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두고 박빙의 승부라고 표현하면 일단 맞다. <바르게 살자>와 <궁녀>가 간발의 차이로 1,2위로 나뉘었다. 당초 예상은 여성천하의 세계, 그러나 미스테리와 공포가 뒤섞인 이색적인 수작 <궁녀>가 선두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관객들은 코미디를 택했다. <바르게 살자>가 서울이든 전국이든 만여명의 차이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두 작품은 사실 공동 1위를 차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궁녀>는 시네마서비스 작품이고 <바르게 살자>는 CJ엔터테인먼트의 작품이다. 시네마서비스와 CJ는 요즘 친척간이다. 양사는 지분 관계로 얽혀있으며 한쪽의 영화가 잘되는 것은 다른 한쪽에게도 좋은 일이 된다. 그런데 이번엔 양쪽 모두 잘됐다.
어찌됐든 두 영화의 '형님 먼저 아우 먼저'의 분위기가 비수기 시즌의 침체에 빠진 한국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흥행성을 높이는 측면으로 작용하고 있어 환영받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5위권 안에 들어 온 작품 가운데 무려 4편이 한국영화가 됐다. 실로 오랫만의 일이다. 6위부터 10위까지는 고만고만한 성적이다,라고 얘기하면 국내 극장가를 잘 모르는 얘기다 된다. 눈에 띄는 작품은 <카핑 베토벤>과 <원스>다 두 작품 모두 저예산 비상업영화라 당초 극장가에서 그냥 사라질 영화로 꼽혔다. 그만큼 수입가도 영세했다. 그런데 이런 류의 영화로서 두 작품 모두 비교적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원스>의 성적이 놀랍다. 5주째 개봉중인 이 영화는 벌써 10만에 육박하고 있다. 이럴 때도 있는 것이다. 있어야 하는 법이다. 국내 영화계가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있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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