발표할 것이다. 이 의제를 놓고 활발한 토론과 논쟁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진보와 개혁을 위한 의제 27>
의제4. 국민을 위한 부동산 정책 추진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 교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 서민들은 절망한다. 삶의 필수적 요소인 주거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나면 소득이 감소하는 것과 같다. 또한 임대료 상승에 따라 근로소득자의 소득이 불로소득자에게 전이되어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뿐 아니라 국가의 자원이 부동산 투기에 몰리게 되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한다. 그야말로 백해무익한 부동산 투기인데, 이미 주택의 가격은 근로소득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뛰어올라 서민은 물론 미래세대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새로운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본적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첫째, 이제 부동산 투기를 근본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주택은 투자의 수단이 아니라 거주의 수단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는 안정된 거주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잘못된 것이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인근 전세값의 80% 가격에 장기간 거주가 가능한 장기전세주택 사업에 나섰다. 이러한 사업과 더불어 그동안 추진되어 왔던 저소득층을 위한 장기임대아파트가 활성화된다면 서민들은 환영할 것이다.
둘째, 공공택지에서 건설되는 아파트의 건설비는 투명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설계와 시공을 분리하여 최저가 낙찰제를 채택하는 대신 철저한 감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건설하도급 비리와 비자금 조성에 대해 철저한 감시감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조치를 취할 때 비로소 정부는 신뢰를 회복할 것이다.
셋째,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1가구 1주택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이 집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소득으로 주택을 구입한 가구주에 대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실수요자를 투기적 가수요자와 구분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철저히 지켜야 하며, 이 기준에 맞는 대출에 대해서는 낮은 이자율을 부과하고 세금감면을 통해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 반면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중과세하는 현재의 정책을 지속하거나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토지공개념이 확대되어야 한다. 정부의 개발사업으로 인한 개발이익은 철저히 환수되어야 하며, 불필요한 토지 투기를 막기위해 토지분 재산세는 강화되어야 한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는 한국은행 책임도 크다. 현재 한국에는 공식적으로 변변한 부동산 통계 하나 없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주택가격 상승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방만한 통화운용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였다. 경제의 안정적 운영보다 경기부양에만 치중하는 금융통화운영위원들을 임명한 결과이다. 한국은행과 금융통화운영위원들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새로운 정부는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며 국민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취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면서도 합리적 정책을 받아들이지 않는 정부는 신뢰를 상실하게 된다. 국민 최대의 관심사인 부동산 정책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정부가 성공할 수 있겠는가?
의제 5. 남북경제공동체 구축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
남북 경제협력의 필요성은 극소수의 시대착오적 인사를 제외하고 누구나 공감한다. 남북 관계에서 경제공동체 구축 합의는 아주 많다. 1972년 7.4 남북 공동성명, 1985년 남북경제회담, 그리고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협력의 원칙과 방향, 그리고 구체적인 의제들이 진화해 왔다. 많은 사업들이 결국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후 현실화되었지만, 합의의 역사적 배경은 아주 오래되었다. 그런 점에서 퍼주기 이데올로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특이하고도 단절적이다.
지금 이 시대, 남북경제협력의 목표, 즉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상식적이지만, 남북관계에 대한 공존의 철학이 전제되어야 한다. 공동번영은 결국 공존의 의지를 보여줄 때 가능하다. 선핵 폐기론과 같이 상대의 항복을 전제한다면, 신뢰를 구축하기 어렵다. 당연히 경제협력의 활성화도 어렵다. 퍼주기 이데올로기처럼 증오를 부추긴다면, 어떻게 한반도의 미래 비전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평화시대에 걸맞는 남북공동번영의 비전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남북경제협력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평화경제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열차운행과 한강하구 공동개발과 같이 군사적 보장이 필요한 사업들을 진전시키고, 서해평화특별지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나아가 DMZ의 평화적 이용방안을 구체화하여,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의 선순환 구조를 추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적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남북경제공동체 구축과정은 결국 통일기반 조성사업이고, 무분별한 사적이해가 아닌 공공의 가치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공공성의 첫째는 친환경적이어야 한다. DMZ와 한강하구는 무분별하게 개발할 것이 아니라,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환경 생태적 가치를 충분히 고려하여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철도와 도로 등 인프라 사업은 가능한 국제금융을 활용해야 되지만, 통일기반 조성 차원에서 공적투자의 역할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셋째, 중소기업의 남북경제협력 과정에서 공공성이 있는 핵심 인프라 사업은 공적투자를 하는 것이 옳다. 마지막으로 남북경제공동체 구축과정이 결국 대륙경제 시대의 개막으로 이어져야 한다. 대륙철도연결과 동북아 에너지 협력 역시 중요한 시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의제 6. 이주노동자와 여성결혼이민자를 위한 사회통합 지원 확대 (고동현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
이주노동자 37만 명, 불법체류자 22만 명, 여성결혼이민자 9만 명, 국제결혼가정 자녀 학생 8000명. 다인종‧다문화 사회로 향해 가는 우리 사회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들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자 사회를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 이미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이주민들은 대부분 열악한 노동조건, 인종적 편견과 차별, 사회경제적 어려움, 언어소통과 문화적응 문제, 그리고 인권보호와 사회보장의 사각지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2004년 '고용허가제' 실시로 고용과 근로조건 보호에서 일부 개선이 있었지만, 여전히 저임금 장시간 노동, 열악한 주거환경, 미등록 노동자의 강제 추방과 인권침해, 자녀들의 교육 및 사회적 권리 제한, 문화적 고립현상 등에 시달린다. 이주여성의 현실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국제결혼가정의 이혼 건수는 2006년 약 4000건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최저생계비 이하 소득가구는 52.9%에 달한다. 하지만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는 13.7%에 불과하고, 이주여성의 23.6%가 의료보장에서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방치할 경우 사회통합에 심각한 장애요인으로 대두될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주자에 대한 차별금지와 사회복지서비스 지원, 문화 다양성 및 사회적응력 제고 등 사회통합을 촉진하는 사회적, 문화적 권리의 보장이 필요하다.
특히 이주자를 위한 사회정착 및 사회통합을 지원하는 구체적 방안이 요구된다. 하지만 현재의 지원 프로그램은 예산 확보의 미비와 정부 및 지자체 정책 의지의 결여로 인해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거나 수요자의 필요와 요구에 맞는 체계적 지원이 부재한 상태이다. 한 예로 지자체의 '여성결혼이민자 적응지원' 예산은 많은 문제를 야기해온 농어민 국제결혼 비용지원사업 예산 28억원의 6분의 1에 불과할 정도이다.
구체적 정책 과제를 제시하자면, (1) 언어‧문화‧정보화 교육프로그램의 수준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프로그램 참여를 제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주로 한국어 기초교육, 요리강습, 전통문화 및 예절교육에 치중하는 현 프로그램 내용을 미래지향적으로 개선하여 사회경제 활동 준비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 할 필요가 있다. (2) 이와 연계하여 취업교육과 일자리 알선, 다문화 전문인력 양성, 이주자 사회적 연계망 형성 등 자기계발과 지역사회 참여 기회 확대 방안이 필요하다. (3) 행정‧의료‧복지정보의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국어 콜센터 및 웹사이트 개설, 무료진료 및 방문보건서비스 확대 등 정보와 의료의 보편적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4) 이를 지원하기 위한 이주자지원센터 설립을 각 지역별로 확대하고 정부, 지자체, 민간단체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도록 해야 한다.
세계화의 흐름은 동질적 문화를 유지해온 한국인들에게 '나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고 있다. 국적과 인종,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과 인권침해, 복지 사각지대의 현실로 내몰리게 나둘 수는 없다. 이제 이주민들과의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일시적 노동력이나 국제결혼의 임시방편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 그들이 당당한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야 한다. 글로벌 시대 다문화 인권국가를 향한 첩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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