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자
바닷바람이 불어오느냐
저 동해 건너 붉은 바람이 불어오느냐
니혼 땅에 쓰러져 불귀의 객이 되어
바람으로 떠도는 조상들의 입김이 느껴지느냐
떠돌다 에다가와 불모의 땅에 흘러들어와
일구고 가꾸느라 흘린 땀과 눈물이
꽃으로 피어 하늘거리고
아이들 글 읽는 소리 벌 소리처럼 잉잉대며
꿀 만드는 소리, 꿈 만드는 소리
들리느냐
허기진 배 움켜쥐고
모진 목숨은 태풍을 견디고
핍박을 견디고 설움을 이겨냈느니
장하다 아들딸들아
아비어미들은 험한 생의 파도를 넘어
힘줄선 검붉은 손으로
황무지를 배움의 터로 닦았구나
증오도 신음도
매립지에 거름으로 묻히어
오직 배우고 싶은 갈증으로 물을 마시고
뿌리를 깊이 내려, 이제
자랑스런 이름으로 꽃피었구나
조선의 꽃으로 피었구나
그 상처가, 그 노래가
새로운 길을 만들었구나
에다가와 하늘 칼바람에 우는 서러운 달아
늦지 않았구나
에다가와에 조선의 풀뿌리 모여 한목숨 타오르고
동포들의 함성이 파도의 몸부림으로 밀려가
철썩대니,
더욱 벙글어라 꽃들이여
닭 우는 새벽마다 뜨겁게 포효하는
동해 물결 소리를 기억하라
나의 에다가와여
권순자 시인은 2003 『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바다로 간 사내』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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