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광 선
저 들녘을 보라 비오는 들녘을 보라
폭풍우 휘몰아치고
큰물이 진 들녘을 보라
키 큰 나무들 쉽게 춤추어도
아래로부터 훑는 바람에
우리는 몸을 떨며 부르짖는다
세상에는 목숨보다 소중한 게 있다
세상에는 참보다 거짓이 많다
큰 나무 뿌리째 쓰러지는 들녘
떠내려가지 않는 것은 작은 것이다
뿌리와 뿌리
거친 손으로 깍지를 끼고
풀잎의 연좌
마디마다 피가 맺혀도 깍지를 끼고
쉽게 물길 터주지 않는다
정든 산하 골짜기마다 피어나는 물안개
더운 숨결은 뭉게뭉게
침묵 같은 봉우리 위로 구름이 되어 엉긴다
빗속을 뚫고 저 빗속을 뚫고
봉화처럼 솟아오르는 함성이여
세상에는 거짓보다 먼저 정의가 있다.
김광선 시인은 1961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으며, 2003년 <창작과 비평>신인 시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겨울삽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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