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윤
커튼을 열면
마음은 하늘로 갈 수 있었다.
갑갑한 25평 교실에
35명 빼곡히 모여 앉아서
박남수의 새를 읽는다.
포수가 쏘는 건
피에 젖은 한 마리 새에 지나지 않아도
결국 그 포수가 원한 것은
새가 가진 순수가 아닌
고기 한 점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새가 가진 날개를 부러워하며
청룡열차를 타고 싶었다, 교실에서.
끝나지 않는 열차는 어디에도 없었다.
사라진 자유는 깃털처럼 가볍다.
의심하지 않았다 아무도.
커튼을 열었다
이중의 유리창이 가로막고 있다.
바람은 아직 들어올 수 없고
그래도 많이 답답하다.
서정윤 시인은 1957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198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는 <홀로서기>, <서녘바다>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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