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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KBS의 전근대적 노무관리, 공영방송 맞아?"

KBS 차량운전 비정규직 파업 돌입

KBS 차량운전 업무를 맡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270여 명이 지난 9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사 비정규지부 KBS 분회는 "현행 123만 원의 급여로는 조합원이 실질적인 생계 위협을 받는 수준"이라며 "24만5000원의 임금 인상과 전무 하다시피 한 복지혜택의 신설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현행 수준의 동결을 고수했다"고 밝혔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KBS 지역방송국에 있는 조합원들은 현재 매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2시간 동안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초지일관 임금 동결, KBS의 실질적인 영향력 때문"

이들은 KBS가 100% 출자해 설립한 KBS비즈니스가 또 다시 100%를 출자한 (주)방송차량서비스 소속 직원들이다. 이들은 "임금 인상 여부는 결국 KBS의 손에 달려 있다"며 KBS에 책임을 묻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파업 전 총 7차례의 본교섭을 벌이며 사측의 합리적인 대응을 기대했으나 우리의 바램은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며 "초지일관 임금 동결만을 주장하는 회사의 결정은 결국 원청회사인 KBS의 실질적인 영향력 하에 나온 결과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말로는 손자회사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근로조건의 결정권은 원청인 KBS에 있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간접고용의 폐해가 갈수록 커져가는 방송사 비정규직의 근본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공영방송이자 기간방송인 KBS는 사내하도급이라는 간접고용형태를 빌려 직접고용회피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이런 전근대적인 노무관리의 행태를 버리지 않는 한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하기는 요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 관련 기사: 방송사 VJ들 "우리는 언제까지 '걔네들'인가요?" )

"비정규직 처우개선 약속이 수신료 현실화 선결조건 돼야"

노조는 "실질적인 생계위협을 겪는 차량운전노동자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데도 KBS는 2006년 말 기준으로 이익잉여금이 4420억 원을 상회하고 있다"며 "또 최근 5년간 누적 당기순이익은 1500억 원에 달하는 데도 올해 적자를 이유로 비정규직의 눈물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제 KBS는 정규직 대비 22.7%에 그치고 있는 우리 조합원의 임금수준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며 "사내 비정규직의 분명한 처우개선 약속이야말로 수신료 현실화를 추진하는 선결조건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노조는 KBS가 하도급 비정규직의 노동권을 무시하고 있는 행태가 열악한 노동조건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KBS는 사회적 약자이며 극빈계층인 분회 조합원이 단지 사내하도급 비정규직이라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위탁계약서 상에 '노사분규 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라는 문구를 삽입해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침해했다"며 "인건비에 속하는 후생복리 수당은 KBS와의 위탁계약금액에 당연히 반영해야 하는데도 수년간 도급회사의 일반관리비로 부담하도록 하여 재정부담을 전가시켰다"고 주장했다.

"계약액 조정해야 임금 인상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방송차량서비스 박성희 사장은 10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동종업계를 비교해볼 때 현재 직원들의 임금수준은 낮은 게 아니다"라며 "도급사인 KBS도 적자를 보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 요구대로 임금을 인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박성희 사장은 "협상은 KBS와는 관계가 없다"며 "그러나 계약액 조정을 위해 곧 KBS에 자료를 제출하고 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계열사 관리를 맡고 있는 KBS 콘텐츠전략팀 관계자는 "업무를 위탁하는 관계에서 직원 임금에 부당한 간섭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적자로 인해 KBS 전체 예산을 동결 내지 삭감하려는 추세이기 때문에 계약액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노사분규 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에 대해 "그런 조항 자체가 법률적으로 문제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평균연령 43세에 123만원 월급…한번 살아보시라"

[인터뷰] 이향복 노조위원장

- 임금인상과 관련된 파업이 처음인지?

"2004년 회사가 설립된 뒤 매년 하루 정도 파업을 했다. 사측은 매년 '위에서 얘기가 나와야 답변을 준다'는 입장이었다. 매번 1년만 기다려달라고도 했다.

지난해에는 3개월 간 아침마다 회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그래도 공허한 메아리였다. 같은 일이 반복되다 보니까 조합원들이 차라리 총파업을 하자고 하더라.

- 사측은 임금 인상이 KBS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한다.

"사장은 KBS의 계열회사인 KBS비지니스에서 파견나온 분이다. 교섭이 이뤄져도 KBS와 다시 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장과 교섭하는 게 무의미하다. KBS에서 다 지시 내리는 상황에서 위장도급만 피하자는, 뻔한 거 아니겠나."

- 노조가 이 같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이유는.

"조합원의 평균나이가 43세다. 그런데 기본급 72만 원에 상여금, 직무수당, 근속수당 등을 합쳐 한달에 123만원을 받는다. 복지 혜택도 전무하다. 이거 가지고 어떻게 살겠나.

자기들도 한번 살아보라는 얘기다. 이 월급 갖고는 어디 가나 마찬가지다. MBC도 우리보다 16만 원 가량 더 많다. 그것도 못 맞춰주겠단 얘기다. 그러면 복지 혜택 같은 대안이라도 제시해든지… KBS 슬로건이 '사랑하기 때문에'인데 사랑해서 이렇게까지 차별 대우를 하나.

사실 비정규법 시행 이후에는 본사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인 걸로 안다. KBS 내 비정규직이 1200명이라지만 저희 추산으로는 2000명이 넘는다.

앞으로 우선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부분파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파업 기간 동안 회사 바로 건너 코스콤 집회도 가고, 다른 비정규직 사업장도 다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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