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옥
곱다고 봐주는 이들도 없는 곳에서
어이하여 여기에 피었는가
조선사람 조선학교 다녀야 한다고
모진 바람 속에서
민족 교육의 꽃을 피우는구나
우리가 침묵했던 곳에서
뿌리내리며 함께 살았구나
우리가 언제 너만큼 절절하게
모국어를 가슴에 심으며 살았는지
부끄럽게 하는구나
지금 바람이 너를 흔들고 있지만
지금이야 벼랑에 선 나무 같겠지만
에다가와 나무가 뒤척일 때마다
우리를 뜨겁게 일어서게 하는구나
우리를 뜨거운 발로 하나 되게 하는구나
맨발에 맨 종아리로 치마저고리 입고
민족의 말 기차 타고 민족의 글 버스 타고
용감하게 학교로 달려가는구나
푸른 학교로 달려가는구나
곱다고 봐주는 이들도 없는 곳에서
어이하여 에다가와 여기에 피었는가
바람을 이기고 일어난 민족교육의 꽃이여
편 가르지 말고 그날 기다리며
재일 조선인의 피땀으로 무성한 민족의 숲이여
힘내라, 두려워마라 우리학교 꿈나무여
우리가 언제 너만큼 절절하게
민족애를 가슴에 품으며 살았는지
부끄럽게 하는구나
안명옥 시인은 1964년 경기 화성에서 태어났다. 2002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소서노>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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