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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무한도전'…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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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무한도전'…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정희준의 어퍼컷·13] '먹튀' 단체장과 '관변' 시민단체(上)

신정아 씨 사건외에는 그 어떤 뉴스도 '깜'이 되기 힘들었던 최근, 부산에선 조용하나마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사안이 하나 있다. 부산의 2020년 올림픽 유치 도전에 관한 문제다.

전에 없이 부산시는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4일 있었던 영남 5개 시도 자치단체장 회의에서 부산 올림픽 유치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고 최근에는 유력 대선 후보들의 대선 공약에 부산의 올림픽 유치를 포함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공장' 유치도 못하면서 웬 '올림픽' 유치?

그러나 올림픽 유치도 분명 '정책'인데 부산의 경제 규모나 재정 건전성으로 볼 때 이는 무모한 정도가 아니라 어이없는 정책 결정이다. 우선 2002년 아시안게임과 2005년 APEC을 개최하면서 약속했던 세계적 도시로의 성장은 고사하고 관광객 증가도 없었고 해외로부터의 투자 유치도 없었다. 어느 정신 나간 사업가가 이벤트 하나 했다고 자기 돈 투자 하겠는가. 그리고 지금 부산은 있던 공장은 빠져 나가고 들어오는 공장은 없는 실정이다.

유치 가능성도 문제다. 신자유주의가 주도권을 잡은 이후 국가 간 경쟁 외에 새롭게 도시 간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올림픽 유치는 세계적 초거대 도시들의 각축장이 됐다. 1960년대 이후 모든 하계올림픽 개최지들은 1984년 로스엔젤레스와 1996년 애틀란타를 빼곤 모두 국가의 수도 아니면 최대 도시였다. 시드니가 2000올림픽을 개최한 배경은 그 이전 호주의 퍼스, 멜버른, 브리스베인이 연달아 실패한 후 그 정도 가지고는 안 된다는 국제 스포츠계의 충고를 따라 결국 시드니가 나가 성공한 것이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도 영국의 버밍햄, 맨체스터(2회)가 계속 실패하자 수도인 런던으로 방향을 튼 결과였다.

2016올림픽 유치전에는 시카고, 도쿄, 마드리드, 리우데자네이루, 프라하, 도하 등이 뛰어들었고 2020올림픽은 2016올림픽 유치경쟁에서 탈락한 도시들과 또 다른 수많은 초거대 도시들과 겨뤄야 한다. 여기서 부산의 유치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부산시는 수많은 국제행사를 치렀던 강점이 있다고 강조하는데 참 답답하다. 경쟁도시들은 국제행사 그 열 배는 치른다.

부산은 평창과의 국내 경쟁에서는 이길 것이다. 인구가, 즉 선거인 수가 강원도보다 훨씬 많으니까. 결정은 결국 정치인들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하계올림픽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유치 가능성은 평창이 부산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그리고 말이다, 이런 거 저런 거 다 집어 치우고, 아니 '공장' 하나도 제대로 유치 못하면서 무슨 '올림픽' 유치에 나서는가.

열개→네 개→두세 개…'코웃음' 좀 나오게 하지 마라
▲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 전경 ⓒ뉴시스

이런저런 비판과 문제제기가 있음에도 부산시는 그냥 간다. 반대 의견? 그런 거 말 받아 주고 논쟁 펼쳐 봐야 공부 한 것도, 아는 것도, 준비한 것도 없기 때문에 손해만 볼 것이니 그냥 간다.

그럼 도대체 뭘 준비했냐 하니까 잠깐만 기다리라 한다. 올림픽 유치 관련 용역을 이제 맡기겠단다. 12월에 보고서 나오면 그때 그거 보고 얘기하잖다. 이게 바로 올림픽 유치에 나선 '메트로폴리탄씨리~' 부산의 현주소다.

그러다 시와 시민이 떠안아야 할 경제적 부담이 문제가 되자 부산시는 본격 '거짓말 행진'에 나섰다. 2020도전을 선언한 부산은 처음에는 2002 아시안게임 때 지은 시설들이 있으니 열개 정도의 경기장만 다시 지으면 된다고 했다. 비겁한 거짓말이다.

재정부담이 계속 논란이 되자 지난달엔 시 관계자가 인터뷰에서 네 개만 더 지으면 된다고 했고 지난 주엔 또 더 나아가 두세 개만 지으면 되기 때문에 천문학적 재정적 부담은 과장된 것이라고까지 주장한다.

그러나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은 시설에 대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올림픽을 하게 되면 필요한 30개가 넘게 필요한 경기장 중 20개 정도는 다시 지어야 한다. 백번을 양보해 설사 경기장은 됐다 치자. 부산시는 2004올림픽 때문에 그리스가 안전·보안에만 15억 유로(20억 달러, 1조8300억 원)를 쏟아 부은 사실은 모르나 보다. 경기장만 있으면 되는 줄 아는 시 고위관계자의 '단세포적' 사고에 부산시민으로서 '코웃음'을 느낀다.

올림픽은 지구상 그 어떤 사업보다도 많은 돈이 투입된다. 2004년 개최지인 아테네는 개최 준비에만 15조 원, 폐막 후 시설유지에만 1200억 원을 지출하고 있다. 베이징은 내년 올림픽을 위해 물경 70조 원을 쏟아 붓고 있다. 한해 예산이 6조 원 남짓인 부산시는 국고를 끌어오면 될 거라 이야기 하겠지만 국고 지원도 경기장은 30%뿐이고, 사회기반시설도 50%에 그친다. 결국 절반 이상은 부산시가 책임져야 한다.

거스름돈 계산할 능력만 있어도 알 텐데

그렇다면 부산의 현실은? 상하수도 요금은 이미 전국 최고 수준인데 내년에 25% 인상한단다. (내 살다 살다 이렇게 무지막지한 공공요금 인상은 처음 본다.) 지하철요금도 전국에서 제일 비싸다. (누리꾼의 댓글이다. "왜 서울이 더 싸노.") 유료도로도 전국에서 부산이 제일 많다. (모임 한 번 다녀오는데 여섯 번 돈 내봤다.)

서민 살기 참 힘든 동네다. 하여튼 집에서도, 밖에서도 계속 '뜯기는' 기분이 들어 왜 그런가 봤더니 부산의 재정이 문제였다. 아시안게임과 APEC 등 이벤트를 폼 나게 치르느라 이제까지 발행해 쌓인 지방채 누적적자가 물경 2조 원으로 광역단체 중 최고에 그 이자만 연 1000억 원이란다.

부산시는 거의 모든 경제지표에서 바닥을 헤메고 있으니 시민들에게 매정할 수 밖에 없다. 대도시 중 인구는 가장 빠르게 줄고 있고 실업률은 7대 도시 중 최고다. 인구비중은 전국 대비 7%로 3위인데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는 전국 16개 시도 중 14위에 걸려 있다.

그런데도 부산시는 빚잔치인 올림픽을 택했다. 거스름돈 계산할 능력만 있어도 올림픽이 부산을 빚더미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텐데, 그리고 올림픽 유치할 노력과 정성이면 공장 수십개는 유치할텐데 허남식 시장은 비판은 못 들은 채 밀고 나간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결론은 '네 돈 이니까'

어려울 것 없다.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내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산시장이나 공무원들에게 올림픽 유치와 개최를 위한 지출 액수는 그저 숫자일 뿐이다. 하루 수천억, 수조 원을 만지는 은행원이나 딜러처럼 말이다. 국고 외에도 수년치의 부산시 연간예산에 해당하는 지방세을 투입해야 한다는 문제도 결국 지방채 등 빚을 끌어다 메우면 된다.

그 결과로 얻게 되는 외형적 업적은 재정의 악화를 뒤덮고도 한참 남는 장사다. 왜? 첫째, 주민이 체감하는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효과, 즉 전자가 후자를 압도한다. 둘째, 재정 악화로 인한 참사는 저~만치 뒤에 올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시장이나 시의 고위 공무원들은 혹시 유치에 성공하더라도 대회가 열리는 2020년엔 지금 그 자리에 없다. 그러니 폐막 후에 무슨 일이 생겨도 그들과는 상관없는 일이 된다. 그들은 유치했다는 업적을 훈장처럼 달고 다니며 향후 정치적 도약의 발판으로 삼기만 하면 된다. 뒷감당은? 그때 시장과 주민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허 시장의 선배, 김 지사

이러한 도박성 강하고 무책임한 정책 결정, 그리고 주민들의 세금을 자신의 정치적 출세의 발판으로 또 자기 주머니 쌈짓돈처럼 여기는 자치단체장들의 못된 습속은 강원도의 동계올림픽 3수 재도전 선언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김진선 도지사는 40여 개 시민단체들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도내에서도 올림픽 회의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3수 도전을 강행했다. 우선 유치위에 차출돼 10여 년 도청을 떠나 있던 50명 넘는 직원들의 복귀가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되자 일단 '고(go)' 해야 했다.
▲ 지난 9월 열린 2014평창동계올림픽추진위원회 총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김진선 지사 ⓒ뉴시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3선 임기 12년의 대미를 '대망의 올림픽 유치'로 장식하고 중앙정계로 화려하게 진출하고자 했던 김진선 지사는 자신의 12년 임기가 '올림픽 유치 실패'로 마무리 되는 것만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잖아도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이었다.

역시 무조건 '고' 해서 '결국 실패'의 딱지는 떼어내야 한다. 어떻게든 '계속 도전'의 딱지를 안고 임기를 마치겠다는 것이다. 결국 실패하면 그 최종의 책임은 다음 지사가 떠안게 되고 혹 성공하면 자기는 그 청사진을 제시하고 기초를 닦은 사람이 되고.

결국 실패한 유치활동에 이미 500억 원 이상을 쓴 강원도는 별 의욕도 기력도 없이 다시 기약 없는 길에 나서야만 한다. 하여튼 이렇게 십여 년 전 도지사와 몇몇 지역 유지들이 공청회 한번, 토론회 한번 없이 결정하고 밀어 붙인 정책 때문에 지금 강원도민들은 그 뒷감당을 '허벌나게' 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또 다른 고수, 전남의 박 지사

요즈음 주목해야할 또 다른 단체장이 있다. 바로 전남의 박준영 지사다. 이곳 역시 강원도, 부산과 비슷하다. 그 수많은 공무원들이 제대로 공부도 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졸속으로 결정한 거대 이벤트 말이다.

여기에 지역경제발전을 약속한다는 사탕발림이나, 공청회, 토론회 등의 공론화 과정 생략하고 반대 의견은 묵살하는 모양새도 똑 닮았고, 게다가 영문 모르는 주민들이 여론몰이 속에 속아 넘어가는 상황이 또 닮았다. 바로 박준영 도지사가 사활을 걸다시피 추진하는 F-1(Formular One) 사업으로 이 사업은 지방정부와 투기자본이 손을 잡고 F-1경기장을 중심으로 관광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 무모함은 광주MBC가 제작한 <위험한 질주 F-1> 참고하시라. 하도 할 얘기가 많아 2부까지 만들었다.)

전남과 손잡고 F-1 프로모터로 지정된 MBH라는 정체불명의 회사로부터 마침 필자의 친구가 투자를 제안 받았었다. 사업계획서를 검토하고 현지에 내려가 보기도 했는데 결국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필자가 물었다. "리스크가 너무 커서 포기했어?" 대답은 이랬다. "리스크가 크고 말고가 아니라 그거 아예 말이 안 되는 사업이야."

그의 말에 따르면 그 사업에 적합한 땅은 우리나라엔 인천공항, 영종도 부근 외엔 없고 전남이 계속 추진하는 경우 수익 창출은 고사하고 매년 수십, 수백억 원의 적자만 메워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럼 돈은 누가 벌까? F-1과 F-1의 대리인인 프로모터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들의 공통점? '못 먹어도 고!'
▲ 지난 7월 전라남도 영암군 삼호읍 영산강 간척지에서 열린 F1 경주장 착공식. ⓒ뉴시스

'제 정신'인 투자자는 모두 포기했는데 MBH는 결국 투자자를 구했다. 수십 억씩 투자를 했단다. 그럼 어떤 회사가 투자를 했을까. 역시(!) 지역의 건설사들이었다. 수조 원이 투입될 경기장 건설에 참여한다는 조건으로 말이다. 결국 투자라기보다는 건설공사를 따내기 위한 리베이트 성격이 강하다.

문제는 시민단체, 국회의원, 지역언론사가 나서서 자기 돈과 시간을 써가며 이런 실상을 밝혀 줬는데도 전남도는 '계속 간다'는 것이다. 엄청난 돈을, 혈세를 '꼴아박게' 생겼지만 국고 지원을 받아서라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공무원 입장에서 혈세가 날아가는 것은 엄밀히 자신과는 상관 없는 일이고 도지사 입장에선 폼나게 시작했던 이 큰 프로젝트를 지금 물리면 다음 선거는 기약할 수 없기 때문 아니겠는가. 역시 '고' 하고 볼 일이다.

허남식 시장, 김진선, 박준영 지사의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업적을 뻥튀기 하기 위해 가급적 휘황찬란한 행사를 하나 골라 기획한다. 일단 내지르고 공부는 나중에 천천히 시간 봐서 한다. 그 댓가가 너무 크다는 주민들의 반대는 그냥 무시한다. 그냥 눈 '딱' 감고 밀어붙인다.

지방재정에 부담이 너무 크다는 문제는 '국고 끌어오면 된다'로 가리면서 무조건 '고' 한다. 잔치가 끝난 뒤 정작 지역 재정이 휘청거리고 그 빚이 주민들에게 전가되는 순간엔? 난 그 자리에 없다는 거다. '먹튀'는 스포츠에만 있는 게 아니다. (편집자 : 이 연재는 다음 글로 이어진다. 이 글의 두 단락은 8월 22일자 <국제신문>과 같은 내용이라고 필자가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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