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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눈부심 속에서

[에다가와 조선학교 '희망의 詩' 릴레이39]

낯선 눈부심 속에서
-도쿄 에다가와 조선학교

-조정애

어둠 속에서도 꽃은 피었나요.

낮 설고 물 설은 이국땅으로
그 먼 오예장으로 쫓겨 갔을 때
수평선 위로 붉은 해를 바라보며
조선의 씨앗 한줌을 심었나요.

바람 불면 신열 같은 삶을 살고
아무도 없는 시대의 강물에서
키 큰 물억새처럼 흔들리면서
서로 어깨 기대며 살았나요.

비 오고 태풍 부는 날에도
그 시꺼먼 수챗물을 퍼내면서
조선 땅 한 자락을 떠메다가
우리글 우리말을 심었나요.

우치무라 칸조오의 나라에서
나쓰메 소오세키의 나라에서
그 낯선 눈부심 속에서도
기어이 달맞이꽃은 피었나요?

이젠 하늘땅 둥근 모습으로
서로 손을 잡고 부르는 소리
저 달뜨는 한강에서 들려오는
새의 날갯소리 풀잎의 웃음소리
우리의 숨소리를 듣고 있나요.
조정애 시인은

1947년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1990년 <문학공간>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내가만든 허수아비>, <푸른 눈빛의 새벽>이 있다.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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